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0.


《숲 속 나라》

 이원수 글·김원희 그림, 웅진닷컴, 1995.5.20.첫/2003.8.15.재판



국을 끓여놓되 간은 큰아이한테 맡긴다. 조금 느긋이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오늘은 해가 넉넉하기에 읍내에서 긴소매 웃옷을 벗고 깡똥소매로 다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국을 덥히고 저녁을 먹자니, 뒤꼍 감나무에 홀로 앉은 까치가 신나게 노래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왁자지껄 새노래에 풀노래라면, 겨울에는 호젓하고 고즈넉하다. 겨우내 두 낱말 ‘호젓·고즈넉’을 느끼면서 보낸다. 생각해 보니, 인천·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는 ‘시끌벅적’을 늘 부대껴야 했기에 시끌벅적을 바탕에 놓고서 글을 썼다. 시골에서 사는 오늘은 ‘호젓·고즈넉’을 늘 품기에 ‘호젓·고즈넉’을 밑빛으로 삼고, 봄여름이랑 가을에는 ‘왁자한 숲빛노래’를 밑동으로 삼는다. 《숲 속 나라》를 다시 읽었다. 가면 갈수록 ‘새로 나오는 책’보다는 ‘예전에 읽은 책’을 되읽는 매무새이다. 따끈따끈 나온다는 책이라지만 어쩐지 이야기가 낡거나 고리타분해 보이고, 한참 예전에 나왔다는 책이라지만 되읽을수록 이야기가 새롭기 일쑤이다. 책도 ‘팔려야 읽힌다’고 하는데, ‘쓰고 버리기(소비재)’로 나뒹구는 오늘날은 아닌가? ‘한 벌 읽고 버릴 책’이 아닌 ‘두고두고 되읽을 빛’을 품어야 비로소 값진 책이요, 나무를 베어 글을 묶을 만하지 않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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