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0.8.


《행복한 고통》

 김기중 글, 글로세움, 2014.6.2.



두 다리를 바지런히 굴려야 비로소 탈 수 있는 자전거이다. 멀뚱히 서서는 탈 수 없는 자전거이다. 기름을 안 먹고 달리는 자전거이다. 기름을 안 먹되 우리가 내는 즐거운 기운을 받아서 씽씽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이다. 자전거라고 하는 탈거리는 두 다리로 이 땅을 디디는 마실길이 즐거운 줄 느끼는 사람이 빚은 재미난 살림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하늘을 날 적에는 하늘바라기가 재미있고, 바다를 가를 적에는 바닷물하고 한몸이 되어 재미있다면, 자전거로 달릴 적에는 이 땅을 더 가까우면서 넓게 누릴 수 있어 재미있다. 《행복한 고통》은 이 삶에 어떤 뜻이 있는지 잊거나 잃은 채 살아야 했던 분이 자전거를 어느 날 문득 만난 뒤 확 달라진 걸음걸이를 보여준다. 때로는 너무 빠져들어서 그만 자전거가 되레 짐이 되었고, 때로는 알맞게 떨어지면서 사랑하는 길을 걸으며 삶을 새로 사랑하는 하루를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분은 몇 해 앞서부터 경북 구미에서 ‘삼일문고’라는 책집을 열어서 매우 재미난 책꽃을 피우는 길을 간다. 즐겁게 몸을 쓰고, 즐겁게 새 이웃을 만난다. 즐겁게 하루를 열고, 즐겁게 새로운 책을 펼쳐 놓는다. 지난날까지는 ‘읽는 자리’였으면 이제는 ‘나누는 자리’로 거듭난 책길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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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비와 세레나데 1 삼양출판사 SC컬렉션
카와치 하루카 지음, 심이슬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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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17


《눈물비와 세레나데 1》

 카와치 하루카

 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8.3.26.



  학교에서 책상에 엎드려 곯아떨어지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수업이 따분해서 곯아떨어졌을 수 있지만, 몸을 푹 쉬고 새로운 꿈나라에서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몸을 이곳 교실 한켠에 내려놓고서 마음으로 훨훨 날아 먼먼 별나라나 옛날이나 이웃나라로 찾아가서 신나게 돌아다닐 수 있어요. 어느 쪽이 참모습일까요? 자는 모습하고 꿈꾸는 모습 가운데 어느 쪽이 곯아떨어진 아이한테 참넋일까요? 《눈물비와 세레나데》는 증조할머니한테서 받은 목걸이를 찬 아이가 어떤 노래를 들으면 문득 새로운 꿈나라로 가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 꿈나라는 얼추 백 해쯤 앞서인 일본인데, 아이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인 같은 일본이지만 백 해라는 나날을 거슬러 올라가니 아주 딴 나라에 왔다고 느낍니다. 말은 같아도 말결하고 말뜻이 다르고, 자리는 같아도 사람하고 삶터가 달라요. 그렇지만 아이는 어릴 적부터 한 가지를 마음에 품습니다. ‘히나’라는 아이는 “히나는 히나” 곧 “나는 나”인 줄 알아요. 내가 스스로 나인 줄 알기에 꿈나라를 실컷 누비다가도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스스로 나인 줄 잊는다면 꿈나라이든 이곳이든 그만 길을 잃고 헤매겠지요. ㅅㄴㄹ



“히나는 히나야.” “히나? 이름이 히나야?” “응.” (6쪽)


“히나코는 내가 무섭지 않아?” “처음에는 놀랐지만 도저히 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걸요.” ‘그렇다. 얼굴이 닮았을 뿐만 아니라 이 느낌은 뭘까?’ (6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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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리 봇치의 00생활 2
카츠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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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16


《히토리 봇치의 ○○생활 2》

 카츠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8.



  동무를 사귄다고 할 적에는 한동안 보다가 안 볼 사이를 사귀지 않겠지요. 그러면 오늘날 우리 삶터에서 아이들이 학교라는 터전에서 마주하는 동무는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사귀거나 마음을 터놓을 사이가 될까요? 나이가 같은 아이를 한 학년에 몰아놓고서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수업을 하는 터전에서 얼마나 오래가는 동무가 될 만할까요? 더욱이 중·고등학교는 입시지옥으로 치닫는데, 동무가 아닌 딛고 올라설 맞잡이로 바라보아야 하는 얼개에서 참다이 동무를 사귈 수 있을까요? 《히토리 봇치의 ○○생활》 두걸음은 도무지 동무를 사귀기 어렵다고 여기는 아이가 어떻게 동무를 사귀려고 애쓰는가를, 또 여러 또래 아이들이 이 아이를 어떻게 도우려 하는가를 보여줍니다. 우르르 몰려다니기에 동무가 아니고, 같은 교실에 같이 있거나 집으로 가는 길을 같이 걷기에 동무가 아닙니다. 어떤 마음인가를 읽기에 동무요, 이 마음에 따라 어떻게 마음으로 다가서느냐를 헤아릴 줄 알 적에 비로소 동무입니다. 가만히 본다면 학교라는 곳에서는 서로 배움동무가 될 적에 옳을 텐데, 아이들이 배움동무가 되자면 입시가 아닌 살림배움이나 사랑배움이나 삶배움이란 길을 걸을 수 있어야겠지요. ㅅㄴㄹ



