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945 : 평화와 고요 것 이것


평화와 고요, 올리버가 바라는 것은 이것뿐이었어요

→ 느긋과 고요, 올리버는 이렇게 바랐어요

→ 올리버는 따뜻하고 고요하길 바랄 뿐이에요

《작은 토끼 마시멜로》(클레어 터레이 뉴베리/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0) 2쪽


시끄럽거나 떠들거나 싸우지 않을 적에는 ‘고요’하거나 ‘조용’하다고도 여깁니다. “평화와 고요”라 하면 같은 말을 되풀이한 셈입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느긋과 고요”라든지 “따뜻하고 고요하다”처럼 살짝 다르게 손볼 만합니다. 잘못 쓰는 옮김말씨인 “바라는 것은 + 이것뿐이었어요”는 “이렇게 + 바랐어요”나 “바랄 + 뿐이에요”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평화(平和) : 1. 평온하고 화목함 2.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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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944 : -용 커닝페이퍼 만들게 될


책가방용 커닝페이퍼를 만들게 될 줄은 몰랐는데

→ 책가방 도움종이를 그릴 줄은 몰랐는데

→ 책가방 그림 곁종이를 둘 줄은 몰랐는데

《학교에서 살아남기 3》(스베틀라나 치마코바/류이연 옮김, 보물창고, 2020) 237쪽


책가방을 그리려고 곁종이를 둔다고 합니다. 그림으로 꾸준히 담으려고 하는데 여태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붓을 쥘 적마다 헷갈리거나 힘들 만해요. 그래서 미리 종이에 여러 모습을 담아 놓고서 그때그때 도움종이로 삼습니다. 일본말 ‘커닝페이퍼(컨닝페이퍼)’는 낱말책에 없습니다. 없을 만한 일입니다만, 우리 스스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는지 짚기는 해야 할 노릇입니다. 때로는 ‘몰래종이’라고 할 테지요. 옮김말씨인 “만들게 될”은 “그릴”이나 “둘”로 바로잡습니다. 일본말씨인 ‘-용’은 그저 털어냅니다. ㅍㄹㄴ


-용(用) : ‘용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커닝 페이퍼 : x

컨닝 페이퍼 : x

커닝(cunning) : 시험을 칠 때 감독자 몰래 미리 준비한 답을 보고 쓰거나 남의 것을 베끼는 일. ‘부정행위’로 순화

cunning paper : x

cheat sheet : 커닝 쪽지

カンニング·ペ-パ-(일본조어 cunning+paper) : 커닝 페이퍼. (수험시의 부정을 위하여) 훔쳐보려고 적은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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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읽는 나 + 읽는 바보

읽는 서울



  서울에 닿으면 서울책집부터 찾는다. 인천에 닿으면 인천책집부터 찾아간다. 대구·광주·부산·대전·청주·전주·진주 모두 그곳책집부터 헤아린다. 책집이 없는 고장은 없을 테지만, ‘늪책(학습지·참고서)’으로 벌이를 하는 책집만 있는 곳이 꽤 많다. 늪책을 다루지 않으려고 하는 마을책집을 차리는 분이 꾸준히 있되, 서울과 제주와 몇몇 큰고장으로 쏠린다. 작은고장이나 시골에서 꿋꿋하게 마을책집을 차리는 손길은 아직 너무 적다.


  서울에 닿아서 책집 두 곳을 찾아보았다. 이제 종이를 얻어서 책더미 하나를 묶는다. 한결같이 종이책을 만지고 살피고 읽는다. 언제나 종이에 쓰고 담고 생각한다. 셈틀과 손전화도 쓰되,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길은 으레 종이를 바탕으로 삼는다. 먼먼 옛날부터 온누리 모든 사람이 풀포기 속심을 얻어서 실로 삼고 천으로 짜고 옷으로 지었듯, 책과 글을 여미는 속빛은 종이를 다루는 손길로 가꿀 일이라고 본다.


