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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책은 도끼다>가 독서에세이 분야 2위군요. 1위는 <강신주의 감정수업> 입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철학의 이해분야에서도 1위 입니다. 강신주씨의 <자본주의에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읽었습니다. <강신주의 다상담 1>도 읽었습니다. 좋긴한데 저랑은 조금 안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안 읽게 되었습니다. 왠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의 글을 읽으면 불편합니다. 장정일씨라던가 강신주씨의 글이 제게 그랬습니다. 제가 너무 편협한 걸까요?
<다시, 책은 도끼다>는 개인적으로 <책은 도끼다>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다시금 책에 대한 애정이 무한히 솟아오르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동안 저의 잘못된 독서습관을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일단 질보단 양이야!' 라는 고정관념에 너무 사로잡혔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닌 책의 권수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독서도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권, 1년에 365권을 채우기 위해 이 책, 저 책 읽었습니다. 물론, 책을 좋아했고 좋은 책을 읽고 싶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눈에 보이는 목표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독서를 하는 사이 사이에는 마치 불순물처럼 쓸데없는, 무의미한, 혹은 제대로 읽지 않고, 건성으로 읽는 책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리 재밌지 않은 책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억지로 완독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읽고 싶지 않으면 다른 책을 읽습니다. 좋은 책이 너무 많아서 좋지 않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속독과 정독사이에서 방황했습니다. 머리로는 '속독은 없다. 집중해서 읽는법 밖에 없다." 는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말씀을 기억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읽고 싶다는 욕심과 조초함, 조급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제게 "속독은 없다고 이 멍청아!!" 라고 이야기해도, 그래도 "나는 빨리 읽고 싶다고!!" 라고 반항했습니다. 마침내 박웅현씨가 커다란 도끼를 가져와서 제 머리를 쫙 하고 갈아놓았습니다. 속독에 집착하는 부분을 깨끗이 도려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속도에 집착했을까요? 목적지에 빨리 가는 것이 여행이 아닌데 말입니다. 목적지로 가는 과정, 출발부터 여행의 시작인데 말입니다. 독서는 경주가 아닌데 왜 그렇게 급했던 걸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빨리 읽으려는 마음을 줄일수록 더 빨리 읽게 되었습니다. 더 많이 읽으려는 생각을 버릴수록 더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 권, 한 페이지를 즐겁게 읽습니다. 한 문장에 감동합니다.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려합니다. 저자와 더 많이 소통하려 합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저도 탐정이 되어 함께 추리해나갑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 입니다. 이 책을 <다시, 책은 도끼다>를 읽은 후 읽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마 전처럼 빨리빨리 읽으려고만 했다면 제인 구달이 묘사하는 정글과 그녀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좋은 책은 알아서 나를 몰입시킨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나 자신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몰입해서 읽을 때와 그냥 읽을 때는 독서의 질이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이 책은 밑줄 치고 싶은 문장들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보고 싶은 책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책은 도끼입니다. 책이 도끼가 아니라면 도대체 우리가 왜 책을 읽는 것일까요? 박웅현씨의 도끼맛 좀 보시기 바랍니다. 전보다 강력해진 도끼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