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공중 空中


  새는 공중을 마음껏 날아다닌다 → 새는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닌다

  연기가 공중에 흩어졌다 → 연기가 하늘에 흩어졌다 / 연기가 위로 흩어졌다

  공중으로 튀어 올랐던 돌 → 하늘로 튀어 올랐던 돌 / 위로 튀어 올랐던 돌


  ‘공중(空中)’은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 ≒ 공명”을 뜻한다고 합니다. 낱말책에는 ‘공명 ≒ 공명’으로 나와서 ‘공명(空明)’을 찾아보면, “1. 고요한 물에 비친 달 그림자 2. = 공중(空中)”으로 풀이해요. 그렇지만 한자말 ‘공명’에는 보기글이 하나도 안 붙습니다. 이 한자말을 쓸 일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하늘과 땅 사이에 빈 곳이 ‘공중’이라 하는데, 우리말 ‘하늘’을 낱말책에서 찾아보면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을 뜻한다고 나와요. 다시 말해서 “땅 너머로 펼쳐서 이은 곳”이 ‘하늘’입니다. 그리고 땅하고 하늘 사이란 따로 있기보다는, 땅하고 하늘 사이도 모두 ‘하늘’이라 할 수 있지요. ‘하늘·하늘같다·하늘길’이나 ‘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로 손질합니다. ‘높끝·높꽃·높은끝·높은꽃’이나 ‘바람·바람더미·바람떼·바람덩이·바람뭉치·바람무리’로 손질하지요. ‘비다·빈·빔·텅비다·텅텅비다’나 ‘위·윗꽃·윗빛·위쪽·위켠·우대·웃터’로 손질할 만해요. ‘파랗다·파랑·파란빛·파란길·파란꽃·파랑꽃’이나 ‘파르스름하다·파릇하다·파릇파릇·파르라니’로 손질할 수 있고요. ㅍㄹㄴ



공중으로 부웅 날아가서 펑 터졌다구요

→ 하늘로 부웅 날아가서 펑 터졌다구요

→ 저 위로 부웅 날아가서 펑 터졌다구요

《나는 잡동사니 대장》(폴라 폭스/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0) 94쪽


상대편이 공중분해되어 버렸지만 우리 쪽은 이상 없습니다

→ 저쪽이 날아가버렸지만 우리 쪽은 걱정없습니다

→ 녀석은 찢겨버렸지만 우리 쪽은 멀쩡합니다

《우주소년 아톰 7》(테즈카 오사무/박정오 옮김, 학산문화사, 2001) 7쪽


나는 공중으로 튀어올랐고

→ 나는 하늘로 튀어올랐고

→ 나는 위로 튀어올랐고

→ 나는 튀어올랐고

《곰 인형 오토》(토미 웅거러/이현정 옮김, 비룡소, 2001) 15쪽


둔갑술을 쓰기도 하고 분신술을 쓰기도 하고 새처럼 공중을 훨훨 나는

→ 꾸밈길을 쓰기도 하고 나눔길을 쓰기도 하고 새처럼 훨훨 나는

→ 몸을 바꾸거나 나누기도 하고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나는

《홍길동》(홍영우, 보리, 2006) 5쪽


공중에 줄 하나 죽― 그어졌지

→ 하늘에 줄 하나 죽 그었지

→ 하늘에 줄 하나 주욱 그었지

《참새의 한자 공부》(박방희, 푸른책들, 2009) 64쪽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게

→ 하늘로 날아가지 않게

→ 저 위로 날아가지 않게

→ 높이높이 날아가지 않게

《이 세상 절반은 나》(곽해룡, 우리교육, 2011) 25쪽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공중으로 흩어져

→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하늘로 흩어져

→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높이높이 흩어져

《거미가 줄을 타고》(이성실·다호, 비룡소, 2013) 23쪽


꿀벌은 거기 내려앉지 않고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습니다

→ 꿀벌은 거기 내려앉지 않고 하늘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 꿀벌은 거기 내려앉지 않고 그대로 날기만 했습니다

《나는 곰처럼 살기로 했다》(로타르 J. 자이베르트/배정희 옮김, 이숲, 2016) 126쪽


반짝이며 공중을 떠다니는 비눗방울

→ 반짝이며 하늘을 떠다니는 비눗방울

→ 반짝이며 위에서 떠다니는 비눗방울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개념 100》(라파엘 로젠/김성훈 옮김, 반니, 2016) 17쪽


