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었습니다. 마음산책 '말' 시리즈 입니다. 예전에 <보르헤스의 말>도 읽었는데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도 즐겨보게 될 것 같습니다.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멋진 말을 하시는 분입니다. 그녀는 나치 독일을 탈출한 유대인 정치이론가, 철학자입니다. 그녀의 말들을 이 책을 통해서 접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녀의 저작들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도전해보겠습니다.

 

 다음은 한나 아렌트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그녀가 어떻게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는지, 무시무시한 청소년시절을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가우스   당신은 마르부르크와 하이델베르크, 프라이부르크에서 하이데거교수와 볼트만 교수, 야스퍼스 교수 밑에서 공부했습니다. 철학이 전공이고 신학과 그리스어가 부전공이었죠. 이런 과목들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요?

 

 아렌트     나도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종종 생각해보고는 해요. 내가 장차 철학을 공부할 거라는 사실을 늘 알고 있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열네 살 때 이후로 쭉 그랬어요. 

 

 가우스    왜죠?

 

 아렌트    칸트를 읽었거든요. 왜 칸트를 읽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는데, 내 입장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왠지 이런 것 같아요. 내게 그건 철학을 공부하거나 물에 몸을 던지거나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였다고요. 그렇다고 내가 목숨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앞서 말했듯 나한테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 욕구가 무척 어린 나이에도 있었어요. 우리 집 서재에는 온갖 책이 다 있었죠.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꺼내기만 하면 됐어요.

 

 가우스    칸트를 제외하고, 특별한 체험으로 남은 책들을 기억하나요?

 

 아렌트    예. 우선, 내 기억에는 1920년에 출판된 야스퍼스의 <세계관의 심리학>이요. 열네 살 때였어요. 그러고는 키르케고르를 읽었는데 그 책이 나하고 너무 잘 맞았어요.

 

 나와는 다른 별 사람같다. 굳이 열네살때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는 떠올려보지 않도록 합시다.

 

 다음은 아렌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야기를 알게 된 충격이 담긴 인터뷰입니다.  P50-51페이지에 수록된 글입니다.

 

 가우스    모어를 망학한 사례들 말인데요. 당신은 이게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 결과라고 보나요?

 

 아렌트    그래요. 그런 일이 대단히 자주 일어나요. 나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아서 그렇게 된 사례들을 직접 봐왔어요. 그러니까 말인데, 1933년이라는 해는 결정적인 시기가 아니었어요.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어요. 결정적인 시기는 우리가 아우슈비츠에 관해 알게 된 날이었죠.

 

 가우스    그게 언제였나요?

 

 아렌트    1943년이었어요. 우리는 처음에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남편이랑 나는 나치 일당은 무슨 일이건 저지를 자들이라고 늘 말해왔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얘기만큼은 믿지 않았어요. 군사적으로 볼 때 불필요한 데다 부적절한 일이었으니까요. 남편은 전직 군사학자예요. 그래서 그런 문제에 대한 이해력이 좋아요. 남편은 그런 말에 넘어가지 말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어요. 그 인간들이 그 정도까지 막갈 수는 없다고요! 그러다 반년쯤후에 우리는 결국 그 얘기를 믿게 됐어요. 증거가 있었으니까요. 충격이 정말로 컸어요. 우리는 그 사건 전에는 "그래, 사람에게는 누구나 적敵이 있게 마련이지" 하고 말했어요. 그건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사람이 적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그런데 이건 달랐어요. 정말이지 거대한 심연이 열린 것만 같았어요. 우리는 어느 시점이 되면 정치적으로 만사에 대한 보상책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다른 만사에 대한 보상책도 그럭저럭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는 아니었어요. 이건 절대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에요. 단순히 희생자의 규모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런 짓을 자행한 방법, 시신 훼손 등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그와 관련해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에요. 거기서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어요. 우리 중 어누 누구도 그걸 용납할 수 없었어요. 당시 일어난 그 밖의 다른 모든 일에 대해서라면, 그 시절이 때때로 꽤나 힘들었다고 말해야겠네요. 우리는 대단히 가난했고, 추적의 대상이었고, 도망 다녀야 했고, 어떻게든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어요. 그 시절은 그랬어요. 그래도 우리는 젊었어요. 심지어 나는 그런 상황에서 약간은 재미를 느끼기도 했어요- 그 점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네요. 하지만 이 사건은 달랐어요. 이 사건은 차원이 완전히 달랐어요. 개인적으로 나는 그것 말고 다른 것들은 모두 감내 할 수 있었어요.

 

 

   다소 어렵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저서 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인간의 조건>, <전체주의의 기원> 은 읽어보고 싶습니다.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읽기가 꺼려지는 책들입니다. 아직 제가 읽기에 어려울 것 같아 두렵습니다. 요즘 너무 쉬운 책들, 흥미 위주의 책들만 읽고 있습니다. 어려운 책들도 도전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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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렌트가 말한 `비판적 사유는 적대적 태도`라는 생각을 다르게 봅니다.

사람들은 비판하기를 주저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비판하는 일이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자신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공격 받을까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친한 사람에게도 비판하기를 꺼려해요. 비판적 사유가 적대적 태도와 동일시하면, 비판적 사유를 시도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8-22 14:48   좋아요 1 | URL
무엇에 대한 적대적 태도인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태도인지,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한 적대적 태도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비판적 사유는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한 적대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4대강은 좋은 것이여~˝ 라고 말했을때, 그 주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일단 그 의견에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cyrus님 말씀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아니라는 말씀같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기 때문에, 건전한 토론이나 논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cyrus님의 의견에 적대적 태도를 취한 것이지 절대 cyrus님에 적대적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닙니다^^ cyrus님도 이 부분을 지적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쌩 2016-08-22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에서는 철학을 전공하려면, 철학외 전공을 복수로 택해야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단일 전공으로 비판적 사유를 기를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수험식공부가 전부인 한국에서 어릴적부터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할수 있는 환경이 가능할까요.
저도 이책을 읽었는데 조금은 지루했어요 ^^

고양이라디오 2016-08-22 21:14   좋아요 0 | URL
한국은 중고등학교는 주입식, 수험식 교육, 대학공부도 다른 과는 모르겠지만, 저는 주입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공부는 조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지도 않았지만요. 한국 교육이 많이 바뀌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 읽기가 만만치는 않으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예루살람.. 권합니다. 셋 중 가장 편한 저작입니다. 읽는데 부담이 없어요..

고양이라디오 2016-08-22 21:12   좋아요 0 | URL
사실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입니다. 읽는데 부담되서 접어두었지만요...ㅠㅋ
이번에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고나니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