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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9월은 너의 3월 ㅣ 문학동네 시인선 134
구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30.
노래책시렁 568
《나의 9월은 너의 3월》
구현우
문학동네
2020.3.31.
몸이 다칠 적에는 몸이 새로 거듭난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몸이 아플 적에는 낱(세포)을 바꾼다는 뜻이지 싶고요. 바다도 샘도 내도 언제나 새롭게 흐르는 물줄기를 이루면서 맑듯, 우리 몸도 바지런히 움직이면서 하루하루 삶을 맞아들이며 배우기에 즐겁게 깨어날 테고요. 그러니 기쁘게 앓고 반갑게 아프며 새롭게 다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구나 싶어요.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돌아봅니다. 나는 첫가을이고 너는 첫봄이라고 읊는 말마디입니다. 나는 여름이 저물어 겨울로 건너가려는 길목이고, 너는 겨울이 저물면서 봄으로 피어나는 첫발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너는 이제 싹트고, 나는 이제 익는다고 여길 수 있을 테고요. 얼핏 본다면 둘은 참으로 다르고, 달라서 못 만날 듯 느낄 만합니다. 곰곰이 보면 둘은 다르기에 늘 만나고, 다르니까 끝없이 말을 섞으면서 마음을 나누려 합니다. 이곳에 함께 있으면서 나란히 자라는 줄 알아보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수수하고 아늑하게 숲빛을 품는 사이를 이루게 마련입니다. 몸뚱이만 보려고 하면 서울에 갇히지만, 마음자리를 읽으려고 하면 푸른별을 아우르는 들숲메바다가 모두 하나로 우리 숨결을 이루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ㅍㄹㄴ
사람 좋은 얼굴을 했다 너는 나의 성당이었다 믿음이 부족하면 의미를 주었다 하나 꿈에서 떨어진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악인/13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종류의 생물이 일제히 떠들고 있었다. / 나는 내가 모르는 도시에 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광시증/18쪽)
어쩌면 네가 대답한다. 괜찮을 리 없는 나의 그늘이 괜찮다고 믿어 완치가 불가능한 너의 그림자를 뜯어먹고 있다. 사이프러스 뒤에서 너는 겨울을 나는 그전 해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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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9월은 너의 3월》(구현우, 문학동네, 2020)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지만 나의 방은 한 명 이상의 외로움이 있다
→ 누구와도 나누지 않지만 내 자리는 나 말고도 외롭다
→ 누구와도 같이 안 하지만 내 칸에서는 여럿이 외롭다
12
너로부터 비롯되었다
→ 너한테서 비롯하였다
→ 너부터이다
13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선홍빛인지
→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발간지
→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새빨간지
25
네가 그토록 역겨워하는 향기를 품은 꽃이라는 걸 말해줄 수도 있을 거야
→ 네가 그토록 넌더리내는 냄새를 품은 꽃인 줄 말할 수도 있어
→ 네가 그토록 몸서리치는 냄새를 품은 꽃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
35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너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무섭다고
→ 물살이터에 갔을 때 너는 반짝이는 물고기가 무섭다고
→ 바다살림숲에 갔을 때 너는 고운 물고기가 무섭다고
37
혼자서 병약해지는 네가 있다
→ 혼자서 골골대는 네가 있다
→ 혼자서 비실대는 네가 있따
52
그들의 대화 속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더러 섞여 있었다, 는 구절이 떠올랐다
→ 그들이 나눈 말에는 웃지 못할 곳이 더러 있다는 대목이 떠오른다
→ 그들 이야기에는 웃지 못할 대목이 더러 섞였다는 글이 떠오른다
64
그가 사물처럼 놓여 있다
→ 그가 덩그러니 있다
→ 그가 구경거리마냥 있다
74
대부분은 동사했을 거라 추측했소
→ 다들 얼어죽는다고 여겼소
→ 다들 얼어붙는다고 보았소
78
이런 내용을 담은 말들이 쏟아질 것이다
→ 이런 말이 쏟아진다
→ 이런 줄거리가 쏟아진다
→ 이런 말마디가 쏟아진다
102
나의 도시가 정문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 이 서울을 들목에 오목하게 새겼다
→ 우리 마을을 앞에 우묵하게 새겼다
131
너는 사람의 손보다 작은 동물을 편애한다
→ 너는 사람손보다 작은 짐승을 좋아한다
→ 너는 사람손보다 작은 짐승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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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