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27.


《태양의 장난》

 소료 후유미 글·그림/박윤정 옮김, 서울문화사, 2003.12.26.



드디어 한가위가 저문다. 나는 어느새 ‘드디어’란 말을 쓴다. 설날이나 한가위 같은 때가 닥치면 조용하던 시골이 복닥거려서 번거로운 나머지, 시골이 다시 조용해지는 ‘지나간 한가위’를 느낀다. 도시·문명·사회라는 틀은 사람들을 톱니바퀴로 바꾸어 놓는데, 이 틀에서는 홀가분하거나 아름답기 어려우리라 느낀다. 이 틀에 갇힌 하루라면 삶도 사랑도 기쁨도 멀리 떨어지지 싶다. 우리 책숲집을 조용히 건사하다가 《태양의 장난》을 문득 되읽는다. 아직 갈무리를 안 한 책시렁에서 이 만화책을 뽑아드니 예전에 읽은 자국이 곳곳에 있는데 하나도 안 떠오른다. 이렇게 줄거리를 까맣게 잊는구나. 모든 것은 가만히 흐르며 지나가는구나.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도, 뜨고 지는 해도, 불다가 가라앉는 바람도, 노래하다가 쉬는 풀벌레도, 감알을 콕콕 쪼다가 날아가는 새도, 언제나 살며시 찾아왔다가 불현듯 사라지는구나. 만화책 줄거리를 이루는 사람들은 그저 만화책에서만 나올까, 아니면 우리 삶 어느 곳에서 이처럼 하루를 지필까. 아마 그냥 만화나 책에만 나오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우리 스스로 모르는 자리에서 온갖 이야기가 불거진다. 우리 이야기를 지켜본 누가 우리 이야기를 만화로도 글로도 사진으로도 담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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