  시골에서는 종이책이 아니더라도 풀과 나무를 매만지면서 책이라는 이야기를 말없이 마음으로 누리고 나눌 수 있다. 모든 종이는 ‘나무’가 내어준 몸이다. 모든 종이는 아름드리숲을 이룬 아름나무한테서 고맙게 얻는다. 나무가 있기에 종이를 쓴다. 아름숲이 있기에 책을 묶는다. 나무가 없다면 글을 못 쓰는 얼개이다. 숲을 모른다면 책읽기를 모르거나 겉훑기만 하는 셈이다.


  서울이라면 길나무를 보다가 책집으로 간다. 우리나라 서울은 아직 ‘숲’이라 하기는 어려운 ‘쉼뜰’이라고 할 만하다. 사람이 함부로 안 건드리는 풀꽃나무잔치일 적에 비로소 숲이라 한다. 사람이 섣불리 가지나 줄기를 친다면 숲일 수 없고, 사람이 일부러 바닥돌을 놓는다든지 거님길을 낸다면, 이때에도 숲이 아니다. 숲이라고 하려면,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과 뭇짐승과 뭇새가 그저 해바람비를 나란히 품으면서 아늑한 터전일 노릇이다.


  부산도 인천도 서울도 으레 갈아타고 또 갈아탄다.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길은 드물되, 꽤 멀어도 이래저래 달구지에 책짐을 싣고서 읽고 쓸 만하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안고 지고 업고 이면서 다녔다면, 이제는 무척 무거운 짐조차 수월히 짐받이나 바닥에 놓고서 느긋이 오갈 수 있다. 짐나래(택배)에 맡겨도 나쁘지 않되, 책짐이라면 되도록 스스로 품고 안고 이고 들면서 다닐 노릇이다. 손길이 닿으면서 속을 읽는 책이다. 손끝에 따라 새롭게 살피는 책이다. 눈끝으로도 훑되, 언제나 손과 발과 팔과 다리와 온몸을 고르게 쓰면서 맞아들이면서 반짝이는 책이다.


  예전에도 읽는 사람이 읽을 뿐이고, 쓰는 사람이 쓸 뿐이다. 요즘도 쓰는 사람이 쓰고, 읽는 사람이 쓸 뿐이다. 종이로 읽든 마음으로 읽든, 나누려고 하기에 읽는다. 마음에 쓰든 종이에 쓰든, 펴려고 하니까 쓴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면, 이제 나무를 안 읽는다는 소리이다.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다면, 어느새 숲을 잊거나 등진다는 뜻이다. 손수 나무를 심어서 돌볼 땅을 마당에서 누리는 집에서 살아갈 때라야 책을 푸르게 읽는다. 우리집과 이웃집 모두 숲정이에 안겨서 크고작은 새가 날아들어 노래할 때라야 글을 푸근하게 쓴다.


  한가람을 잇는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너고 새로 건넌다. 어느 책은 쭉정이인데 몹시 잘 팔린다. 어느 책은 알찬데 이내 사라진다. 이미 읽눈도 쓰손(쓰는 손)도 길든걸. 늘 새롭게 배우면서 쓰려고 하면, 해를 거듭하며 모든 쭉정이는 곧 걷히면서 모든 알짜가 빛나겠지. 나무가 죽어가고 숲이 시늉인 서울에 눌러앉아서 책을 쥐거나 글을 붙들면, ‘읽눈·쓰손’ 모두 ‘읽눈시늉·쓰손흉내’로 갇히느라 겉치레·겉발림에 파묻혀서 해롱거리는구나 싶다.


  저녁일을 앞두고서 책집마실로 배운다. 세 군데 작은책집까지 들르고서 일할 곳으로 옮긴다. 밥이 바로 책이요, 마음에 얹는 이야기가 저마다 빛이다. 눈으로 머금고 손으로 받아들인다. 눈길로 누리고 손길로 익힌다. 발걸음으로 찾고 발바닥으로 익힌다. 시나브로 슬슬 해가 넘어가면 서울길도 붐비겠구나. 2026.9.29.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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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14
토리노 난코 지음, 최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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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9.30.

책 없는 책상이라면


《토리빵 14》

 토리노 난코

 최신영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6.3.15.



