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거론 擧論


 더 이상 거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이다 → 더는 다룰 까닭이 없는 일이다

 회의에서 거론된 문제를 해결하다 → 모임에서 다룬 일를 풀다

 여러 사람에 의해 거론되었다 → 여러 사람이 다루었다 / 여러 사람이 말하였다

 다시 거론한다는 것은 → 다시 들춘다는 얘기는 / 다시 따진다는 말은

 다시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 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 다시 들고 나왔다


  ‘거론(擧論)’은 “어떤 사항을 논제로 삼아 제기하거나 논의함”을 가리킨다고 해요. ‘논의(論議)’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내어 토의함”을 가리키고, ‘토의(討議)’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고 협의함”을 가리키며, ‘협의(協議)’는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의논함”을 가리키고, ‘의논(議論)’은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을 가리킨다고 해요. 이래저래 빙글빙골 도는데, 어떤 일을 놓고 ‘말·말씀’이나 ‘이야기·얘기·수다·읊다’를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어떤 일을 놓고 말하거나 이야기할 적에는 ‘다루다·건드리다·꺼내다·밝히다’나 ‘따지다·짚다·놓다·여기다’로 고쳐쓰고, ‘들다·들추다·들먹이다·들려주다’나 ‘나오다·나누다·듣다’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살피다·살펴보다·돌아보다’나 ‘선·마당·모임·자리’나 ‘어울리다·오가다·주고받다·흥정’으로 고쳐써도 되어요. ㅅㄴㄹ



축소나 폐지를 거론할 이유가 없기 때문

→ 덜거나 빼자고 할 까닭이 없기 때문

→ 줄이거나 없애자고 말할 까닭이 없기에

→ 깎거나 치우자고 들먹일 일이 없으니

《비급 좌파》(김규항, 야간비행, 2001) 89쪽


어떤 입으로 천국을 거론하고 있는 걸까나

→ 어떤 입으로 하늘나라를 읊었을까나

→ 어떤 입으로 하늘나라를 들먹였을까나

→ 어떤 입으로 하늘나라를 말했을까나

《낙원까지 조금만 더 3》(이마 이치코/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4) 7쪽


자신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 저희 이름이 나오면서 더 가깝게 느끼는 듯하다

→ 저희 이름을 들으면서 더 가깝게 느끼는 듯하다

《안녕, 하세요!》(이상봉, 공간 루, 2012) 67쪽


재일교포 법적 지위 문제 등은 거론조차 안 했어요

→ 일본한겨레 높낮이 얘기는 한 마디조차 안 했어요

→ 일본한겨레 살림길은 들추지도 않았어요

→ 일본한겨레가 살아온 길은 들먹이지도 않았어요

→ 일본한겨레 삶자락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 일본한겨레 삶길은 다루지도 않았어요

《한국 현대사의 민낯》(김상웅·장동석, 철수와영희, 2015) 84쪽


앞으로 더 거론하겠지만

→ 앞으로 더 밝히겠지만

→ 앞으로 더 다루겠지만

→ 앞으로 더 말하겠지만

→ 앞으로 더 들겠지만

《수학의 수학》(김민형·김태경, 은행나무, 2016) 25쪽


자신을 백금과 나란히 거론하는 말을 들었다

→ 저를 백금과 나란히 다루는 말을 들었다

→ 저를 백금과 나란히 놓는 말을 들었다

→ 저를 백금과 나란히 여기는 말을 들었다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미야자와 겐지/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6) 52쪽


교습의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를 해명하고 넘어갑시다

→ 가르치기를 다루기 앞서 자주 짚는 이야기를 밝히고 넘어갑시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2017) 219쪽


만화를 거론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그림꽃을 다룬 일을 본 적이 없다

→ 그림꽃은 들추지 않았다

→ 그림꽃은 얘기하지 않았다

《민중만화》(장진영, 정음서원, 2020) 103쪽


다채로운 배역의 라이브러리를 거론하면서 유의할 점은

→ 여러모로 구실하는 꾸러미를 들면서 살필 곳은

→ 온갖 몫을 한다고 들려주면서 헤아릴 대목은

→ 두루 맡는다고 이야기하면서 눈여겨볼 일은

《묘사하는 마음》(김혜리, 마음산책, 202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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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11 : 흰 백사장



흰 백사장

→ 흰모래밭

→ 모래밭


백사장(白沙場) : 강가나 바닷가의 흰모래가 깔려 있는 곳 ≒ 백모래밭



  모래빛이 희기에 ‘흰모래밭’입니다. ‘흰모래벌’이나 ‘하얀모래밭·하얀모래벌’이라 할 만합니다. 이 보기글은 “흰 백사장”이라 적으니 겹말입니다. 우리말 ‘희다’를 모르거나 한자말 ‘백사장’이 어떤 결인지 안 살핀 탓입니다. 처음부터 우리말로 수수하게 ‘모래밭’이라 나타낼 줄 안다면 ‘흰 + 모래밭’이나 ‘검 + 모래밭’처럼 말을 엮어요. 게다가 “동해 바다”부터 겹말입니다. ‘동해 = 동녘(동쪽) 바다’입니다. ‘동해’라고만 하거나, ‘샛바다·새녘바다’라 나타낼 노릇입니다. ㅅㄴㄹ



