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사람이 쓴다 : “그대 글은 너무 주관적입니다. 객관적으로 다시 쓰십시오.” 하는 말을 익히 들으며 살았다. 이때마다 대꾸하기가 참 성가셨으나 가끔 대꾸했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생각해 볼까요. ‘객관적’이 있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객관적’으로 쓰거나 보거나 말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어느 사람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주관적’으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적’이기를 바란다면 기계더러 쓰라고 하십시오. 그런데 기계도 ‘객관적’일 수 없어요. 왜 그런 줄 모르시겠지요? 기계가 하는 일이란 ‘기계를 만들어서 다루려고 하는 사람이 집어넣은 풀그림대로 맞추어서 하기에, 기계는 기계를 만든 사람 주관’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기계조차 언제나 ‘주관적’입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기계도 하물며 객관 아닌 주관으로 움직이는데, 사람더러 기계조차도 안 되도록 주관을 버리란 소리는, 사람더러 넌 이제 사람 노릇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쪽(신문사 또는 출판사)이 나아가는 길, 그러니까 그쪽 주관하고 내 주관이 안 맞으면 안 맞는다고 얘기하면 됩니다. 그뿐이지요. 모든 글은 글을 쓰는 사람 뜻하고 마음으로 쓸 노릇입니다. ‘주관(주관적)’이란 글을 쓰는 사람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꾼 뜻하고 마음이요, 그이가 쓰는 글이 오롯이 사랑인가 아닌가를 읽어내어 가다듬으면 될 노릇입니다. 사람이 쓰는 글입니다. 기계가 쓰지 않습니다. 사람이 쓰는 글이 ‘주관적’이 아니라면, 그 글은 거짓말이나 겉치레나 눈속임이나 이름팔이나 허울뿐인 손장난일 테지요.” 1999.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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