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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책이었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 잠시만 자투리 시간이 생겨도 손이 가는 책.
퇴근 후 스터디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요즘 스터디카페에서 경제 관련 책과, 의학교양서를 번갈아 읽고 있었다. 둘 다 재밌긴 하지만 역시 읽다보면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기분전환하고 싶어서 스터디카페에 있는 책들을 훑어보던 중. <달과 6펜스>에 눈이 갔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이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재밌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루키가 그의 소설, 혹은 에세이에서 언급한 책들은 대부분 재밌다. 그래서 서머싯 몸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에 읽게 되었다.
서머싯 몸은 폴 고갱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쓴 소설이 <달과 6펜스>다. 6펜스는 은화를 말하고 인습적, 세습적인 세계를 상징한다. 달은 이상, 순수, 원시를 상징한다.
책을 읽고 폴 고갱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폴 고갱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래픽 노블이 한 권 있어서 빌려서 보았다. 폴 고갱의 삶과 그의 모습은 <달과 6펜스>의 인물 스트릭랜드와 공통점도 있었지만 차이점도 있었다. 폴 고갱도 여러가지 의미로 굉장한 인물이었지만 스트릭랜드는 거기에 좀 더 신비롭고 순수하고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천재적' 인물로 묘사된다.
그동안 폴 고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몇 년 전 그의 유명한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가 역대 최고의 미술품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뉴스를 읽었었고. 반 고흐와의 불화로 인해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의 작품을 봐도 크게 감흥이 없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봐도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은 단순히 폴 고갱의 삶을 그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예술가의 기행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이 다가 아닌 소설이다. 책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철학적이고 풍자적인 면이 있다. 양심과 칸트의 보편적 도덕률, 정언명령에 대한 고찰은 흥미로웠다. 서머싯 몸의 소설 <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도 찾아보고 싶다.
서구 언론에서 선정하는 영문학 최고 걸작 50에 자주 들어가는 명작 소설이라고 한다. 읽어보니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밌다. 걸작이라 충분히 불리울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