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묵묵불응



 금일까지도 묵묵불응으로 일관한다 → 오늘까지도 잠자코 있다

 장기간의 묵묵불응을 깨고서 → 오래도록 다물던 입을 열고서


묵묵불응 : x

묵묵하다(默默-) : 말없이 잠잠하다

불응(不應) : 요구나 요청 따위에 응하지 아니함



  ‘묵묵불응’은 억지스레 지은 한문입니다. 구태여 이런 말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한자말 ‘묵묵부답’처럼 ‘말없이’나 “아무 말 없이”로 고쳐씁니다. ‘잠자코’나 ‘조용히’나 ‘가만히’나 ‘얌전히’로 고쳐쓸 수 있어요. “대꾸를 않고”나 “아무 대꾸 없이”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우리 학계는 그간 묵묵불응(默默不應)이었소

→ 우리 배움밭은 여태 귀를 닫았소

→ 우리 배움판은 그동안 눙쳤소

→ 우리 배움마당은 이제껏 모르쇠였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정수일, 창비, 2004)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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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안 읽는 이웃 (2026.10.6.)

― 부산 〈보수동책골목〉



  이른아침에 논둑길을 걸었습니다. 시골에서 바깥일을 보러 움직이려면 으레 옆마을 시골버스를 타거든요. 서울(도시)로 치자면 버스로 넷, 전철로 둘쯤 될 만한 길입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이만 한 길을 가볍게 걸었습니다. 면소재지이든 읍내이든 아무렇지 않게 걸었어요. 걷자면 오래 걸린다고도 하지만, 지난날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틈”이면, 읍내에서 집까지 걸어갈 만한 틈이기도 합니다. 한나절(2시간)을 기다려서 타기보다는 그냥 한나절을 걷는 셈입니다. 보임꽃 〈집으로〉에 잘 나와요. 할매할배는 으레 걸었습니다. 아이를 헤아리고 앞길을 그리면서 걷지요. 오늘을 돌아보고 어제를 되새기면서 새날을 그리기에 걷습니다.


  책집마실이란 ‘걷는읽기’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느끼면서 찬찬히 오가는 사이에 책집 골마루와 시렁을 가만히 헤아리는 ‘걷는읽기’입니다. 누리책집에 시키면 집까지 책을 날라줍니다만, 이때에는 우리 발바닥이 땅바닥을 못 느껴요. 책을 좀더 값싸고 빠르게 손에 쥐기는 하되, 막상 “책을 쓰고 엮고 짓고 일구어 잇는 모든 이웃(일꾼)”을 놓치는 얼거리입니다.


  오늘날은 누리책집에서 책을 안 사기가 어렵습니다. 저처럼 시골에서 산다면, 또는 멧골이나 섬에서 산다면, 책집이 없는 작은고을에서 산다면, 누리책집에 기댈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누리책집에서도 책을 사읽되, 바깥마실을 하는 길에 책집마실도 나란히 하면서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책골목과 책마을을 느낄 만해요.


  오늘낮에 부산에 닿아 보수동책골목으로 갑니다. 시내버스에서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래를 손으로 슥슥 씁니다. 보수동에 닿아서 어느 곳에 깃들까 하고 헤아리는데, 마침 불날(화요일)이라 모조리 쉬는군요. 또 잊고 맙니다. 그래도 불날에 여는 책집이 두 곳 있어서 이 가운데 한 집에 들릅니다.


  얼핏 보면 헛걸음일 테지만, 곰곰이 보면 새걸음입니다. 책바다에서 헤엄치는 날짜를 잘못 보았으나, 책골목 한켠에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쓰고 하늘을 읽고 바람을 동무하면서 다리를 쉽니다.


  부산에 아름답게 있는 보수동책골목인데, 이곳으로 책을 사읽으려고 나들이하는 분도 꽤 있으나, 그냥그냥 놀러와서 그럭저럭 찰칵찰칵 찍으면서 “책읽는 흉내”를 담아가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누리무늬(인스타 업로드용)’이랄까요. 마치 책 좀 읽는다고 자랑하려고 책골목 한켠에서 책을 쥔 모습만 찍는 셈입니다.