꽃대와 꽃받침은 공중에서 허무한 문양을 지웠다

→ 꽃대와 꽃받침은 하늘에서 빈무늬를 지웠다

→ 꽃대와 꽃받침은 하늘에서 조용히 빛을 지웠다

《물고기들의 기적》(박희수, 창비, 2016) 10쪽


공중의 햇빛은 내 빈손을 빛나게 하고

→ 저 하늘 햇빛으로 내 빈손이 빛나고

→ 높다란 햇빛으로 이 빈손이 빛나고

《눈먼 자의 동쪽》(오정국, 민음사, 2016) 49쪽


공중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횡재한 거라 생각하라고

→ 하늘에 뜨기만 해도 대단한 노릇이라 생각하라고

→ 하늘에 떴으니 반갑게 생각하라고

《지구빙해사기 하》(다니구치 지로/장지연 옮김, 미우, 2016) 43쪽


공중으로 퍼져 나갔다

→ 하늘로 퍼져나갔다

→ 높이 퍼져나갔다

《내가 훔친 기적》(강지혜, 민음사, 2017) 48쪽


방패연이 공중제비로 처박힐 듯 꼬꾸라지다가

→ 네모나래가 하늘제비로 처박힐 듯 꼬꾸라지다가

《너무 멀지 않게》(권오표, 모악, 2017) 22쪽


공중에서 작렬하는 소총 소리입니다

→ 하늘에서 터지는 펑 소리입니다

→ 하늘에서 쏟아지는 꽝 소리입니다

《삼등여행기》(하야시 후미코/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2017) 17쪽


소리 없는 공중을 올려다보게 된다

→ 소리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의 하염없는 바깥》(송주성, 걷는사람, 2018) 3쪽


거미줄을 타고 공중을 내려오듯

→ 거미줄을 타고 내려오듯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김륭, 창비, 2018) 23쪽


차마 못 할 욕들을 공중에다 휘갈기나

→ 차마 못 할 막말을 하늘에다 휘갈기나

→ 차마 못 할 말 하늘에다 막 휘갈기나

《가장 나다운 거짓말》(배수연, 창비교육, 2019) 10쪽


만물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계절이니 인간도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다

→ 모두 하늘로 붕 떠오르는 철이니 사람도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다

→ 뭇빛이 하늘로 붕 떠오르는 철이니 사람도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다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다라 매커널티/김인경 옮김, 뜨인돌, 2021) 22쪽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휙― 공중으로

→ 살짝 머뭇머뭇하다가 휙 하늘로

《너도 나도 엄지척》(권오삼, 문학동네, 2021) 19쪽


미애도 공중그네를 탄다. 그녀는 마흔아홉 살로 도장공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 미애도 높그네를 탄다. 미애는 마흔아홉 살로 붓지기 가운데 가장 어리다

→ 미애도 하늘그네를 탄다. 미애는 마흔아홉 살로 붓꾼 가운데 가장 어리다

《제비심장》(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 263쪽


할머니가 공중으로 리본을 멋지게 던지는 순간

→ 할머니가 하늘로 꽃댕기를 멋지게 던지자

→ 할머니가 도투락을 높이 멋지게 던지니

《할머니 체조대회》(이제경, 문화온도 씨도씨, 2023) 9쪽


사실 우리는 하나의 공중을 짊어졌어요

→ 그런데 우리는 한 하늘을 짊어져요

→ 그렇지만 우리는 하늘을 함께 짊어요

《보고 싶다는 말》(한국작가회의 엮음, 안온북스, 2025)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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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우리집에 나무



왼쪽에 서는 나무는

동트는 햇빛을 먼저 받고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이윽고 햇볕을 함께 안고


앞에 돋아난 어린나무는

작은새가 먼저 알아보고

뒤에 우람한 어른나무는

큰새가 다같이 날아앉고


집을 빙 둘러서

한 그루 두 그루 석 그루

넉 그루 닷 그루 엿 그루

천천히 늘면서 숲을 이뤄


보금자리는 푸른살림 짓는 곳

보금나무는 푸른노래 피는 길

보금숲은 푸른사랑 눈뜨는 터

보금노래는 푸른꽃 돌보는 눈


2026.7.28.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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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8.6.


《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 4》

 이와모토 나오 글·그림/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6.3.18.



