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게 누워서 자기



  아이들 사이에서 잘 적에는 이리로 몸을 돌리지도 못하고 저리로 몸을 돌리지도 못한다. 이리로 몸을 돌리면 이쪽 아이는 반가워 하지만 저쪽 아이는 서운해 한다. 저리로 몸을 돌리면 저쪽 아이는 달가워 하지만 이쪽 아이는 섭섭해 한다. 나는 꼼짝없이 아주 반듯하게 누워서 하늘만 쳐다보며 자야 한다.


  어느 날 허리가 결려 모로 누웠더니 한쪽 아이가 운다. 반듯이 눕기 힘들어 다른 쪽을 보며 누우니 다른 아이가 운다. 왜 우니. 같이 한 자리에 누워서 자잖니. 그렇지만 아이들 마음은 다르다. 등을 보이면 싫단다. 5분만 등을 보이면서 허리를 펴면 안 될까. 안 된단다. 그러면 아버지가 한쪽 끝에서 자고 너희가 아버지를 바라보도록 모로 누우면 되지. 그러나 그렇게 하기는 싫다. 서로 한쪽 손을 잡거나 한쪽에서 쳐다볼 수 있어야 한단다.


  아이들은 곯아떨어지고 나서 이리저리 뒹군다. 그야말로 마음껏 구른다. 그렇지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자다가 수없이 깨어 아이들을 제자리로 눕히고 이불을 여민다. 훌렁 걷어올린 옷을 내려서 배를 덮는다. 이마를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비로소 숨을 돌리며 눈을 감을라 치면 이쪽에서, 또 저쪽에서 이불을 뻥뻥 걷어차는 소리를 듣는다. 자다가도 아이들이 걷어차는 발에 하루에 몇 차례씩 허리를 맞으며 잠을 깬다. 다시 몸을 일으켜 이불깃을 여미지만, 이러느라 저러느라 날마다 여러 시간 가볍게 흐른다. 너희들 언제쯤이면 얌전하게 잠들 수 있을까.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랜만에 바깥밥 먹은 날



  오랜만에 바깥밥을 먹는다. 〈해피투데이〉라는 잡지에서 우리 도서관을 취재한 뒤 ‘시식권’이라는 종이를 석 장 보내 주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해피투데이〉라는 잡지는 ‘네네치킨’이라는 데에서 펴낸다. 그러니까, 이 잡지에 글을 쓰거나 취재를 받은 이한테 선물로 주는 시식권이지 싶다. 인터넷으로 살피니 전남 고흥에도 지점이 있네. 언제 한 번 가야지 하고 생각한 끝에 한 달 만에 시식권을 쓰기로 하고, 네 식구가 꽤 오랜만에 읍내에서 바깥밥을 먹는다.


  집에서 먹기 어려운 튀김닭을 먹는다. 아직 조그마한 ‘아기 이’이지만 어금니가 야무진 아이들은 신나게 우걱우걱 씹어서 먹는다. 배부르게 먹은 아이들은 폭신한 걸상에서 뒹굴면서 논다. 시골에서 튀김닭을 먹으려면 온 집안에 기름내음이 번지도록 하면서 튀기거나 이렇게 읍내에 나와야 한다.


  모처럼 저녁밥을 내 손으로 안 차리니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즐겁다. 집으로 돌아와서 감 한 알 썰어서 준다. 그렇게 먹고도 더 들어갈 배가 있나 보다. 이를 닦이고 옷을 갈아입힌 뒤 자리에 누인다. 도란도란 자장노래를 부른다. 작은아이가 먼저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는 더 노래를 부르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도 이내 곯아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큰아이도 스스로 곯아떨어졌겠지. 큰아이는 곯아떨어지기 앞서, 함께 나란히 누워서 자니 좋다고 속삭인다.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


요 사진은 '바깥밥' 사진이 아닙니다 ^^;; 바깥밥은 사진으로 안 찍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그릇 꽃접시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한테 맞추는 접시를 새로 장만하자고 생각하면서 꽃무늬가 들어간 접시를 네 벌씩 골랐다. 왜 꽃무늬일까?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꽃과 같이 새롭게 태어나는구나 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이 나무와 같이 다시 태어나는구나 하고 느낀다. 구름을 보면 구름과 같이, 해를 보면 해와 같이, 별을 보면 별과 같이 우리 마음이 새로운 숨결을 타지 싶다.


