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한 줄기 바람



이리저리 부는 바람을 보면 ‘한 줄기’ 바람이 아니라 ‘두 줄기’나 ‘여러 줄기’ 바람으로 여길 수 있어. 그렇지만 아무리 먼 곳까지 부는 바람이더라도 모든 바람은 한 줄기야. 여기저기 흐르는 물을 보면 ‘한 줄기’ 냇물이나 샘이나 바다가 아니라 ‘두 줄기’나 ‘여러 줄기’ 물로 여길 만해. 그러나 아무리 온곳과 곳곳에서 흐르는 물이더라도 모든 물은 한 줄기야. 이 별에 사람이 참으로 많지? 그러나 개미가 더 많고, 벌레가 더 많아. 그런데 사람이건 개미이건 벌레이건 다 다른 몸에 다 다른 빛이 깃들지만 ‘사람’으로서 하나이고 ‘개미’로서 하나이고 ‘벌레’로서 하나란다. 온누리에 가득한 별도 서로 다른 ‘빛돌’인데, 이 빛돌도 서로 다르되 ‘별’로 보아서는 하나이지. 네(내)가 가는 길은 이리저리 헤매기도 하면서 숱한 갈래가 있다고 여길 만해. 그러나 모든 길은 ‘삶’으로서 하나야. 오르는 길도 내리는 길도 오르거나 내릴 뿐 그저 누구나 스스로 나아가는 ‘삶’이라는 ‘길’이지. 네가 쐰 바람은 너를 거쳐서 옆사람을 스치더니 더더 옆으로 가면서 모든 사람을 스쳐. 저 먼 곳에서 숱한 사람을 어루만진 바람은 옆사람을 어루만지더니 다시금 옆으로 옆으로 불면서 어느덧 너한테 다가가. 모든 사람이 쐬는 바람은 다 다른 듯해도 이 별을 감도는 한 줄기 바람이야. 사람이 마시는 바람줄기를 나무가 마시고 쥐가 마시고 코끼리가 마시고 정어리가 마시고 쥐며느리가 마셔. 저마다 다르게 입은 몸이지만 언제나 새록새록 함께 누리는 바람이자 숨이고 하늘이지. 네가 디디는 땅은 너희 집을 이루는 터일 수 있지만, 새와 나비가 쉬어가는 자리이면서, 뭇씨앗과 숨결이 여러모로 어울려 사는 곳이기도 해. “하나인 마음”을 알려면 “한 줄기 바람”과 “한 방울 물”을 함께 헤아리면 돼. 2026.7.12.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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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복숭아 ㅣ 아침달 시집 30
이은규 지음 / 아침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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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6.

노래책시렁 563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아침달

 2023.3.31.



  아름답구나 싶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늉으로 꾸미는 그림책이 있고요. 두 가지 그림책을 나란히 이야기하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하다 보니, 어느덧 서른 해 넘게 그림책수다를 한참 펴는 길을 걸었습니다. 이동안 그림꽃(만화)이며 빛꽃(사진)도 나란히 수다를 떨고, 노래(시)를 놓고도 한참 수다를 떱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빚거나 언제나 손으로 합니다. 종이에 적거나 글판을 두들기거나 손으로 합니다. 우리 손이란 삶을 빚고 짓고 가꾸면서 펴고 나누는 징검다리와 같다고 할 만합니다. 언제나 손짓기로 손살림을 이룬 뒤에라야 무엇이든 펼쳐 보이면서 함께합니다. 《무해한 복숭아》를 읽었습니다. 어느새 바람말처럼 떠도는 ‘무해’에 ‘무탈’입니다. 이런 일본말씨를 굳이 쓸 수 있습니다만, 구태여 왜 써야 할는지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일본바라기인 안익태가 이웃나라 옛노래를 슬쩍 따왔다고 하는 ‘나라사랑노래(애국가)’를 아직 그대로 붙듭니다. 안익태 발자취가 이미 드러났어도 못 바꾸거나 안 바꿉니다. 길든 탓일까요? 길들였기 때문일까요? ‘좋은노래’를 쓰려고 하기에 오히려 꾸미고 덧씌우면서 겉말에 갇힙니다. 복숭아씨 한 톨을 땅에 고이 묻어서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는 열 해에 스무 해를 지켜보는 나날을 문득 글로 옮길 수 있다면, 우리가 쓰는 모든 말글은 그저 내내 노래일 테지요.


