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라니요.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의 이름이 언급되어서 구매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이 책의 저자 비카스 샤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134인의 거물급? 지성인들과 인터뷰를 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이 책은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인터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기업가 출신이라서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의 파트가 포함되어있는 거 같습니다.
저는 현재 파트1. 정체성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쟁쟁한 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전에 책으로 뵌 적이 있는 반가운 분들이 많습니다. 생존전문가 베어 그릴스,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조던 피터슨, <모든 순간의 물리학>의 카를로 로벨리, 유발 하라리, 제인 구달 등의 인터뷰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단점은 인터뷰가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무릇 인터뷰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야하는 거 아니겠습니다ㅎ? 대부분 한 저자당 하나의 문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단순한 것이 좋다. 다만 너무 지나치게 단순하면 안된다. 제게는 이런 하나의 문답으로 인터뷰하는 방식 너무 지나치게 단순한 쪽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예를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추상적이고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10줄(10페이지가 아닙니다!) 정도의 답변이 이어지는 식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책으로 답변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저는 수박 겉이라도 핥자는 주의라서 크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남긴 했습니다. 뭐 더 심층적으로 알고 싶은 내용은 질문에 대한 저자의 책을 찾아보면 좋을 것입니다.
아래에 좋았던 문답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 자신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과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이 이 세상을 형성한다."
-붓다
이 글은 인터뷰는 아니고ㅎ 책 첫머리에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구절입니다. 항상 붓다의 글을 접할 때마다 이분은 진정으로 천재시고 깨달은 분이셨구나를 많이 느낍니다. 채사장님은 장난인지 진담인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붓다를 꼽았습니다.(진담이었던 거 같습니다)
왜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다르다고 혹은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낄까? 이에 대해 세계적인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유발 하라리에게 의견을 물었다.
유발 하라리 : 인간은 다른 종을 지배하고 착취하기 때문에 이것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우월한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모든 동물과 구별되는 큰 차이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농업혁명 이전에 수렵 채집인은 자신들이 다른 동물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들은 자신을 자연 세계를 구성하는 일부로 여기며 주변의 동식물 및 자연현상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화롭게 지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농업혁명으로 다른 동물을 지배할 힘이 생기자 인간이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지위를 다른 창조물보다 숭고하게 격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종교를 발명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가 위대한 신들을 신성시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인간 역시 신성시했다는 점에 대해선 간과하죠. 사실 신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인간의 우월성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p58
유발 하라리의 글은 항상 통찰력이 있습니다. 저도 종교가 신들을 신성시한다고 생각했지 인간 역시 신성시했다는 점은 간과했습니다. 그리고 농업혁명, 동물에 대한 지배, 인간의 우월성이 종교와 연결된다고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우리가 동물은 다루고 착취하는 것을 생각하면 만일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지구인을 다룬다고 했을 때 변명할 여지가 없을 거 같습니다. 지구인을 노예 혹은 식량으로 사용하고 동물원에 가둔다해도요. 이는 많은 SF 소설에서 다루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븐 호킹박사였나? 그 분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외계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전파를 보내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우월한 우주인들이 전파를 수신하고 지구를 찾아왔을 때 과연 그들이 평화적으로 우리를 대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벌레나 동물, 혹은 다른 민족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그들이 평화적일 거라 안심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아래는 유발 하라리가 인류의 정체성과 관련해 커다란 변화가 있을 거라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유발 하라리: 장차 인간은 기술을 사용해 기존에 신의 영역으로 간주했던 능력들을 습득하게 될 겁니다. 비유법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조만간 인간은 각자 취향대로 생명체를 설계해서 창조하고, 머릿속과 직접 연결된 가상현실을 넘나들고, 수명을 과감히 연장하고, 원하는 대로 자신의 윤체와 정신을 개조할 것입니다. 그간의 역사에서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혁명이 일어났지만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죠.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로마 제국이나 고대 이집트의 조상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인류 자체가 급진적인 혁명을 겪게 될 거예요. 인간의 육체와 정신도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의해 변화될 겁니다. 육체와 정신이 21세기 경제를 대표하는 상품이 될 수도 있어요. 대개 미래라고 하면 우리와 생김새가 같은 사람들이 레이저건, 지능형 로봇,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우준선 등 지금보다 더 발전한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세상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미래 기술의 혁신적인 잠재력은 우리 몸과 마음을 포함한 호모 사피엔스 자체의 탈바꿈에서 나타날 거예요. 미래의 가장 신기한 기술은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선에 타고 있는 생명체가 될 거란 의미입니다. -p60
역시나 통찰력이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위 글의 내용은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중 마지막 <호모 데우스>의 주제와 일맥상통합니다. 인간은 신을 숭배하는 단계를 넘어서 신이 될 것입니다. 신의 영역으로 간주했던 대부분의 능력들을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요. 생명체를 설계하고 창조하고, 수명을 불멸에 가까울 정도로 연장하고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향상시킬 겁이다.
생각해보면 SF 영화나 소설을 보면 상상력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몇 백년이 흘러도 인류의 모습은 그대로니까요. 사실상 가장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것은 인류가 될 것이라 하라리는 말합니다. 아이언맨, 슈퍼맨, 배트맨, 헐크, 스파이더 맨 등 슈퍼 히어로는 미래 인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SF 소설 작가인 아서 클라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만약 1만년 전 유목 채집인, 아니 1900년대 초의 누군가를 지금 세계로 데려온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들을 마법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으로 100년 후의 모습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이상의 모습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서 클라크의 과학 3법칙'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1법칙: 어떤 뛰어난, 그러나 나이든 과학자가 무언가 "가능하다" 고 말했을 때, 그것은 거의 확실한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 고 말했을 경우, 그의 말은 높은 확률로 틀렸다.
2법칙: 어떤 일의 가능성의 한계를 알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불가능의 영역에 아주 살짝 도전해 보는 것 뿐이다.
3법칙: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