  우리는 흔히 ‘책상·책상머리·책상물림’ 같은 말을 씁니다만, 막상 ‘책 없는 책상’인 분이 수두룩합니다. 나라일을 맡는다는 벼슬꾼(공무원)을 보면, 자리에 책이 없기 일쑤예요. 일을 하다가 책을 어찌 읽느냐고도 여기지만, 일때(근무시간)에 딴짓(웹서핑)을 하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일손을 쉴 적에는 책을 읽어서 새롭게 배울 뿐 아니라, 저마다 맡는 갈래가 아닌 온누리 온갈래를 헤아리는 눈썰미도 키워야 할 노릇입니다.


  이제는 마을살림(지역자치)을 한다고 여기는데 막상 마을글꾼(지역작가)이 쓴 책을 읽을 마을일꾼(지역공무원)이 무척 적어요. ‘시도지사·군수·국회의원·군의원·교육감·교육장’ 가운데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서 책을 사읽는 분은 몇이나 될는지 궁금합니다. 이런저런 자리를 맡는 일꾼이라면 하루이틀에 책 한 자락은 꼬박꼬박 읽을 틈을 내야 마땅할 텐데, 책읽는 마을일꾼을 보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교육부·교육청’ 일꾼은 어떨까요? 서울에 있는 교육부라든지 고장마다 잇는 교육청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린이책이나 푸른책을 몇 자락이나 읽었을까요? 몸담은 곳이 ‘교욱부서’이지만 정작 어린이책도 푸른책도, 더구나 그림책조차도 안 읽기 일쑤입니다. 아니, 그냥 하나같이 책을 멀리합니다.


  《토리빵 14》을 되새깁니다. 봄이면 봄빛을 들려주는 《토리빵》이고, 가을이면 가을을 노래하는 《토리빵》입니다. 이 그림꽃을 서른 해 즈음 선보이는 그림님은 시골 한복판이 아닌 마을 한켠에서 ‘마당 있는 살림집’을 꾸립니다. 들숲메라면 크고작은 새가 언제나 춤출 텐데, 마을집은 들숲메하고는 달라요. 그러니까 마을 어느 곳에나 새가 깃들면서 사람하고 이웃하고 동무하는 푸른길을 바라는 푸른붓이자 푸른살림인 셈입니다.


  우리가 으레 잊습니다만, 예부터 어느 곳에나 새가 날아들었습니다. 새가 날아들지 않으면 ‘사람 살 데’가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벌나비가 찾아들지 않아도 ‘사람 살 곳’이 아니라고 여겼고요. 밥과 옷과 집을 손짓기로 일구면서 스스로 누리고 널리 나누는 삶이었으니, 어느 집이나 풀꽃나무를 품는 터전에서 지냈습니다. 손수 심기도 하지만 새와 벌레가 심어 주기도 합니다. 함께 심고 함께 누리고, 함께 돌보며 함께 누리는 푸른마을인 얼개입니다.


  서울에 집이 모자라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서울은 ‘사람집’보다 ‘새집’과 ‘벌레집’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서울에는 사람만 미어터지는 바람에 거꾸로 사람 사이가 아귀다툼이거나 불늪이기 일쑤입니다. 앞으로는 마당을 둔 곳만 ‘집’이라 여겨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마당에 나무를 심고 밭에 푸성귀를 가꾸는 곳만 ‘집’으로 삼아야 합니다.


  아이는 사랑으로 낳아서 돌볼 노릇입니다. 집은 사랑으로 지어서 품을 일입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만나서 어울리고 얘기해야지요.


  사람은 곁에 늘 새를 불러들이면서 즐겁게 살아왔습니다. 사람은 곁에 새를 두지 않으면서, 아니 새가 날아앉을 나무 한 그루 없이 매캐하고 빽빽한 서울로 망가지면서, 그만 새소리(새가 들려주는 노래 + 새롭게 들려주고 듣는 이야기)를 몽땅 잃어버립니다. 새를 안 보거나 새를 잊느라, 그만 새(사이)를 잇는 마음마저 팽개칩니다. 전남광주에 ‘반도체공장’을 어마어마한 돈으로 때려짓겠다고 하는데, 물과 빛을 끔찍하도록 엄청나게 잡아먹는 뚝딱터를 자꾸자꾸 때려짓다 보면, 우리 스스로 사람빛과 사람길과 사람넋과 사람씨를 모조리 무너뜨리겠구나 싶습니다.