  책읽기란 ‘겉훑기(글쓴이·펴냄터 이름값)’가 아닙니다. 책읽기란 ‘속읽기(삶을 사랑하며 살림하는 손끝으로 담은 이야기)’입니다. 속차리는 이웃님을 그립니다. 속가꾸는 동무를 기다립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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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농약드론



“몸에 좋은 약은 쓰다”처럼 말하네. 몸에 이바지해도 싫어하는구나. 아니, 몸을 살리기를 안 바란다는 뜻이네. 몸을 북돋우거나 일으킨다는데 ‘쓴맛’이라서 꺼린다고 하니까. 몸에 이바지할 적에 ‘단맛’일까? 또는 ‘짠맛’일까? 또는 ‘단짠맛’일까? 아픈 몸이 나으려면 굶을 노릇인데, 조금씩 밥을 받아들이려고 할 적에는 싱겁게 먹게 마련이야. 달거나 짜거나 매우면 속을 긁거든. 그러면 헤아려 보렴. 아픈 데가 나은 뒤에도 ‘단·짠·맵’이 네 몸에 이바지하겠니? ‘맛좋다’고 할 적에 너를 살리는 밥이 될까? “먹기 좋은 밥”이나 “듣기 좋은 말”이나 “보기 좋은 모습”은 언제나 너를 갉아. 먹기 좋거나 듣기 좋거나 보기 좋기를 바라느라 쓴맛을 멀리하거나 내칠 적에는, 넌 속으로 곪고 찌들다가 망가지지. 무엇보다도 쓴맛·쓴말·쓴빛이란 따로 없어. 네가 먼저 스스로 ‘쓰다’고 여기느라 어쩐지 “안 좋다”는 불씨를 심을 뿐이야. 네가 가만히 바라보면서 ‘살림맛·살림말·살림빛’을 찾으려고 할 적에는, 몸과 마음을 나란히 살릴 테지. 살림맛은 짜거나 달거나 맵지 않아. 살림맛은 짙푸르거나 옅푸르게 수수한 숲맛이야. 살림말은 ‘칭찬·추모·우상·영웅·훈장·명예’가 아니지. 살림말은 그저 풀꽃나무를 품은 숲말이야. 살림빛은 햇빛과 별빛과 바람빛과 비빛이란다. 어느덧 시골마다 죽임물을 듬뿍 뿌리면서 ‘농약’이라는 이름을 쓰더구나. 죽이면서 ‘약’이라고 여겨. 게다가 죽임말을 드론을 하늘에 띄워서 좍좍 뿌리네. 왜 이렇게 맛·말·빛을 다 잊고 잃은 채 죽음수렁을 헤매야 하니? 왜 풀을 품지 않으면서 그저 미움씨를 퍼뜨리니? 좋은책도 좋은말도 좋은집도 좋은일도 좋은맛도 아닌, 살림책·살림말·살림집·살림일·살림맛을 바라보렴. 2026.8.23.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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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어시스턴트assistant



어시스턴트 : x

assistant : 1. 조수, 보조원 2. 부-, 조-

アシスタント(assistant) : 1. 어시스턴트 2. 조수. 보좌. 보좌관 3. ‘부(副)…’의 뜻으로 복합어를 만드는 말



영어 ‘assistant’는 ‘어시스턴트’로 적기보다는 ‘돕다·도와주다·도움꽃·도움돌·도움주기’나 ‘도움이·도움손·도움벗·도움지기·도움꾼·도움님·도움깨비’로 고쳐쓰면 됩니다. ‘지기·지킴이·지킴님·지킴꽃·지킴빛·지킴일꾼’이나 ‘곁사람·곁지기·곁일꾼’으로 옮겨쓸 수 있습니다. ‘곁잡이·곁꾼·곁일지기·곁도움이’나 ‘옆사람·옆님·옆꾼·옆지기’로 풀어낼 만하고요. ‘고운손·고운손길·꽃손·꽃손길·꽃돌봄’이나 ‘빛손·빛손길·아름손·아름손길·아름돌봄’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부축·부축하다·좋은손·좋은손길’이라 해도 되고요. ㅍㄹㄴ



오빠한테 어시스턴트란 게 필요하지 않을까

→ 오빠한테 도움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오빠를 누가 도와야 하지 않을까

→ 오빠를 누가 거들어야 하지 않을까

《할망소녀 히나타짱 11》(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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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문법 文法