하루가 다르게 더위가 꺾인다. 서울은 불볕이라는데, 서울은 나무도 흙도 풀도 빈터도 없다시피 촘촘하게 잿빛(시멘트·아스팔트)으로 뒤덮으면서 달구지가 넘쳐난다. 더위가 빠져나갈 틈이 없이 모조리 틀어막으니 ‘더위섬’이 될밖에 없다. 게다가 집집마다 가게마다 얼음바람(에어컨)을 틀어대니 바깥으로는 더더욱 불바람이 몰아치고 갇혀서 ‘불바람섬’이 되는 얼개이다. 한낮에 읍내 나래터를 가려고 시골버스를 기다리자니 나락내음이 난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락내음을 못 느꼈는데, 하루 만에 다르구나. 늦여름에 나락내음이 날 때부터 무더위는 사라지더라. 이제는 18:00만 되어도 빨래를 들여야 한다. 《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 4》이 네 해 만에 한글판으로 나온다. 이윽고 닷걸음과 엿걸음이 잇달아 나온다. 일본에서는 이미 열한걸음까지 나왔으니, 앞으로 신나게 달릴 노릇이다. 일곱아이가 일곱빛으로 다르게 반짝이는 하루살림이란, 나를 너랑 견주지 않으면서, 너하고 나를 겨루지 않으면서, 나와 너를 오롯이 한마음으로 품는 하늘빛으로 노래하는 길이라고 할 만하다. ‘기사(騎士)’라 하지만, 말타는 싸울아비이지 않다. ‘아이’요 ‘사람’이면서 ‘어른’으로 서는 길이다. 천천히 철들면서 첫마음이 사랑인 줄 알아보는 삶이다.


#岩本ナオ #マロニエ王國の七人の騎士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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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대면 진료 한 번에 221만원···섬마을 ‘51억 키오스크’는 비닐도 안 뜯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62612


[속보] 매달 100시간 초과근무 신청…기록 조작해 수당 받아챙긴 현직 경찰관 2명 송치

https://n.news.naver.com/article/658/0000151590?type=breakingnews


허지웅 “우리가 지지했던 인간들이 이 꼴 만들었다”…무슨 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42627


李대통령 지지율 다시 40%대로…20대는 18.8%p 급락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8/0001022391?sid=162


"수사권 폐지 사필귀정"이라더니…李 "형소법 개정안 안 읽어봤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48/0000631687?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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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24시간 틀어도 괜찮다?…'450㎾h만 넘지 마세요'

https://n.news.naver.com/article/374/0000525875


국민 51.9% "李 대통령 재판 재개 필요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88/0001022458


[속보] 육군 K1E1 전차 사격훈련 중 화재…장병 대피, 인명피해 없어

https://n.news.naver.com/article/654/0000193976


돌려차기 피해자, ‘형소법 안 읽었다’는 李에 “나도 읽었는데” 분통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6346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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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품책숲 1030〉 한글파일을 걸쳐놓습니다.

네이버 누리집에만 파일붙이기를 할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hbooklove/224376036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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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8.12. 다시 찍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ㄱ 지난 한여름(7월)에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가 태어났습니다. ‘글’이란 무엇인지 ‘노래(시)’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은 꾸러미입니다. 기쁘게 장만해서 즐겁게 읽어 주실 모든 이웃님이 고맙습니다.


ㄴ 〈책품책숲 1030〉을 찍으려고 일감을 맡겼는데(8.6.) 엿새가 지나도록 찍지 않았다고 하면서 8.21.에 비로소 찍는다고 알려옵니다. 너무하더군요. 여러 해 동안 〈숲노래 책숲〉 일감을 맡긴 그곳은 더디더라도(열흘쯤) 찍기는 찍었는데, 이제는 보름이 넘게 걸린다는 ‘ai답변’만 남기고, 전화를 안 받습니다. 왜 이러나 알 길은 없지만, 제때 제대로 일을 맡을 수 없으면서 그저 덥석덥석 일감을 물고는 그곳 멋대로 해오느라 숱한 사람들이 화살을 쏘았을 테지요. 이러면서 모든 길(게시판·상담전화)을 닫아걸었구나 싶습니다.