  나무 한 그루와 나란히 차근차근 살리는 집으로 나아갈 때에 하루가 아늑합니다. 나비 한 마리와 나란히 차분차분 살림하는 집으로 이어갈 적에 오늘이 새롭습니다. 앞으로는 함께 바뀔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은 눈을 뜨면서 하나씩 가꿀 수 있기를 빌어요.


ㅍㄹㄴ


‘아니, 왜 이런 곳에? 수백m 너머에 댐호수랑 용수로는 있는데, 거기서 왔다고 해도 어디로 가는 거지? 어두운 와중에 왜 주택가를 도보로 횡단해?’ 8쪽


‘근처 숲에서 가끔 보는데, 집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니 사치스럽다.’ 36쪽


‘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데 아무도 몰라? (물총새) 6m 다이빙! 이래도 몰라? 낮잠 자는 거위의 중앙! 조금은 놀라! 아무튼 이것저것 눈치채지 못함.’ 46쪽


‘올해 태어난 (참새) 어린 새가 50마리 수준으로 부풀어오른 무리를 보고, 드디어 실감했다. 가을이다.’ 72쪽


‘단골은 올해 모이터가 준비가 다 되지 않는 걸 모르는 모습 … 만화를 위한다기보다, 이 새들과 같은 영역에서 나도 평생 있고 싶어. 둥지는 바뀌어도 뿌리는 여기니까.’ 110쪽


“안녕. 굴뚝새야!” “굴뚝새가 피었습니다. 아, 배경에 섞여서 모르겠어.” “여기야! 굴뚝새는 자력으로 밥을 찾아!” ‘내 사정과 상관없이 새는 언제나 거기에 있다.’ 118쪽


#とりぱん #とりのなん子


+


《토리빵 14》(토리노 난코/최신영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6)


역광에 문득 나타날 때는

→ 엇빛에 문득 나타날 때는

→ 뒷빛에 문득 나타날 때는

4쪽


하지만 학습 능력은 없었다

→ 그렇지만 배우지 못했다

→ 그러나 알아채지 못했다

→ 그런데 눈은 없었다

10쪽


용건이 있었나. 히치하이크네. 무단취식에 부정승차

→ 볼일이 있었나. 얹어가기네. 훔쳐먹고 몰래타고

→ 일이 있었나. 함게타기네. 밥털터리에 묻어가고

32쪽


여름의 오후

→ 여름 낮

33쪽


더우면 저공비행 하는 애들이 많아서

→ 더우면 낮나는 애들이 많아서

→ 더우면 낮게 나는 애들이 많아서

38쪽


호버링 중

→ 제자리날기

→ 하늘헤엄

46쪽


여기 우리 집 카포트인데

→ 여기 우리 수레집인데

→ 여기 우리 둠채인데

→ 여기 우리 달구지채인데

55쪽


둑을 따라 길게 늘어진 가드레일

→ 둑을 따라 길게 늘어선 지킴줄

→ 둑을 따라 늘어선 줄줄이턱

→ 둑을 따라 늘어선 줄턱

56쪽


마침 개별행동 중이었는데

→ 마침 따로다녔는데

→ 마침 혼자갔는데

→ 마침 혼나래였는데

61쪽


밤에? 그런 초의태생물을?

→ 밤에? 대단한 시늉이를?

→ 밤에? 엄청난 흉내꾼을? 

63쪽


혹시 양동작전?

→ 설마 눈속임?

→ 그런데 시늉?

105쪽


보통 고양이는 뒷걸음질 치지 않나? 우향우

→ 으레 고양이는 뒷걸음질 치지 않나? 오른쪽

→ 고양이는 다들 뒷걸음질 치지 않나? 오른길

113쪽


결로가 안 생겨

→ 이슬이 안 생겨

→ 이슬이 안 맺혀

12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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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9월은 너의 3월 ㅣ 문학동네 시인선 134
구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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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30.

노래책시렁 568


《나의 9월은 너의 3월》

 구현우

 문학동네

 2020.3.31.



