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19. 들을 가른다



  들이 누렇게 익는다. 군내버스가 사르르 달린다. 천천히 천천히 시골들 사이를 누빈다. 가을내음을 듬뿍 싣고 달리는 군내버스가 이쪽 들에서 저쪽 들로 가만히 지나간다. 오가는 자동차 없는 조용한 들길을 군내버스가 지나가면서 바람을 일으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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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잡지 낼 돈 (사진책도서관 2014.9.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1인잡지 낼 돈을 모으기 만만하지 않다. 도서관 소식지 내는 돈조차 모으기 만만하지 않다. 1인잡지나 소식지로 엮을 글이나 사진이 없어서 못 내는 일은 없다. 언제나 인쇄비를 못 모아서 못 낸다.


  도서관에 아이들과 함께 가서 책꽂이를 손질하고 곰팡이를 닦다가 가늘게 한숨을 쉰다. 한숨을 다 쉰 뒤에 기지개를 켠다. 곧 낼 수 있어, 곧 낸다, 곧 신나게 내놓을 테지, 하고 생각한다.


  “자, 집에 가자!” 하고 아이들을 부른다. 도서관 어귀에서 탱자를 딴다. 이러고 나서 자전거를 몰아 가을들을 휘휘 넓게 한 바퀴를 돌면서 마실을 하기로 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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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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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1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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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1] 넋



  넋을 가꾸는 말은 삶에 있고,

  삶을 가꾸는 말은 넋에 있어,

  둘은 늘 하나이다.



  넋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마음은 몸에 깃듭니다. 얼은 넋을 지켜 줍니다. 마음이 있기에 생각을 합니다. 마음이 생각을 짓기에 사랑이 태어납니다. 마음이 지은 생각으로 사랑이 태어나기에 몸이 움직여요. 삶이 어떻게 흐르는가 하고 읽을 수 있으면, 아이와 함께 우리 어른이 무엇을 보고 느껴서 배우고 가르칠 때에 날마다 즐거운가를 슬기롭게 깨달으리라 생각해요. 4347.10.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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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67. 2014.9.28. 탱자순이



  그리 크지 않은 탱자나무에 올해에도 탱자알이 노랗게 잘 익는다. 아이들 키높이로 탱자알이 몇 있다. 낮은 곳에 맺힌 탱자는 아이들이 손수 따도록 한다. “따도 돼?” 그럼. 따도 되지. 가시가 있으니 잘 살펴서 따렴. 노오란 탱자를 만지는 손은 노오랗게 물들고, 상큼한 냄새가 퍼지는 탱자를 딴 손은 상큼한 기운이 가득 젖어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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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소리 7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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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02



비바람 몰아치는 가을소리

― 순백의 소리 7

 라가와 마리모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4.9.25.



  가을비가 내린 뒤, 전남 고흥은 무척 포근하다 못해 덥기까지 합니다. 아이들한테 긴소매옷을 입힐까 생각하던 요즈음인데, 외려 아이들한테 민소매옷을 다시 입힙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땀을 내면서 놉니다.


  서울이나 경기나 강원 쪽은 몹시 춥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가을비 내린 뒤 날씨가 춥다’입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전남 바닷가 마을은 ‘같은 한국’이 아닌가 하고. 서울 경기 강원에서 추우면 한국이 다 추운가 하고.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은 언제나 ‘서울만 한복판에 놓고’ 이야기합니다. 신문기자와 방송피디는 거의 다 서울에서 삽니다. 신문기자도 방송피디도 거의 언제나 서울 이야기만 취재를 해서 서울을 한복판으로 삼아서 기사를 내보냅니다.




- “너는? 아무도 신경쓰이지 않아?” “신경 안 쓴다. 와 신경써야 하는데?” (7∼8쪽)

- ‘어쩐지, 오히려 차분해졌어. 마음속에서 뭔가가 무너지니까.’ (34쪽)

- ‘알고 있어.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거. 하지만 무대에 선 이상은. 마지막까지 해내지 않으면 안 돼!’ (37∼38쪽)



  비바람 몰아치는 가을소리를 듣습니다. 어젯밤에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아주 시원하면서 거세게 비가 쏟아집니다. 가을에 웬 벼락비람 하고 생각하면서도, 요 며칠 무척 더운 날씨였기 때문에, 더위를 식히려고 벼락비가 내리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나락을 잘 말린 시골집은 느긋하게 가을비를 맞이하겠지요. 아직 가을걷이를 마치지 않은 시골집은 이 벼락비에 나락이 많이 떨어지겠네 싶어 근심을 하겠지요.


