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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복숭아 ㅣ 아침달 시집 30
이은규 지음 / 아침달 / 2023년 3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6.
노래책시렁 563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아침달
2023.3.31.
아름답구나 싶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늉으로 꾸미는 그림책이 있고요. 두 가지 그림책을 나란히 이야기하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하다 보니, 어느덧 서른 해 넘게 그림책수다를 한참 펴는 길을 걸었습니다. 이동안 그림꽃(만화)이며 빛꽃(사진)도 나란히 수다를 떨고, 노래(시)를 놓고도 한참 수다를 떱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빚거나 언제나 손으로 합니다. 종이에 적거나 글판을 두들기거나 손으로 합니다. 우리 손이란 삶을 빚고 짓고 가꾸면서 펴고 나누는 징검다리와 같다고 할 만합니다. 언제나 손짓기로 손살림을 이룬 뒤에라야 무엇이든 펼쳐 보이면서 함께합니다. 《무해한 복숭아》를 읽었습니다. 어느새 바람말처럼 떠도는 ‘무해’에 ‘무탈’입니다. 이런 일본말씨를 굳이 쓸 수 있습니다만, 구태여 왜 써야 할는지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일본바라기인 안익태가 이웃나라 옛노래를 슬쩍 따왔다고 하는 ‘나라사랑노래(애국가)’를 아직 그대로 붙듭니다. 안익태 발자취가 이미 드러났어도 못 바꾸거나 안 바꿉니다. 길든 탓일까요? 길들였기 때문일까요? ‘좋은노래’를 쓰려고 하기에 오히려 꾸미고 덧씌우면서 겉말에 갇힙니다. 복숭아씨 한 톨을 땅에 고이 묻어서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는 열 해에 스무 해를 지켜보는 나날을 문득 글로 옮길 수 있다면, 우리가 쓰는 모든 말글은 그저 내내 노래일 테지요.
ㅍㄹㄴ
지난가을 내내 헬렌과 니어링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그러나 나는 도무지 어렵기만 해요 아름다움도 삶도 사랑도 마무리도,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13쪽/밤의 물체 주머니)
이번 생에 화력발전소는 못 세우고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담합을 한 것 (29쪽/당인리 발전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게 무엇일까 / 그 대신 납작복숭아 한 알을 샀다 / 오래된 신화에서 영생을 안겨준다던 열매 / 비밀의 문장에 밑줄을 그었기에 (42쪽/납작복숭아)
이렇게 아름답지 않은 새는 처음입니다. 진흙을 뭉친 듯 온통 거친 털로 뒤덮인 동그란 몸 날개가 퇴화되어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천적이 없어 더 다윽한 (86쪽/키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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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복숭아》(이은규, 아침달, 2023)
밀고 당김으로 아름다운 보호색을 가진 새인 척하자
→ 밀고 당기며 아름답게 돌봄빛이 나는 새인 척하자
→ 밀당으로 가림빛이 아름다운 새인 척하자
12쪽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 웬일인지 그런 낱말을 떠올리면 마음이 뾰족합니다
→ 웬일인지 그런 말을 떠올리면 마음부터 뾰족합니다
13쪽
수줍음과 의혹으로 가득 찬 페이지는 무겁다
→ 수줍고 거짓으로 가득 찬 쪽은 무겁다
→ 수줍고 못 믿을 종이는 무겁다
19쪽
별들의 희미한 메아리가 새겨져 있고, 서사의 탄생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 별메아리를 옅게 새기고, 누가 새이야기를 지켜봅니다
→ 별메아리를 살짝 새기고, 누가 새살림을 지켜봅니다
27쪽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담합을 한 것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말만 한다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입맞추기
29쪽
섬에 도착한 직후 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힙하지 않으면
→ 섬에 오자마자 너는 영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반짝이지 않으면
→ 섬에 닿은 뒤 너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다르지 않으면
39쪽
누군가 포춘 쿠키의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길꽃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짚꽃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가늠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무꾸리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49쪽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 낮과 밤이 같은 밤늦이
→ 낮과 밤이 같은 나란밤낮
→ 낮과 밤이 같은 한낮밤
70쪽
편지를 씁니다 그 속에는 한 사람의 부고訃告도 함께 동봉하여 있습니다
→ 글월을 씁니다 글월에는 한 사람 궂긴글도 함께 묶습니다
→ 글을 씁니다 글에는 한사람 떠남글도 함께 띄웁니다
8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