  몸이 다칠 적에는 몸이 새로 거듭난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몸이 아플 적에는 낱(세포)을 바꾼다는 뜻이지 싶고요. 바다도 샘도 내도 언제나 새롭게 흐르는 물줄기를 이루면서 맑듯, 우리 몸도 바지런히 움직이면서 하루하루 삶을 맞아들이며 배우기에 즐겁게 깨어날 테고요. 그러니 기쁘게 앓고 반갑게 아프며 새롭게 다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구나 싶어요.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돌아봅니다. 나는 첫가을이고 너는 첫봄이라고 읊는 말마디입니다. 나는 여름이 저물어 겨울로 건너가려는 길목이고, 너는 겨울이 저물면서 봄으로 피어나는 첫발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너는 이제 싹트고, 나는 이제 익는다고 여길 수 있을 테고요. 얼핏 본다면 둘은 참으로 다르고, 달라서 못 만날 듯 느낄 만합니다. 곰곰이 보면 둘은 다르기에 늘 만나고, 다르니까 끝없이 말을 섞으면서 마음을 나누려 합니다. 이곳에 함께 있으면서 나란히 자라는 줄 알아보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수수하고 아늑하게 숲빛을 품는 사이를 이루게 마련입니다. 몸뚱이만 보려고 하면 서울에 갇히지만, 마음자리를 읽으려고 하면 푸른별을 아우르는 들숲메바다가 모두 하나로 우리 숨결을 이루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ㅍㄹㄴ


사람 좋은 얼굴을 했다 너는 나의 성당이었다 믿음이 부족하면 의미를 주었다 하나 꿈에서 떨어진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악인/13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종류의 생물이 일제히 떠들고 있었다. / 나는 내가 모르는 도시에 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광시증/18쪽)


어쩌면 네가 대답한다. 괜찮을 리 없는 나의 그늘이 괜찮다고 믿어 완치가 불가능한 너의 그림자를 뜯어먹고 있다. 사이프러스 뒤에서 너는 겨울을 나는 그전 해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121쪽)


+


《나의 9월은 너의 3월》(구현우, 문학동네, 2020)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지만 나의 방은 한 명 이상의 외로움이 있다

→ 누구와도 나누지 않지만 내 자리는 나 말고도 외롭다

→ 누구와도 같이 안 하지만 내 칸에서는 여럿이 외롭다

12


너로부터 비롯되었다

→ 너한테서 비롯하였다

→ 너부터이다

13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선홍빛인지

→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발간지

→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새빨간지

25


네가 그토록 역겨워하는 향기를 품은 꽃이라는 걸 말해줄 수도 있을 거야

→ 네가 그토록 넌더리내는 냄새를 품은 꽃인 줄 말할 수도 있어

→ 네가 그토록 몸서리치는 냄새를 품은 꽃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

35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너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무섭다고

→ 물살이터에 갔을 때 너는 반짝이는 물고기가 무섭다고

→ 바다살림숲에 갔을 때 너는 고운 물고기가 무섭다고

37


혼자서 병약해지는 네가 있다

→ 혼자서 골골대는 네가 있다

→ 혼자서 비실대는 네가 있따

52


그들의 대화 속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더러 섞여 있었다, 는 구절이 떠올랐다

→ 그들이 나눈 말에는 웃지 못할 곳이 더러 있다는 대목이 떠오른다

→ 그들 이야기에는 웃지 못할 대목이 더러 섞였다는 글이 떠오른다

64


그가 사물처럼 놓여 있다

→ 그가 덩그러니 있다

→ 그가 구경거리마냥 있다

74


대부분은 동사했을 거라 추측했소

→ 다들 얼어죽는다고 여겼소

→ 다들 얼어붙는다고 보았소

78


이런 내용을 담은 말들이 쏟아질 것이다

→ 이런 말이 쏟아진다

→ 이런 줄거리가 쏟아진다

→ 이런 말마디가 쏟아진다

102


나의 도시가 정문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 이 서울을 들목에 오목하게 새겼다

→ 우리 마을을 앞에 우묵하게 새겼다

131


너는 사람의 손보다 작은 동물을 편애한다

→ 너는 사람손보다 작은 짐승을 좋아한다

→ 너는 사람손보다 작은 짐승을 아낀다

13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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