동해 바다 작은 섬 갯바위의 흰 백사장

→ 샛바다 작은섬 갯바위 흰모래밭

→ 새녘바다 작은섬 갯바위 모래밭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 2005)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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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10 : 돌다 회전



돌고 있는 원자들처럼 끝없이 회전할 테니

→ 도는 알갱이처럼 끝없이 돌 테니


돌다 : 1. 물체가 일정한 축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다 2. 일정한 범위 안에서 차례로 거쳐 가며 전전하다 3. 기능이나 체제가 제대로 작용하다 4. 돈이나 물자 따위가 유통되다 5. 기억이나 생각이 얼른 떠오르지 아니하다 6. 눈이나 머리 따위가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아찔하여지다 7. (속되게) 정신에 이상이 생기다 8. 어떤 기운이나 빛이 겉으로 나타나다 9. 눈물이나 침 따위가 생기다 10. 술이나 약의 기운이 몸속에 퍼지다 11. 소문이나 돌림병 따위가 퍼지다 12. 방향을 바꾸다 13. 생각이나 노선을 바꾸다 14. 근무지나 직책 따위를 옮겨 다니다 15. 무엇의 주위를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다 16. 어떤 장소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다 17.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비켜 가다 19. 어떤 곳을 거쳐 지나가다 20. 길을 끼고 방향을 바꾸다 21. 일정한 범위 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22. 볼일로 이곳저곳을 다니다 23. 차례차례 다니다

회전(回轉/廻轉) : 1. 어떤 것을 축으로 물체 자체가 빙빙 돎 ≒ 전회(轉回) 2. 한 점이나 축 또는 어떤 물체를 중심으로 하여 그 둘레를 빙빙 돎 3. 방향을 바꾸어 움직임



  돌기에 ‘돌다’라 합니다. 동그라미를 그리듯, 동글동글 움직이니까 ‘돌다’입니다. 둘레를 둥그렇게 움직일 적에는 ‘두르다’입니다. 이러한 말결을 헤아린다면, 구태여 한자말 ‘회전’을 쓸 일이 없습니다. 때로는 ‘돌다’라 하면 되고, 때로는 ‘빙빙·빙글·빙그레’라 하면 되어요. ㅅㄴㄹ



별들을 바라보라. 성운들이 네 안에서 돌고 있는 원자들처럼 끝없이 회전할 테니

→ 별을 바라보라. 별구름이 네 몸에서 도는 알갱이처럼 끝없이 돌 테니

→ 별을 바라보라. 별밭이 네 몸속에서 도는 알빛처럼 끝없이 돌 테니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 2005)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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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63 : 백미러 속 누군가 -고 있었다



백미러(back mirror) : 뒤쪽을 보기 위하여 자동차나 자전거 따위에 붙인 거울 ≒ 후사경

バックミラ-(일본어 back + mirror) : (자동차의) 백미러; 후시경(後視鏡)



일본말 ‘백미러’를 굳이 그냥 쓰는 분이 아직 많습니다. 우리말 ‘뒷거울’이 있으니, 이제는 좀 말끔히 털기를 바라요. 일본말을 부러 써야 글이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누가’로 손봅니다. 거울을 볼 적에는 “거울로 보다”나 “거울을 보다”예요. “거울 속을 보다”가 아닙니다. 하늘을 볼 뿐, “하늘 속”을 보지 않아요. 옮김말씨 ‘-고 있다’도 털어냅니다. ㅅㄴㄹ



백미러 속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 뒷거울로 누가 달려온다

→ 뒷거울을 보니 누가 달려온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신용목, 창비, 201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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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59 : 년 역사 지닌 세계적 수도 중의



년(年) : (주로 한자어 수 뒤에 쓰여) 해를 세는 단위

역사(歷史) :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 사·춘추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4.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 역사학

세계적(世界的) : 이름이나 영향이 온 세계에 미치거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도(首都) :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도시 ≒ 국도(國都)·수부(首府)·주도(主都)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역사를 지닌”은 옮김말씨입니다. 한자말 ‘역사’를 살리고 싶다면 “역사가 있는”이나 “역사가 흐른”이라 해야 알맞습니다. 우리말로는 “600해를 이은”이나 “600해를 살아온”이라 하면 되어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수도 중의 하나”도 옮김말씨예요. ‘가장 (무엇) 중의 하나’라는 얼개인데, 이 옮김말씨는 ‘아주·무척·매우·대단히’를 가리킵니다. 뜻 그대로 ‘아주·무척·매우·대단히’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이 보기글은 우리나라 ‘서울’이 아주 오래된 곳이라고 밝히는 얼개이기에, “가장 오래된 수도 중의 하나”는 ‘으뜸고을’이나 ‘꼭두’로 손볼 만합니다. ㅅㄴㄹ



600년 역사를 지닌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수도 중의 하나다

→ 600해를 이은 아주 오래된 꼭두이다

→ 600해를 살아온 참 오래된 으뜸고을이다

《가난이 사는 집》(김수현, 오월의봄, 2022)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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