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는다
큰아이는 어버이한테서 곧바로 물려받는다. 작은아이는 큰아이한테서 물려받는다. 어버이는 큰아이한테 무엇이든 곧바로 물려준다. 큰아이는 이제 무엇이든 작은아이한테 물려주는 자리에 선다.
그런데, 큰아이로서는 무엇이든 동생한테 물려주는 일이 가끔 못마땅하다. 동생한테 주고 싶지 않아서 얼굴이 굳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곁님과 나는 큰아이한테 이야기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무엇이든 다 주었단다. 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너한테 무엇이든 다 주었단다. 그리고 너는 네 동생한테 무엇이든 다 줄 때란다.’
주면 사라지지 않는다. 주지 않기에 사라진다. 주면 없어지지 않는다. 주기에 더욱 커지고 아름답게 거듭난다.
작은아이는 누나 옷을 물려입고, 작은아이는 누나 몸짓을 따라하며, 작은아이는 누나 말씨를 고스란히 좇는다. 누나가 가는 곳마다 꽁무니에 따라붙어 달린다. 누나가 하는 놀이마다 저도 같이 하겠다면서 엉겨붙는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