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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 필립 K. 딕 단편집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8월
평점 :
필립K.딕의 단편소설 모음집입니다. 단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는 영화 <토탈 리콜>의 원작 소설입니다.
2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르는 다소 절망적이고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조금 불편했습니다. 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필립K.딕의 매력이었고 이런 분위기가 좋았는데, 제가 요즘 기분이 다운되어 있어서 그런가 좋지 않았습니다.
책 마지막의 작가노트와 작가의 말이 수록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는 불안한 삶을 살았습니다. 안전강박증, 마약중독, 다섯 번의 결혼과 이혼, 정신분열증, 각종 약물 복용 등 순탄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평생을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전업작가로써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36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죽기 몇 년 전에야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현재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SF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영화화된 헐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불안한 정신상태를 엿볼 수 있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는 간혹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이 작품집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현실이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우리 뇌 속의 현실이 있고 물자체 그대로 존재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간혹 환상, 환각, 꿈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런 현실은 그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주관적인 현실입니다. 자신에게 날개가 돋아나서 하늘을 나는 환상을 경험해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땅에 처박힙니다. 객관적 현실은 우리의 주관적 현실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 두가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정신분열증 등의 환자의 경우 어떤 것이 현실인지 참 구분하기 어려울 거 같고 혼란스러울 거 같습니다. 이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잘 나타납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뭐가 현실이고 뭐가 환상인지 헷갈렸습니다.
필립K.딕의 소설들 속에는 계속해서 이런 상황들이 변주됩니다. 내가 인식하는 현실과 실재의 현실. 어느 것이 진짜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두꺼운 책이지만 소설을 짧게 읽고 싶을 때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