ㄷ ‘일시늉’을 하는 사람도 곳도 많습니다. 우리집 큰아이는 이제 이름쪽(주민등록증)을 받아야 합니다. 늦봄(5월)에 고흥군 도화면사무소에 갔더니 손그림(지문)을 딸 수 없다면서, 머나먼 도양읍사무소로 가라고만 하더군요. 시골마을에서 면소재지로 나와서 일을 보아야 할 적에도 한나절을 씁니다. 시골집에서 아주 먼 도양읍까지 길삯(택시 왕복 9만 원)을 들여서 하루를 다 써야 한다니, 더구나 도양읍사무소를 가더라도 손그림을 제대로 딸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이렇게 하자니 앞뒤가 안 맞는 노릇입니다. 이러다가 늦여름(8월)에 고흥읍사무소로 가 보았습니다. 고흥읍에서도 손그림을 못 따면 서울에 가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흥읍사무소에서는 멀쩡히 손그림을 땁니다.


ㄹ 고흥교육지원청은 2026.6.11.로 폐교 흥양초등학교 임대가 끝났기에, 이제 철거를 해야 한다고만 밝힙니다. 안전검사 d등급이기 때문이라는데, 막상 고흥교육지원청 꾸러미(서류)를 보니 c등급이더군요. 〈숲노래 책숲〉을 앞으로 이어갈 길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작은배움숲’ 이야기 세 꼭지를 누리새뜸 〈오마이뉴스〉에 띄웠고, 이 글을 〈책품책숲 1030〉에도 실어놓습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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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는 말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추모시집
한국작가회의 엮음 / 안온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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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12.

노래책시렁 559


《보고 싶다는 말》

 한국작가회의 엮음

 안온북스

 2025.12.29.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추모시집”이라는 이름을 단 《보고 싶다는 말》은 참 ‘일찍·빨리’ 나왔습니다. 열두 달이 걸리는군요. ‘세월호 추모시집’은 석 달 만에 나왔고, 꾸준히 잇달아 나왔습니다만 ‘무안참사’를 놓고는 어쩐지 입을 씻거나 다무는 ‘한국작가회의’입니다.


  한 해 만에 가까스로 태어난 《보고 싶다는 말》를 곰곰이 읽고서 덮었습니다. 한 해를 삭인 노래가 이 만하다면, 그냥 안 묶어도 되겠습니다. 바다이슬이 되어야 했고 하늘이슬이 되어야 한 숱한 이웃하고 한마음으로 이 땅에 서기 어렵다면, 차라리 고개를 돌리시라고 말씀하고 싶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도 전라남도요, 날개가 펑 터진 무안나루도 전라남도입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뒤에 나라지기는 끌어내렸지만, 막상 ‘전라남도 벼슬아치’는 어느 누구도 끌어내리지 않았습니다. 무안나루에서 날개가 터졌습니다만, 막상 ‘전라남도 벼슬아치’를 비롯해서 아직까지 ‘누가 책임자’인지조차 모를 뿐 아니라, 하늘이슬이 된 주검이 무안나루 둘레에 널브러진 판입니다. ‘보안수사권’이 사라진 마당에 ‘경찰’은 이제서야 ‘압수수색’을 한다고 크게 목소리를 냅니다.


  무엇을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보려고 하는 《보고 싶다는 말》인지 더더욱 모를 노릇입니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면서 ‘눈앞에 버젓이 있는’ 민낯은 안 들여다보려고 한다면 《보고 싶다는 말》은 그저 시늉이고 탈춤입니다. 무안군수나 무안군 국회의원이나 전남지사나 전남 국회의원 가운데 어느 누가 잘못(죄)에 값했을까요? 무안나루 코앞에 있는 빛고을(광주)은 왜 아무 말을 안 할까요?


  전라남도와 광주가 하나로 묶어서 ‘전남광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만, 전남광주에서도 무안나루를 둘러싼 눈물을 씻으려는 몸짓은 터럭만큼도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전남광주는 하루빨리 무안나루를 다시 열어서 날개를 띄워야 한다는 목소리만 한 해 내내 외쳤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은 어떤 목소리를 담아야 눈물을 씻는 글이 될까요? 《보고 싶다는 말》은 어떻게 노래를 들려주어야 눈물앓이를 다독이고서 허물벗기와 날개돋이로 거듭날 길을 밝힐 만할까요? 태어나기로는 전남광주였으되 이제는 서울에서 살아가느라, 글붓으로는 세월호와 무안참사를 얼핏 휘두를 수 있되, 한마음과 한몸과 한사랑으로 품어서 풀어내는 길은 모르는 셈일는지 아리송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우리집에는 오늘도 멧새가 찾아와서 05시부터 노래를 베풉니다. 밤에 노래한 풀벌레는 자고, 새벽에 깨어난 풀벌레는 이제부터 노래합니다. 슬슬 매미가 노래할 때입니다. 무안나루를 둘러싼 풀밭에서도 풀벌레와 새와 매미가 가늘게 굵게 길게 여리게 울 테지요.


