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농약드론



“몸에 좋은 약은 쓰다”처럼 말하네. 몸에 이바지해도 싫어하는구나. 아니, 몸을 살리기를 안 바란다는 뜻이네. 몸을 북돋우거나 일으킨다는데 ‘쓴맛’이라서 꺼린다고 하니까. 몸에 이바지할 적에 ‘단맛’일까? 또는 ‘짠맛’일까? 또는 ‘단짠맛’일까? 아픈 몸이 나으려면 굶을 노릇인데, 조금씩 밥을 받아들이려고 할 적에는 싱겁게 먹게 마련이야. 달거나 짜거나 매우면 속을 긁거든. 그러면 헤아려 보렴. 아픈 데가 나은 뒤에도 ‘단·짠·맵’이 네 몸에 이바지하겠니? ‘맛좋다’고 할 적에 너를 살리는 밥이 될까? “먹기 좋은 밥”이나 “듣기 좋은 말”이나 “보기 좋은 모습”은 언제나 너를 갉아. 먹기 좋거나 듣기 좋거나 보기 좋기를 바라느라 쓴맛을 멀리하거나 내칠 적에는, 넌 속으로 곪고 찌들다가 망가지지. 무엇보다도 쓴맛·쓴말·쓴빛이란 따로 없어. 네가 먼저 스스로 ‘쓰다’고 여기느라 어쩐지 “안 좋다”는 불씨를 심을 뿐이야. 네가 가만히 바라보면서 ‘살림맛·살림말·살림빛’을 찾으려고 할 적에는, 몸과 마음을 나란히 살릴 테지. 살림맛은 짜거나 달거나 맵지 않아. 살림맛은 짙푸르거나 옅푸르게 수수한 숲맛이야. 살림말은 ‘칭찬·추모·우상·영웅·훈장·명예’가 아니지. 살림말은 그저 풀꽃나무를 품은 숲말이야. 살림빛은 햇빛과 별빛과 바람빛과 비빛이란다. 어느덧 시골마다 죽임물을 듬뿍 뿌리면서 ‘농약’이라는 이름을 쓰더구나. 죽이면서 ‘약’이라고 여겨. 게다가 죽임말을 드론을 하늘에 띄워서 좍좍 뿌리네. 왜 이렇게 맛·말·빛을 다 잊고 잃은 채 죽음수렁을 헤매야 하니? 왜 풀을 품지 않으면서 그저 미움씨를 퍼뜨리니? 좋은책도 좋은말도 좋은집도 좋은일도 좋은맛도 아닌, 살림책·살림말·살림집·살림일·살림맛을 바라보렴. 2026.8.23.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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