 문법에 맞다 → 글틀에 맞다 / 글길에 맞다

 문법을 배우다 → 말본을 배우다 / 말틀을 배우다

 도대체 부부의 대화에서 문법을 따지며 → 왜 짝지끼리 하는 말에 틀을 따지며


  ‘문법(文法)’은 “[언어] 말의 구성 및 운용상의 규칙. 또는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 ≒ 말본문전(文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문법구조(文法構造)’는 “[언어] 문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단어의 형태, 단어와 단어가 결합하는 방식, 문장에서의 단어의 기능, 문법적 범주 따위의 구조”를 가리키고요. ‘결’이나 ‘길·길눈·길꽃’으로 고쳐씁니다. ‘글길·글짜임·글얼개·글얼거리·글틀·글월틀’이나 ‘말길·말본·말씨·말품새·말짓·말몸짓·말짜임·말틀’로 고쳐쓰고요. ‘얼개·얼거리’나 ‘줄거리·졸가리·줄기’로 고쳐쓸 만합니다. ‘짓는길·지음길·지음새’나 ‘짜임새·짜임·짜임결’로 고쳐쓸 수 있어요. ‘틀·틀거리’나 ‘흐르다·흐름·흐름결·흐름길·흐름물·흐름빛·흐름판·흐름자취·흘러흘러·흘러가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문법(聞法)’을 “[불교] 설법을 들음”으로 풀이하면서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우리 문법용어도

→ 거기에 맞출 뜻에서라도 우리 말본낱말도

→ 거기에 맞추려면 우리 글틀말씨도

→ 거기에 맞추자면 우리 말틀씨도

《국어의 앞날을 위하여》(한글학회 엮음, 한글학회, 1964) 19쪽


책에 나온 낱말을 문법에 맞추어서 쓰게 하는 것을 글짓기 공부라 해서 시킬 때 아이들은 글을 못 쓰게 된다

→ 글쓰기를 배운다면서 책에 나온 낱말을 틀에 맞추어 쓰라고 하면 아이들은 글을 못 쓴다

→ 글쓰기를 가르친다며 책에 나온 낱말을 줄거리에 맞춰 쓰라고 하면 아이들은 글을 못 쓴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이오덕, 보리, 1993) 17쪽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역관문법을 계승하여

→ 오래오래 내려오던 옮김말씨를 물려받아

→ 예부터 내려오던 옮김말씨를 이어서

→ 예전부터 내려오던 옮김말씨를 이어받아

→ 옛날부터 내려오던 옮김말씨를 따라서

→ 대물림되어 내려오던 옮김말씨를 살펴서

《우리 말의 탄생》(최경봉, 책과함께, 2005) 101쪽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단지 단어와 문법을 외우는 것이 아니거든요

→ 이웃말을 배울 때는 그저 낱말과 말틀을 외우지는 않거든요

→ 너머말을 배울 적에는 낱말과 얼거리만 외우지는 않거든요

《내일을 여는 창, 언어》(실비 보시에·메 앙젤리/선선 옮김, 푸른숲주니어, 2007) 109쪽


문법구조와 어순이 거의 일치하고

→ 짜임새와 결이 거의 하나이고

→ 얼거리와 줄기가 거의 같고

→ 틀과 길이 거의 나란하고

→ 글짜임과 흐름이 거의 맞물고

《번역투의 유혹》(오경순, 이학사, 2010) 62쪽


내가 주시경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문법 강의를 선생님의 목소리에 실어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것입니다

→ 제가 주시경 어른한테서 들은 글길 이야기를 어른 목소리에 실어 여러분한테 들려줍니다

→ 제가 주시경 님한테서 들은 말씨 이야기를 주시경 님 목소리에 실어 들려주려고 합니다

《교양 있는 10대를 위한 우리말 문법 이야기》(최경봉, 이론과실천, 2013) 7쪽


문법에 맞게 썼는지 그르게 썼는지 판단할 기준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 글틀에 맞게 쓰는지 그르게 쓰는지 가릴 잣대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 글길에 맞는지 그른지 따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 말길에 맞는지 그른지 헤아리기는 안 수월합니다

《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안미란, 토토북, 2018) 50쪽


문법을 훼손해도 좋으니 공손성을 유지하라고 요구한 사람은 누구인가

→ 말틀을 밟아도 되니 납작하게 굴라고 밀어대는 사람은 누구인가

→ 누가 말을 망가뜨려도 되니 다소곳이 굴라고 바라는가

《언어의 높이뛰기》(신지영, 인플로엔셜, 2021)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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