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눈치 : 일찌감치 하는 사람이라면 일직 깨닫는 사람이거나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겠지. 뒤늦게 하거나 나중에 한다면 뒤늦게 알아차리거나 나중에서야 깨달은 사람이거나 그동안 눈치를 본 사람이겠지. 내가 깨닫거나 느낀 대목을 안 믿을 까닭이 없고, 다른 사람 눈치를 살필 일이 없다. 내가 하는 일을 놓고서 남 눈치를 봐야 할 까닭이 없으며,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좋은지 나쁜지를 따지려고 남 눈치를 봐야 하지도 않다. 스스로 즐거울 길을 가고, 스스로 기쁠 일을 하며, 스스로 아름답구나 싶은 대목을 깨달으면 된다. 오직 스스로 사랑으로 살아가면 되니, 사랑어린 삶에는 눈치가 없다. 2017.5.2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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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까닭 : 몸이 시키는 길로 가면 죽음이 된다. 몸이 시키는 대로 먹으려 들면 이내 이 흐름에 길들어 몸이 망가진다. 마음에 짓는 길로 가면 삶이 된다. 마음에 그리는 대로 맞아들이면 어느새 몸은 이 결을 살피며 새롭게 깨어난다. 2011.7.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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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 서로 틈을 내야 비로소 뭔가 이룬다. ‘일부러’ 하니 된다. 일부러 안 하면 못 이룬다. 생각해 봐. 일부러 틈을 내니까 만날 뿐 아니라, 이야기도 되고, 생각도 흐르고, 일이 생겨나. 바쁘다는 말도 일부러 하고, 힘들다는 말도 일부러 하지. 바쁜 틈을 낸다는 말도 일부러 하고, 힘들어도 한다는 말까지 일부러 해. 하거나 이루고 싶으니 그야말로 없는 틈이며 돈이며 무엇이든 일부러 마련하지 할 뜻이며 생각이며 마음이 없으니 무엇이든 일부러 일으키려 하지 않아. 2004.5.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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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쓴다 : “그대 글은 너무 주관적입니다. 객관적으로 다시 쓰십시오.” 하는 말을 익히 들으며 살았다. 이때마다 대꾸하기가 참 성가셨으나 가끔 대꾸했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생각해 볼까요. ‘객관적’이 있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객관적’으로 쓰거나 보거나 말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어느 사람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주관적’으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적’이기를 바란다면 기계더러 쓰라고 하십시오. 그런데 기계도 ‘객관적’일 수 없어요. 왜 그런 줄 모르시겠지요? 기계가 하는 일이란 ‘기계를 만들어서 다루려고 하는 사람이 집어넣은 풀그림대로 맞추어서 하기에, 기계는 기계를 만든 사람 주관’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기계조차 언제나 ‘주관적’입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기계도 하물며 객관 아닌 주관으로 움직이는데, 사람더러 기계조차도 안 되도록 주관을 버리란 소리는, 사람더러 넌 이제 사람 노릇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쪽(신문사 또는 출판사)이 나아가는 길, 그러니까 그쪽 주관하고 내 주관이 안 맞으면 안 맞는다고 얘기하면 됩니다. 그뿐이지요. 모든 글은 글을 쓰는 사람 뜻하고 마음으로 쓸 노릇입니다. ‘주관(주관적)’이란 글을 쓰는 사람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꾼 뜻하고 마음이요, 그이가 쓰는 글이 오롯이 사랑인가 아닌가를 읽어내어 가다듬으면 될 노릇입니다. 사람이 쓰는 글입니다. 기계가 쓰지 않습니다. 사람이 쓰는 글이 ‘주관적’이 아니라면, 그 글은 거짓말이나 겉치레나 눈속임이나 이름팔이나 허울뿐인 손장난일 테지요.” 1999.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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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을까 : 다른 사람은 다른 까닭이 있어서 읽겠지. 기다리던 글님이 쓴 책이라 읽고, 궁금해서 읽고, 배우고 싶어 읽고, 하루를 때우려고 읽기도 하리라. 이밖에 갖가지 까닭이 있을 텐데, 난 다른 이들이 왜 읽는지는 하나도 안 궁금하다. 내가 읽는 까닭을 들 뿐인데, 나는 별숨을 알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밤무지개를 받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바다빛을 먹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밤노래를 읊고 싶어 읽는다. 나는 바람을 타며 놀고 싶어 읽는다. 나는 스스로 사랑이 되어 빛나고 싶어 읽는다. 그저 그렇다. 신문배달을 하는 나를 만나고 싶다는 기자한테 이런 말을 읊었더니, 뭔가 끄적이던 수첩을 덮더라. 1998.10.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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