  적잖은 나락이나 열매가 벼락비에 떨어지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나락이나 열매가 흙바닥에 떨어지면, 이 아이들은 다시 흙이 되어요. 흙을 살리는 거름이 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나락과 열매는 줄어들 테지만, 이듬해 맞이할 나락과 열매는 한결 알이 굵거나 기름질 수 있습니다.





- ‘방어적인 연주. 이 사람답다. 두 현으로도 좋은 소리를 낸다.’ (41∼42쪽)

- ‘모두들 여러 가지 소리를 가지고 있다.’ (57쪽)



  바람이 불면서 바람내음을 풍깁니다. 바람내음에는 바람이 그동안 거친 들과 숲과 바다에서 묻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귀를 기울입니다. 귀를 열어 바람소리를 듣습니다. 처마를 거쳐 주르륵 떨어지는 빗물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소리는 노랫소리입니다. 빗물소리는 노랫소리입니다. 처마를 적시는 빗방울도 노래알처럼 또르르르 구릅니다. 이 소리를 골고루 들으면서 달게 자는 아이들은 온몸으로 온갖 노래를 맞아들입니다.




- ‘어데서 축축한 냄새를 달고 돌아왔노. 와, 누가 언짢게 하드나. 그래, 울어라. 실컷 울어. 별 문디 같은 자슥이 있나 하고 화내그라. 할배가 니한테 샤미센 한 가락 켜 주꾸마. 그거 듣고 나면, 웃어라.’ (75쪽)

- ‘아무것도 안 들려. 아무것도 들리진 않지만, 기억. 그 마음은 살아 있다.’ (91∼93쪽)



  라가와 마리모 님이 빚은 만화책 《순백의 소리》(학산문화사,2014) 일곱째 책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일곱째 책에서 드디어 ‘이 만화 주인공’이 ‘경연 대회’에서 홀로 악기를 켭니다. 뭇사람이 설레면서 기다리던 노래를 차분히 들려줍니다. 그러고 나서, ‘이 만화 주인공’하고 불꽃이 튀기도록 겨루는 다른 아이가 홀로 악기를 켭니다.


  두 아이가 켜는 악기에서 흐르는 노랫소리는 사뭇 다릅니다. 만화 주인공인 아이가 켜는 악기에서는 ‘삶을 사랑하는 노래’가 흐릅니다. 다른 아이가 켜는 악기에서는 ‘악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가 흐릅니다.


  그러니까, 한 아이는 ‘노래’를 들려주는 사람입니다. 한 아이는 ‘소리’에 매달리는 사람입니다. 둘은 저마다 제 길을 걷습니다. 옳거나 그르지 않거나, 좋거나 나쁘지 않으며, 낫거나 덜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 아이는 아직 ‘노랫소리’까지 나아가지는 못해요.





- ‘니 소리로 싸워라!’ ‘알았다, 할배. 잠깐 소리의 고향을 찾아갔을 뿐이니까!’ (98∼99쪽)

- ‘지금 필요한 것은, 세 현의, 공명! 내가, 지금 켜고 싶은 것은. 들려주고 싶은 것은. 심층의 소리.’ (116∼119쪽)



  노래를 듣는 사람은 가슴이 사랑으로 벅차오릅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은 가슴이 크게 뜁니다. 앞으로 노래와 소리가 만나서, ‘노랫소리’를 이룰 수 있다면, 이때에는, ‘노랫소리를 듣는 사람’마다 가슴에 어떤 이야기가 피어날 수 있을까요?


  경연 대회는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경연 대회에서 1등이 되건 2등이 되건 아무렇지 않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노래는 등수나 순위를 가리지 않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노랫소리라 한다면, 언제나 삶을 사랑하면서 따사롭게 흐릅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엊저녁부터 드세게 몰아치던 가을날 벼락비 소리가 멎을 수 있을까요. 4347.10.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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