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말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추모시집
한국작가회의 엮음 / 안온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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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12.

노래책시렁 559


《보고 싶다는 말》

 한국작가회의 엮음

 안온북스

 2025.12.29.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추모시집”이라는 이름을 단 《보고 싶다는 말》은 참 ‘일찍·빨리’ 나왔습니다. 열두 달이 걸리는군요. ‘세월호 추모시집’은 석 달 만에 나왔고, 꾸준히 잇달아 나왔습니다만 ‘무안참사’를 놓고는 어쩐지 입을 씻거나 다무는 ‘한국작가회의’입니다.


  한 해 만에 가까스로 태어난 《보고 싶다는 말》를 곰곰이 읽고서 덮었습니다. 한 해를 삭인 노래가 이 만하다면, 그냥 안 묶어도 되겠습니다. 바다이슬이 되어야 했고 하늘이슬이 되어야 한 숱한 이웃하고 한마음으로 이 땅에 서기 어렵다면, 차라리 고개를 돌리시라고 말씀하고 싶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도 전라남도요, 날개가 펑 터진 무안나루도 전라남도입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뒤에 나라지기는 끌어내렸지만, 막상 ‘전라남도 벼슬아치’는 어느 누구도 끌어내리지 않았습니다. 무안나루에서 날개가 터졌습니다만, 막상 ‘전라남도 벼슬아치’를 비롯해서 아직까지 ‘누가 책임자’인지조차 모를 뿐 아니라, 하늘이슬이 된 주검이 무안나루 둘레에 널브러진 판입니다. ‘보안수사권’이 사라진 마당에 ‘경찰’은 이제서야 ‘압수수색’을 한다고 크게 목소리를 냅니다.


  무엇을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보려고 하는 《보고 싶다는 말》인지 더더욱 모를 노릇입니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면서 ‘눈앞에 버젓이 있는’ 민낯은 안 들여다보려고 한다면 《보고 싶다는 말》은 그저 시늉이고 탈춤입니다. 무안군수나 무안군 국회의원이나 전남지사나 전남 국회의원 가운데 어느 누가 잘못(죄)에 값했을까요? 무안나루 코앞에 있는 빛고을(광주)은 왜 아무 말을 안 할까요?


  전라남도와 광주가 하나로 묶어서 ‘전남광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만, 전남광주에서도 무안나루를 둘러싼 눈물을 씻으려는 몸짓은 터럭만큼도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전남광주는 하루빨리 무안나루를 다시 열어서 날개를 띄워야 한다는 목소리만 한 해 내내 외쳤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은 어떤 목소리를 담아야 눈물을 씻는 글이 될까요? 《보고 싶다는 말》은 어떻게 노래를 들려주어야 눈물앓이를 다독이고서 허물벗기와 날개돋이로 거듭날 길을 밝힐 만할까요? 태어나기로는 전남광주였으되 이제는 서울에서 살아가느라, 글붓으로는 세월호와 무안참사를 얼핏 휘두를 수 있되, 한마음과 한몸과 한사랑으로 품어서 풀어내는 길은 모르는 셈일는지 아리송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우리집에는 오늘도 멧새가 찾아와서 05시부터 노래를 베풉니다. 밤에 노래한 풀벌레는 자고, 새벽에 깨어난 풀벌레는 이제부터 노래합니다. 슬슬 매미가 노래할 때입니다. 무안나루를 둘러싼 풀밭에서도 풀벌레와 새와 매미가 가늘게 굵게 길게 여리게 울 테지요.


ㅍㄹㄴ


우리를 위한 선물도 / 분명 들어 있을 것이다 // 선물이 비록 슬픔이어도 / 네가 주면 받아야지 / 기념품처럼 오래 간직해야지 (우리 곁으로 슬픔이 착륙한다/유병록 13쪽)


이곳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자 여기서 비행기를 날릴 수 있어? 여기서 비행기를 멈출 수 있어? 이 비행기가 저 비행기를, 잡을 수도 있어? 비행기 속으로 비행기가 우르르 빨려 들어갈 수도 있어? 라고 묻기도 전에 (아무리 아무도/배수연 24쪽)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오는 뒷산. 앞뒤가 캄캄해졌어. 그만 일어나. 저녁 먹자. (소파/임승유 29쪽)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 고마워요 // 정말 고마워요 // 정말 고마웠어요 (걱정 없는 곳에서/김성백 54쪽)


노란 슬픔이 종기처럼 부어오릅니다 / 울고 있을 때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노란 사람 / 사실 우리는 하나의 공중을 짊어졌어요 (노란 슬픔/이지호 72쪽)


그 비상한 계엄이 눈물들도 다 삼켜버렸다 // 오늘 아침도 노란 텐트를 열고 / 눈사람을 들고 나와 다시 꿈 이야기를 한다 (어둠을 칭칭 감고 사라져버린 내일/이설야 82쪽)


새가 이겼다, 새들이 이겼다…… / 2025년 10월 법원 앞 / 새만금 지킴이들이 만세를 외칠 때 (우리가 달라져야/이문재 114쪽)


그날, 활주로가 있었고 / 그날,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고 / 그날, 무서운 폭발음이 있었다 / 그날 당신도 나도 있었는데 / 우리는 왜 새처럼 잊고 살까 / 살고 싶다, 사랑한다. (그날, 폭발음이 있었다/이명윤 147쪽)


위대한 시를 읽었을 때 / 우리도 슬퍼지고 싶지 않아. /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연면連綿/유현아 180쪽)


+


《보고 싶다는 말》(한국작가회의 엮음, 안온북스, 2025)


곧 고도를 낮추고 활주로 미끄러져서

→ 곧 높이를 낮추고 나래길 미끄러져서

→ 곧 내려오고 날개길 미끄러져서

12쪽


탐스러운 꽃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신기할 정도의 무향

→ 다복하게 꽃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놀랄 만큼 없어요

→ 봉긋봉긋 꽃내음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없습니다

→ 꽃내가 소담스레 나지 않습니다 갸우뚱할 만큼

36쪽


노란 슬픔이 종기처럼 부어오릅니다

→ 슬퍼서 노랗게 고름이 됩니다

→ 슬퍼서 노랗게 부어오릅니다

72쪽


사실 우리는 하나의 공중을 짊어졌어요

→ 그런데 우리는 한 하늘을 짊어져요

→ 그렇지만 우리는 하늘을 함께 짊어요

72쪽


본적은 무안이다. 족보는 아파트 분리 배출일에 읽다 만 잡지와 묶어버렸다

→ 뿌리는 무안이다. 밑길은 모둠집 나눠버림날 읽다 만 달책과 묶어버렸다

→ 밑동은 무안이다. 집길은 잿집 따로거둠날 읽다 만 꾸러미와 묶어버렸다

150쪽


랜딩기어도 없이 몸체 그대로 미끄러운 무안공항

→ 내림판도 없이 몸통 그대로 미끄러운 무안나루

→ 멈추개도 없이 온몸 그대로 미끄러운 무안나루

164쪽


위대한 시를 읽었을 때 우리도 슬퍼지고 싶지 않아

→ 우리는 거룩한 글을 읽을 때 슬프고 싶지 않아

→ 우리는 빛나는 노래를 읽으며 슬퍼하기 싫어

1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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