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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7번 읽기 공부법
야마구찌 마유 지음, 최윤영 옮김 / 멜론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 야마구찌 마유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풀어놓은 책이다. 야마구찌 마유는 자타공인 공부의 천재다. 노력의 천재라고도 할까? 그녀는 도쿄대를 법학과를 수석졸업하고 사법시험에, 그리고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시험은 대학교 3학년 때, 그리고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은 그 다음해 합격했다. 이정도면 고승덕변호사 저리가라다. "미안하다~" 응? 머가?
아무튼 공부능력만큼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집중력과 노력,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론. 그녀의 공부방법을 따라하겠다는 것은 참새가 뱁새 따라가려는 것과 같다.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스스로 7번 읽기 공부법을 만들고 연마했다. 자신만의 공부법에 있어서 10년을 시간을 축적한 달인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공부방법에서 배울점은 분명 있다. 일단 전체를 먼저 훑어보라는 것. 그리고 반복, 또 반복하라는 것.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부분은 전체 속에서만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나무를 보지 말고 먼저 숲을 보자. 이것은 공부뿐만아니라 어디에도 적용되는 법칙? 원칙이다. 이 책은 그 법칙을 사회생활, 직장생활에 적용해 본 책이다.
그녀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뛰어들게 된다. 일본 재무성과 변호사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깨달은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정답'이 없다. 아니 '정답'이 있다고 해도 친절하게 파워포인트로 정리해서 가르쳐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 조직에서의 매뉴얼은 그 조직 속에서만 읽히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초창기에 이러한 것에 당황스러워 한다. 누구보다 학습능력, 공부능력은 뛰어나다고 자신하지만, 사회생활은 가끔 무논리와 비합리로 보이기도 한다. 상사가 맡긴 이 일을 내가 왜 해야하는지도, 그리고 이 일이 어떤의미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상사의 지시는 가끔은 애매하기까지 하다.
이는 한국의 군대생활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전에 군생활을 먼저 접한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부대에 일단 이등병으로 들어오면, 그놈이 얼마나 똑똑하건, 학력이 높건 간에 상관없이 처음에는 모두 병신이다!" 이는 비단 군대뿐만아니라 모든 조직에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디나 새로운 곳에 가게되면, 새로운 문화, 새로운 규율, 새로운 룰에 따라야한다. 특히나 군대에서 처음 접하는 괴리감은 언어에 있다. "다, 나. 까." 로 말의 문장을 끝내야 하는 것이다. '-요.' 체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에게 이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나또한 이상한 말들을 만들어 내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뤄야했다. 훌쩍.
저자는 이러한 사회생활, 조직생활에 필요한 능력, 적응하기 위한 능력으로 '부감력' 이란 말을 들고 나온다. 부감력은 쉽게 말해서 전체 맥락을 바라보는 능력이며, 더쉽게 말해서 눈치다! 조직생활,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눈치가 빨라야 한다. 시스템을 빨리 파악하고, 상사의 의도, 기분, 성격까지 빨리 파악할수록 사회생활은 편안해질 것이다. 단순히 부감력을 눈치라고만 할 수는 없다. 비슷하지만 먼가 조금 다르다. 부감력이란 좀 더 상위의 시스템에서 하위의 시스템을 바라보는 능력이다. 눈치는 단순히 자신을 둘러싼 시스템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부감력은 한 단계, 혹은 몇 단계 위에서 자신을 둘러싼 시스템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사실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시스템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바로 승진과도 직결되는 능력인 것이다. 사회조직은 대부분 피라미드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 축구감독과 축구선수가 하는 일은 다르다. 감독은 모든 일정을 고려해서 선수들을 선발해야하고, 계획하고 준비시켜야 한다. 전략과 전술을 짜고 훈련시킨다. 축구선수는 축구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 의중을 잘 이해하는 축구선수가 보다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일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것이 바로 부감력이다.
MB를 좋아하진 않지만, 예전에 그가 했던 말 중에 "자신이 빠르게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맡은 일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회사라면 회사가 돌아가는 산업현황, 유통관계, 다른 사업체들과의 협력관계 등등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일을 보다 잘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그 능력을 좋은 곳에만 쓴 것 같지는 않다. 시스템을 이해하게 되면, 그 시스템의 허점도 보인다. 어떤 사람은 그 허점을 보안하려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허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MB는 후자에 속한 인물같다. 그것도 많이.
이 책은 '부감력'이라는 사고론, 방법론을 기술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고, 자신의 사고관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고관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지사지'에 해당할 것이며, 자신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이 내게 준 경각심은 꽤 컸다.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오랜시간을 보내다보니, 나 자신의 생각은 점점 강해지고 확고해진다. 물론 책을 통해서 나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많이 깨닫고 고치게 되고,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면서 사고의 지평이 확장되는 것도 느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 모두 나 자신의 사고관일 뿐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얻어낸 것이 아니니만큼, '인지편향'이 일어날 위험이 다분하다. 나와 같은 생각만 취하고 모으고 나와 다른 생각은 무시하고 부정하고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생각이 옳다는 의식이 강해지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부정하는 경우도 많게 된다. 이것은 더 나아가면 타인의 생각을 고려, 배려하지 않는 독선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 내 생각이 옳으니깐 너의 생각은 틀렸어. 물론 내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타인의 기분이 상하는 것까지는 생각못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만 초점을 두지말고, 타인에게도 혹은 나와 타인을 둘러싼 관계에도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고 행동하는 현명함이 내게 요구된다. 이 책은 내게 그런 가르침을 주었다. 매너는 지키자. 매너는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