“하지만 봇치는 친구를 만들지 않는 주의가 아니잖아. 만들지 못하는 주의지.” (47쪽)


‘의무교육. 아무리 낙제를 해도, 추가 시험을 계속 치러도, 3년만 지나면 모두 졸업.’ (8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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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별똥 탐험대 4 - 가을 별자리 여행
박수동 지음 / 청년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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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14


《고인돌 별똥 탐험대 4》

 박수동

 청년사

 2006.7.20.



  어릴 적에 보았던 만화 가운데 《별똥 탐험대》가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굳이 만화책을 모으지 않았는데, 그때에는 빌려서 읽기 쉬운 나머지, 이렇게 하루아침에 만화책이 사라질 줄 몰랐어요. 예전에 나왔던 《별똥 탐험대》 가운데 하나를 헌책집에서 어렵게 찾았지만 짝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이러다가 《고인돌 별똥 탐험대》란 이름으로 새롭게 네 권으로 나온 줄 뒤늦게 알았고, 2006년에 처음 나온 책을 2018년에 아직 판이 안 끊어져서 고맙게 장만했습니다. 다만 1980년대판 이야기를 2020년을 앞두고 읽자니 꽤 해묵었네 싶더군요. 그린이 스스로 1970∼80년대에 삶이나 살림을 더 깊거나 넓게 헤아리는 눈은 아니었던 터라, 옛날에는 익살맞은 대목이었더라도, 오늘날에는 눈살을 찌푸릴 만한 대목이 되곤 합니다. 무엇보다 별과 별누리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생각날개를 그리 환하게 펴지 못하네 싶군요. 만화가 만화다울 수 있는 힘이란 틀에 박히지 않는 홀가분함이요, 생각을 새롭게 펄럭여 마음껏 날아오르는 기쁨일 텐데, 별자리 이야기에서마저 사회·제도·과학이라는 틀에 매이네 싶더군요. 어쩌면 1980년대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치겠으나 2000년대에 덧보탠 만화라면 이런 줄거리를 손질하면 좋았을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너희 지금 어디 가니? 우린 지금 별자리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중이란다!” “지구로 돌아가고 있어요, 공주님!” “어마, 만나자마자 이별이구나. 그런데 그렇게 느린 우주선으로 언제 지구에 도착하겠니?”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공주님?” “그럼 있고말고.” (248∼24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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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이수호 지음 / 삼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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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8


《겨울나기》

 이수호

 삼인

 2014.6.9.



  같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어떤 눈길인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다르게 받아들이니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배우니 다르게 살아요. 나이가 같은 아이라 하더라도 같은 교실에 몰아넣고 같은 교과서로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아이들 마음이며 삶이며 눈빛이며 생각은 다 다르기에 다 다르게 배우고 받아들여요. 우리는 이 다른 결을 얼마나 느낄까요?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똑같은 틀에 갇히도록 밀어붙이지는 않나요? 《겨울나기》를 쓴 분은 오랫동안 교사로 아이들을 마주했고, 학교를 떠난 뒤에도 ‘새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만가만 바라보려고 합니다. 가르치는 자리에 서니 가르칠 테지만, 가르치는 자리에서 들려주는 모든 말은 ‘배우려는 아이들 눈빛에서 받아들이거나 느끼는’ 이야기가 되지 싶어요. 겨울을 나려고 가을을 맞이하고, 겨울을 나면서 봄을 맞이합니다. 모든 철은 저마다 다르게 즐거운 하루요, 모든 하루는 새로운 철로 나아가는 작은 디딤돌입니다. 눈높이를 맞춰 봅니다. 눈결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손을 뻗어 풀잎을 만지고, 손에 호미를 쥐고 씨앗 한 톨을 심습니다. ㅅㄴㄹ



아침 출근길 지하철 / 조금은 거북하게 들리던 일본말 안내 방송이 / 쓰나미 휩쓸고 간 다음 날 / 그렇게 곱게 들릴 수가 없다 /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으나 / 안타깝고 애절했다 슬프고 안쓰러웠다 / 그냥 안고 싶었다 (쓰나미 아침/96쪽)


인천 앞바다도 얼음덩어리 떠다니는데 / 언덕길 어린 나무 / 잔가지가 샛바람에 바르르 해도 / 얼지 않네 / 죽지 않네 (겨울나무 앞에서/14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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