  꽃무늬 접시는 꽃집시가 된다. 꽃무늬 그릇은 꽃그릇이 된다. 꽃그릇을 밥그릇으로 삼는다. 꽃접시를 밥접시로 삼는다. 밥을 얹고 반찬을 함께 올린다. 일곱 살 아이도 네 살 아이도 꽃접시를 고이 여긴다. 아이들도 접시가 예쁜 줄 알고 보드라이 다룬다. 아이들이 어떤 옷을 입고 노느냐에 따라 마음도 생각도 넋도 한결 새로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밥을 다 차린 뒤



  밥을 다 차린 뒤 으레 사진기를 찾는다. 찬거리가 푸지든 몇 없든 한두 장 사진으로 건사한다. 곁님이랑 아이하고 누리는 밥이 어떠한가 돌아본다. 처음에는 밥차림을 사진으로 찍을 생각을 안 했지만, 우리 밥차림을 수수하게 사진으로 담자고 생각한 어느 날부터 밥차림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느낀다. 밥 한 그릇은 손으로 수저를 들어 입으로 넣으면서 먹을 뿐 아니라,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빛깔과 무늬를 바라보는구나 하고 느낀다. 똑같은 밥과 반찬이어도 접시에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겉모습으로만 밥차림을 따질 수 없다. 밥 한 그릇으로 몸을 살찌우려는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느낀다. 밥 한 그릇을 빌어 마음을 담고, 밥 한 그릇을 거쳐 마음을 나눈다.


  손이 바쁘면 아이들을 부른다. “벼리야, 보라야, 아버지한테 사진기를 가져다주렴.” 아이들은 사진기 하나를 둘이 함께 든다. 작은아이가 혼자 들 만한 무게이지만, 두 아이는 놀이를 하듯이 사진기를 천천히 나른다. “자, 사진기 가져왔어요.” “고마워.” 사진 한 장 찰칵 찍고 수저를 든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려받는다


  큰아이는 어버이한테서 곧바로 물려받는다. 작은아이는 큰아이한테서 물려받는다. 어버이는 큰아이한테 무엇이든 곧바로 물려준다. 큰아이는 이제 무엇이든 작은아이한테 물려주는 자리에 선다.

  그런데, 큰아이로서는 무엇이든 동생한테 물려주는 일이 가끔 못마땅하다. 동생한테 주고 싶지 않아서 얼굴이 굳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곁님과 나는 큰아이한테 이야기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무엇이든 다 주었단다. 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너한테 무엇이든 다 주었단다. 그리고 너는 네 동생한테 무엇이든 다 줄 때란다.’

  주면 사라지지 않는다. 주지 않기에 사라진다. 주면 없어지지 않는다. 주기에 더욱 커지고 아름답게 거듭난다.

  작은아이는 누나 옷을 물려입고, 작은아이는 누나 몸짓을 따라하며, 작은아이는 누나 말씨를 고스란히 좇는다. 누나가 가는 곳마다 꽁무니에 따라붙어 달린다. 누나가 하는 놀이마다 저도 같이 하겠다면서 엉겨붙는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4-11-12 01:20   좋아요 0 | URL
주면 사라지지 않는다. 주지 않기에 사라진다. 주면 없어지지 않는다. 주기에 더욱 커지고
아름답게 거듭난다.-

참말 맞는 말씀이세요~
하루의 마무리를 하며, 아름답게 거듭날 꿈을...저도 생각해보는 밤입니다.
평화롭고 좋은 밤, 되세요~*^^*

숲노래 2014-11-12 01:39   좋아요 0 | URL
하루 마무리를 하고 잠드실 적에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즐거운 이야기를 그리면서
사랑스러운 꿈 꾸셔요~~~

하늘바람 2014-11-12 11:12   좋아요 0 | URL
님과 곁님 두아이들 아름다워서 눈물나네요

숲노래 2014-11-12 15:0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도
아이들과 언제나 아름다우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