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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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과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어제 <싯다르타> 독서모임을 했다. 모임 중 <싯다르타>에서 오리엔탈리즘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먼저 오리엔탈리즘이 뭔지 알아보자.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원래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취미()의 경향을 나타냈던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성이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고정되고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오리엔탈리림은 서양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동양은 열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동서양을 구별짓고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한다. 일단 그 때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떠오르지 않아 제대로 반박을 못했다. 정의를 다시 보니 아쉽다. 

 그 분이 오리엔탈리즘으로 보는 근거는 동양을 신비화, 이상화했다는 것이었다. 실제 인도인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분은 처음부터 헤르만 헤세라는 서양인이 동양의 이야기를 썼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그리고 노년의 헤르만 헤세가 이렇게 젊은 주인공들의 심리와 감정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다시 찾아보니 <싯다르타>는 1922년 출판되었다. 헤르만 헤세가 45세 쯤에 쓴 책이다. 생각보다 젊은 나이에 쓴 책이었다. 이 사실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헤르만 헤세가 노년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의 사랑과 심리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가란 그게 가능한 사람이기도 하고 사람의 심리와 감정은 젊을 때나 나이 들었을 때나 크게 차이가 없는지도 모른다. 아직 그렇게 나이가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시 오리엔탈리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일단 기본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정의로도 그 분의 주장은 반박 가능하다. 동양을 신비화, 이상화했다는 사실과 동양을 열등적이고 부정적으로 봤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면 과연 헤세는 동양을 신비화하고 이상화했을까? 부처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신비화와 이상화를 피할 수 있을까? 부처 이야기를 하는데 신비함도 없고 이상적인 모습도 없을 수 있을까? 과연 타당한 비판인지 모르겠다. 

 다른 분이 좋은 말씀을 하시고 질문을 던졌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으며 만약 헤르만 헤세가 아니라 인도인이 이 소설을 썼다면 과연 그런 비판을 했을까? 였다. 서양인이 그린 인도, 불교, 부처의 이야기라는 것이 그 분에게 편견으로 작용한 것을 아닐까? 나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만약 헤르만 헤세가 아닌 인도인이 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오리엔탈리즘, 이상화, 신비화 같은 생각을 했을까?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봐야하는가? 를 두고 잠시 이야기가 오갔다. 물론 둘은 당연히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선입견,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좋은 예가 하나 있다. 

 로맹 가리는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이후 로맹 가리는 프랑스 문학계의 스타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이후 발표한 작품드마다 평론가들의 극심한 비판을 받아 심적 고통을 많이 받았다. 이후 다른 필명으로 여러 소설을 발표하다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였다. 공쿠르 상은 한 명의 작가에게 단 한 번만 주어지는 상이다. 로맹 가리는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다.

 평론가들은 아무도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1977년 로맹 가리는 <여인의 빛>, <영혼의 짐>을 발표하였으나, 에밀 아자르를 표절하려 든다며 혹평을 받았다. 로맹 가리 사후 6개월 뒤 유서를 통해 에밀 아자르가 자신임을 밝힌다. 프랑스 문학계는 큰 충격에 빠진다.

 작가는 평론가들의 편견을 피하기 위해 가명으로 작품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또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항상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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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0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세가 대가라는 걸 알겠는데
또 되짚어 보니 제대로 읽은
책은 하나도 없네요.

이러저러하게 생긴 편견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10 20:30   좋아요 1 | URL
ㅎㅎ 헤세 책 읽어볼만합니다.

전 싯다르타 데미안만 읽었는데 둘 다 추천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20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작품이네요. 저는 보통, 으로 읽었는데 남들이 다 좋다고 해서, 제가 잘못 읽었나 그랬던 책입니다.ㅋ
아, 데미안은 애정하는 책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25   좋아요 0 | URL
페크님은 마음이 평안하셔서 그런가봐요ㅎ 전 처음 읽었을 때는 번뇌와 집착으로 괴로워할 때 읽었었는데 너무 좋았답니다. 두 번째로 읽으니 저도 감정상태는 보통에 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