ㅍㄹㄴ


우리를 위한 선물도 / 분명 들어 있을 것이다 // 선물이 비록 슬픔이어도 / 네가 주면 받아야지 / 기념품처럼 오래 간직해야지 (우리 곁으로 슬픔이 착륙한다/유병록 13쪽)


이곳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자 여기서 비행기를 날릴 수 있어? 여기서 비행기를 멈출 수 있어? 이 비행기가 저 비행기를, 잡을 수도 있어? 비행기 속으로 비행기가 우르르 빨려 들어갈 수도 있어? 라고 묻기도 전에 (아무리 아무도/배수연 24쪽)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오는 뒷산. 앞뒤가 캄캄해졌어. 그만 일어나. 저녁 먹자. (소파/임승유 29쪽)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 고마워요 // 정말 고마워요 // 정말 고마웠어요 (걱정 없는 곳에서/김성백 54쪽)


노란 슬픔이 종기처럼 부어오릅니다 / 울고 있을 때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노란 사람 / 사실 우리는 하나의 공중을 짊어졌어요 (노란 슬픔/이지호 72쪽)


그 비상한 계엄이 눈물들도 다 삼켜버렸다 // 오늘 아침도 노란 텐트를 열고 / 눈사람을 들고 나와 다시 꿈 이야기를 한다 (어둠을 칭칭 감고 사라져버린 내일/이설야 82쪽)


새가 이겼다, 새들이 이겼다…… / 2025년 10월 법원 앞 / 새만금 지킴이들이 만세를 외칠 때 (우리가 달라져야/이문재 114쪽)


그날, 활주로가 있었고 / 그날,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고 / 그날, 무서운 폭발음이 있었다 / 그날 당신도 나도 있었는데 / 우리는 왜 새처럼 잊고 살까 / 살고 싶다, 사랑한다. (그날, 폭발음이 있었다/이명윤 147쪽)


위대한 시를 읽었을 때 / 우리도 슬퍼지고 싶지 않아. /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연면連綿/유현아 180쪽)


+


《보고 싶다는 말》(한국작가회의 엮음, 안온북스, 2025)


곧 고도를 낮추고 활주로 미끄러져서

→ 곧 높이를 낮추고 나래길 미끄러져서

→ 곧 내려오고 날개길 미끄러져서

12쪽


탐스러운 꽃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신기할 정도의 무향

→ 다복하게 꽃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놀랄 만큼 없어요

→ 봉긋봉긋 꽃내음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없습니다

→ 꽃내가 소담스레 나지 않습니다 갸우뚱할 만큼

36쪽


노란 슬픔이 종기처럼 부어오릅니다

→ 슬퍼서 노랗게 고름이 됩니다

→ 슬퍼서 노랗게 부어오릅니다

72쪽


사실 우리는 하나의 공중을 짊어졌어요

→ 그런데 우리는 한 하늘을 짊어져요

→ 그렇지만 우리는 하늘을 함께 짊어요

72쪽


본적은 무안이다. 족보는 아파트 분리 배출일에 읽다 만 잡지와 묶어버렸다

→ 뿌리는 무안이다. 밑길은 모둠집 나눠버림날 읽다 만 달책과 묶어버렸다

→ 밑동은 무안이다. 집길은 잿집 따로거둠날 읽다 만 꾸러미와 묶어버렸다

150쪽


랜딩기어도 없이 몸체 그대로 미끄러운 무안공항

→ 내림판도 없이 몸통 그대로 미끄러운 무안나루

→ 멈추개도 없이 온몸 그대로 미끄러운 무안나루

164쪽


위대한 시를 읽었을 때 우리도 슬퍼지고 싶지 않아

→ 우리는 거룩한 글을 읽을 때 슬프고 싶지 않아

→ 우리는 빛나는 노래를 읽으며 슬퍼하기 싫어

1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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