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창비시선 239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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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9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안도현

 창비

 2004.9.15.



  교과서에서 다룰 수 있는 문학은 몇 가지 안 됩니다.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는 모든 책을 건사하지 않습니다. 저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교과서로 문학을 배울 적에 처음에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문학’이 있는 줄 몰랐고, 나중에는 교과서에 안 실리거나 못 실린 문학이 엄청나게 많은 줄 느꼈으며, 이윽고 교과서에 어느 문학을 누가 넣느냐 하는 대목에서 퍽 얄궂구나 싶었어요. 교사가 안 가르치면 학생은 모르고, 사서가 안 갖추면 사람들은 책을 못 빌립니다. 교과서 엮는 이가 이녁 알음알이에 그치면 아이들은 문학을 보는 눈을 못 넓힙니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를 읽으며 한국 문학이 이렇게 따분하던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시인이란 이름을 쓰는 사내는 왜 툭하면 ‘처녀’ 타령을 할까요? 한국에서 시를 쓰는 분은 왜 말장난을 즐길까요? 학교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교과서에 이런 시를 담으며, 도서관도 이런 얼거리 문학만 갖추기 때문일까요? 창작에다가 비평이 모두 사내들 각시놀음과 말놀음에 매이는 탓일까요? 사회에 길들 적에는 글에서 힘이 사라집니다. 사회를 길들일 적에는 글에서 사랑이 스러집니다. ㅅㄴㄹ



처녀들이 사과를 받아서 두 손으로 닦은 뒤에 / 차곡차곡 궤짝에 담는다 사과가 / 코를 막고 한알씩 눈을 감았기 때문에 (덜컹거리는 사과나무/26쪽)


바다의 입이 강이라는 거 모르나 / 강의 똥구멍이 바다 쪽으로 나 있다는 거 모르나 / 입에서 똥구멍까지 / 왜 막느냐고 왜가리가 운다 / 꼬들꼬들 말라가며 꼬막이 운다 (왜가리와 꼬막이 운다/10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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