ㅍㄹㄴ


지난가을 내내 헬렌과 니어링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그러나 나는 도무지 어렵기만 해요 아름다움도 삶도 사랑도 마무리도,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13쪽/밤의 물체 주머니)


이번 생에 화력발전소는 못 세우고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담합을 한 것 (29쪽/당인리 발전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게 무엇일까 / 그 대신 납작복숭아 한 알을 샀다 / 오래된 신화에서 영생을 안겨준다던 열매 / 비밀의 문장에 밑줄을 그었기에 (42쪽/납작복숭아)


이렇게 아름답지 않은 새는 처음입니다. 진흙을 뭉친 듯 온통 거친 털로 뒤덮인 동그란 몸 날개가 퇴화되어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천적이 없어 더 다윽한 (86쪽/키위, 새)


+


《무해한 복숭아》(이은규, 아침달, 2023)


밀고 당김으로 아름다운 보호색을 가진 새인 척하자

→ 밀고 당기며 아름답게 돌봄빛이 나는 새인 척하자

→ 밀당으로 가림빛이 아름다운 새인 척하자

12쪽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 웬일인지 그런 낱말을 떠올리면 마음이 뾰족합니다

→ 웬일인지 그런 말을 떠올리면 마음부터 뾰족합니다

13쪽


수줍음과 의혹으로 가득 찬 페이지는 무겁다

→ 수줍고 거짓으로 가득 찬 쪽은 무겁다

→ 수줍고 못 믿을 종이는 무겁다

19쪽


별들의 희미한 메아리가 새겨져 있고, 서사의 탄생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 별메아리를 옅게 새기고, 누가 새이야기를 지켜봅니다

→ 별메아리를 살짝 새기고, 누가 새살림을 지켜봅니다

27쪽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담합을 한 것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말만 한다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입맞추기

29쪽


섬에 도착한 직후 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힙하지 않으면

→ 섬에 오자마자 너는 영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반짝이지 않으면

→ 섬에 닿은 뒤 너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다르지 않으면

39쪽


누군가 포춘 쿠키의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길꽃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짚꽃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가늠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무꾸리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49쪽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 낮과 밤이 같은 밤늦이

→ 낮과 밤이 같은 나란밤낮

→ 낮과 밤이 같은 한낮밤

70쪽


편지를 씁니다 그 속에는 한 사람의 부고訃告도 함께 동봉하여 있습니다

→ 글월을 씁니다 글월에는 한 사람 궂긴글도 함께 묶습니다

→ 글을 씁니다 글에는 한사람 떠남글도 함께 띄웁니다

8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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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달강
권정생 지음, 김세현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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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9.6.

그림책시렁 1740


《세상달강》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한울림어린이

 2026.1.1.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 현대적인 감각으로 피워낸 그림책” 같은 추킴말이 붙은 《세상달강》을 아홉 달쯤 곁에 두고서 돌아봅니다. 그림책이란, ‘붓끝질’이 아니라 ‘이야기꾸러미’일 텐데, 어쩐지 우리나라만큼은 이야기꾸러미보다는 붓끝질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이제는 이웃나라에서도 붓끝질에 따라서 보람(상)을 매기곤 합니다. 남다르거나 빼어난 붓끝질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모름지기 그림책에는 아이어른이 나란히 앉아서 함께 나누는 숨빛이 흐르게 마련입니다. 숨빛부터 읽고 나누고 노래하기보다 자꾸 붓끝질을 추키려고 하면 그만, ‘멧배(산으로 가는 배)’가 되고 맙니다. 《세상달강》에 나오는 쥐는 “머리 까만 생쥐”라고 하는데  정작 그림책에는 ‘흰쥐’를 그렸더군요. 왜 이렇게 그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쥐이건 그저 쥐일 테니 ‘깜머리쥐’이건 ‘흰쥐’이건 안 대수로울 수 있습니다. 떠난 권정생 할배는 우리한테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러니까 ‘권정생 할배 = 이야기 할배’입니다. 말재주나 글솜씨를 남기지 않았어요. 우리는 옛날 할배한테서 ‘이야기를 꾸리는 마음’을 읽고서 새롭게 오늘 이곳을 노래해야 하지 않을까요? 붓끝을 남달리 놀리는 일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붓끝만으로는 어린이한테 남길 씨앗이 없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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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친구야
우치다 린타로 지음, 후리야 나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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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9.6.

