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의 새 빗방울화석 시선 1
신대철 지음 / 빗방울화석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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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4


《극지의 새》

 신대철

 빗방울화석

 2018.6.12.



  1996년 십이월 한겨울 강원도 양구 어느 멧골짝, 밤 열두 시였는지 한 시였는지, 또는 두 시나 세 시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곧 다른 군부대로 떠날 동무하고 마지막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하다가 별똥잔치를 보았습니다. 하늘을 보면 그냥 이곳저곳 별똥이 쏟아지기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동무가 하는 말, “별똥 보며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저 많은 별똥에 대고 날마다 소원을 비는데 안 이뤄지는 듯해서 그만뒀어.” 별똥은 오늘 바로 우리 꿈을 이뤄 줄까요, 아니면 한참 나중에 꿈을 이뤄 줄까요. 《극지의 새》가 왜 “극지 새”인지 아리송하다고 여기면서 한 줄 두 줄 읽는데, 끝자락에 1969년 일기가 흐릅니다. 노래님으로 군인 자리에 있어야 하던 날 겪고 보고 듣고 해야 하던 살림을 고이 적바림했습니다. 지뢰를 밟아 그 자리에서 날아올라 숨을 거둔 사람, 이웃인지 벗인지 놈인지 모를 북녘 군인, 한겨레인지 딴겨레인지 모를 여러 군 간부, 총을 쥐면 사람 아닌 기계나 괴물이 되어야 하는 하루를 시를 쓰며 살아남은 글쓴이. 이들은 서로 어떻게 어우러져서 이 나라 어느 곳을 ‘극지 아닌 극지’로 차갑게 매섭게 쓸쓸하게 밟았을까요. ㅅㄴㄹ



나는 숨 돌릴 새 없이 셔터를 누른다. / 찢어진 구름과 바람 소리 / 빠져나가지 못한 갈댓잎만 잡혀도 /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 (사진 한 장/17쪽)


장군 순시는 미뤄지고 옆 사단 정보참모와 연대장이 왔다. 전방 지형과 동향을 설명할 때 팔짱 끼고 내려다보던 날카로운 눈길. ‘시 쓴다고? 여기서는 잡념 가지면 안 돼! 포를 쐈을 때 그게 폭탄이 되든 축포가 되든 불팔이 되든 그건 나중 문제야, 중요한 건 조준 당시의 살상 의도야. 적개심이 없는 군인은 군인이 아니야.’ 아무 말 안 해도 속으로 듣고 질문하는 사이 몇 번 바람 드나들고 빗방울 끼어든다. 적이란 무엇인가? (1969년 5월 14일 수요일, 구름/14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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