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73] 일없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우리 사회에서 ‘일없다’는 북녘말이고 ‘괜찮다’는 남녘말이라고 똑 잘라서 가르곤 합니다. 책이나 방송 모두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제껏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어요. 이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뒤적여 살필 생각조차 안 했습니다. 며칠 앞서 이웃마을로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갔는데, 이웃마을에서 만난 할매가 “일없어. 더 안 줘도 돼.” 하고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봅니다. 어라, ‘일없다’라니, 이 말은 전라말이기도 한가? 아니, ‘일없다’는 북녘말이 아닌 우리 모두 쓰는 말, 그러니까 서울말이 아닐 뿐인가?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한국말사전을 뒤적입니다. 한국말사전에는 ‘일없다’를 북녘말로 따로 가르지 않습니다. 쓸모가 없거나 마음을 쓸 일이 없다는 뜻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일없다’를 말한다고 나옵니다. 그러면, 누가 왜 ‘일없다’를 북녘말이라고 했을까요? 북녘사람뿐 아니라 시골사람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는 몇몇 지식인이나 기자가 어설피 퍼뜨린 이야기가 잘못 뿌리내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참말 한국사람은 제발 한국말사전 좀 살짝이라도 뒤적이면서 말을 할 노릇입니다. 4347.10.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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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6. 큰아이―마무리 그림



  글순이는 글놀이를 즐겁게 마무리지을 줄 안다. 글을 다 옮겨적은 뒤에 앙증맞게 그림을 붙인다. 게다가 그림마다 누구를 그렸는지 똑똑히 밝힌다. 사름벼리와 동생과 아버지와 어머니, 이렇게 네 사람을 그린다. 이듬해에 동생이 찾아올 테니, 이듬해부터는 다섯 사람을 그리겠지. 언제부터인가 큰아이 글놀이를 지켜볼 적마다 으레 마무리그림을 기다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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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6. 큰아이―편지순이 2



  우리 집 글순이가 아버지한테 쪽편지를 쓴다. 이런 뒤 동생한테도 쪽편지를 쓴다. 그러나 네 살 동생은 글을 못 읽을 뿐 아니라, 누나가 건네는 편지에는 눈길도 안 둔다. 글순이는 이제 빛종이에 큼직하게 글을 써서 방바닥에 테이프로 척척 붙인다. 이 종이를 밟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가란다. 그러면 그곳에 선물이 있단다. 나는 방바닥에 붙은 빛종이를 살살 떼어 테이프를 떨구고 비닐에 빛종이꾸러미를 담아 한쪽에 잘 건사해 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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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6. 두아이―글순이 옆 컴돌이



  한국말사전 쓰는 일을 하는 아버지는 책상맡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아이들한테 자주 보여준다. 이러다 보니,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어릴 적부터 ‘내 컴퓨터’를 앞에 놓고 놀기도 한다. 누나한테서 물려받은 ‘종이 노트북’을 누나 옆에 등을 새우처럼 굽히고 앉아서 또닥또닥 만지는 산들보라. 너희 둘 모두 글놀이를 하는 셈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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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6. 큰아이―꽤 또박또박



  큰아이가 이제는 꽤 또박또박 글씨를 쓴다. 얼마 앞서까지 글놀이가 ‘흉내내기’였다면, 이제 큰아이는 스스로 입으로 말하는 소리를 글로 옮길 수 있는 만큼, 글꼴이 잘 잡히는구나 싶다.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던 때에는 아무래도 글꼴이 기울어지거나 비틀릴밖에 없지만, 차츰 글에 익숙하면서 스스로 잘 알겠다 싶은 글이 되니, 참말 글씨마다 힘이 넘친다. 글을 쓰는 몸도 더욱 야무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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