그림책시렁 1879


《미안해, 친구야》

 우치다 린타로 글

 후리야 나나 그림

 허찬 옮김

 주니어RHK

 2007.7.23.



  먼저 고개를 숙이면 ‘지는’ 셈이라고 잘못 여기는 분이 있습니다. 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 억누르는 셈인데, 삶이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닙니다. 삶이란 서로 어울리면서 새롭게 배우고 나누는 길입니다. 《미안해, 친구야》는 즐겁게 어울려 놀던 둘 사이에 ‘겨루기’라는 몸짓이 스멀스멀 끼어드는 바람에 와장창 깨져서 축 처지는 두 아이 하루를 보여줍니다. 그저 놀이일 뿐인데 “왜 자꾸 지지? 왜 또 지지? 난 언제 이기지?” 하고 여기려니 그만 불처럼 타오릅니다. 불타오를 적에는 으레 멍청하거나 얼뜬 말과 짓이 솟구칩니다. 스스로 잘못했으면 그저 잘못했다고 털어놓으면 됩니다. 스스로 잘했으면 그저 익은 벼처럼 말없이 빙그레 웃으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됩니다. 잘했기에 고개를 치켜들면서 자랑해야 하지 않습니다. 잘못했기에 이 탓 저 타령을 둘러대야 하지 않아요. 어릴적부터 즐겁게 놀고 새롭게 얘기하고 함께 어울리는 소꿉살림을 찬찬히 지필 노릇입니다. 주거니받거니 오가는 말로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지내지 않은 채 나이만 먹을 적에는 그만 모든 일을 겨루기나 다투기나 뽐내기나 싸우기로 엉뚱하게 쳐다보면서 온통 불타오르는 죽음늪으로 치닫게 마련입니다.


#內田麟太郞 #降矢なな #ごめんねともだち (2001)


ㅍㄹㄴ


《미안해, 친구야》(우치다 린타로·후리야 나나/허찬 옮김, 주니어RHK, 2007)


속임수를 쓰는 건 나쁜 짓이야

→ 속이는 짓은 나빠

→ 속임짓은 나빠

→ 속이면 나빠

8쪽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 부아가 납니다

→ 불타오릅니다

→ 성이 납니다

10쪽


그럴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 그럴 일이 없는 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 그럴 까닭이 없다고 누구보다 잘 압니다

15쪽


항상 가던 곳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 늘 가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 으레 가는 곳으로 거닙니다

→ 언제나 가는 곳으로 갑니다

17쪽


화해하게 된 것이 너무너무 기뻐서 말이에요

→ 풀어냈기에 무척 기뻐서 말이에요

→ 누그러뜨려서 몹시 기뻐 말이에요

→ 잘 지낼 수 있어 참 기뻐서 말이에요

3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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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938 : -ㅁ 의혹 페이지


수줍음과 의혹으로 가득 찬 페이지는 무겁다

→ 수줍고 거짓으로 가득 찬 쪽은 무겁다

→ 수줍고 못 믿을 종이는 무겁다

《무해한 복숭아》(이은규, 아침달, 2023) 19쪽


‘수줍다’를 ‘수줍음’처럼 쓸 수 있습니다만, 이 보기글처럼 “수줍음과 의혹으로 가득 찬”처럼 쓰지는 않아요. 이때에는 “수줍고 + 못 믿을”이나 “수줍고 + 거짓으로 가득 찬”처럼 씁니다. 영어 ‘페이지’는 ‘쪽’이나 ‘종이’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의혹(疑惑) 의심하여 수상히 여김. 또는 그런 마음

페이지(page) : 1. = 쪽 2. = 쪽. ‘쪽’, ‘면’으로 순화 3. [컴퓨터] 표시 화면상에서 나타나는 한 화면 분량의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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