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06. 배 내밀고 돌아오는 길 (2014.10.10.)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골돌이가 웃옷을 슥 걷더니 배를 볼록 내밀면서 통통통 걷는다. 어라, 네 배를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렇게 걷니. 네 배를 아버지가 아옹 깨물어 먹어도 될까. 가을이 깊으면서 마을논도 하나둘 바뀐다. 나락을 베면서 빈논이 천천히 늘어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05. 풀숲길 헤치기 (2014.10.10.)



  두 아이와 마실을 하다가 풀숲길을 헤치기로 한다. 풀숲길을 걷기로 한다. 처음에는 “그리로 가지 마요.” 하던 아이들이지만, 아버지가 척척 풀숲길을 헤치고 들어서니, 아이들도 천천히 뒤따른다. 우리 예쁜 아이들아, 풀숲길이든 풀밭길이든 숲길이든 골짝길이든, 우리는 그저 걸어서 지나가면 된단다. 모든 길은 우리가 가는 대로 열려. 이 풀숲길에 날아온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면서 너희한테 인사하는구나. 반갑구나, 잘 왔어. 천천히 놀다 가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름벼리도 앞으로 달린다



  아버지가 앞으로 달려나오니 두 아이가 아버지를 앞지르려고 애쓴다. 사름벼리는 어느새 앞으로 확 달려나온다. 아버지만큼 달리지 못하는데다가, 누나까지 제 옆에서 안 달리고 앞으로 치고 나오니 산들보라는 아주 우는 얼굴이 된다. 괜찮아. 우리는 고작 5미터만 이렇게 달렸어. 앞으로는 너희가 앞으로 나가렴.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가 앞에 가겠어



  언제나 앞장서겠다고 하는 산들보라를 제치고 아버지가 앞으로 가니, 산들보라가 잔뜩 찡그린다. 왜? 왜? 왜 너만 앞장서서 가야 하는데? 아버지는 늘 너희 궁둥이만 보면서 다녀야겠니? 아버지가 한 번 앞장선다고 그렇게 찡그려야 하겠니?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0) 성미의 1


일을 눈앞에 두고 편히 쉬지 못하는 성미의 목수지만 이런 계절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108쪽


  편히 쉬지 못하는 성미의 목수

→ 느긋이 쉬지 못하는 목수

→ 가만히 쉬지 못하는 목수

 …



  이 보기글에서는 “쉬지 못하는 성미‘인’ 목수”처럼 적으면 됩니다. 한자말 ‘성미’를 쓰고 싶다면, 토씨를 ‘-인’으로 붙여야 알맞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에서는 ‘성미’를 굳이 안 넣으면서 이야기를 풉니다. “쉬지 못하는 성미인 목수”라 하지 않고 “쉬지 못하는 목수”라 적으면, 목수가 ‘어떤 성미’인지 고스란히 드러나요.


  “너는 참 서두르는구나”나 “너는 참 까다롭구나”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됩니다. “너는 참 서두르는 성미로구나”나 “너는 참 까다로운 성미로구나”처럼 말하지 않아도 돼요. 아니, 예부터 한국사람은 이렇게 말을 하며 살았습니다.


  “네 성미가 참 고약하구나”처럼 말을 할 수 있지만, 예부터 한국사람은 “너 참 고약하구나”라든지 “참 고약하구나”처럼 말을 하며 살았어요. ‘성미’와 비슷한 다른 한자말 ‘성격·성향’도 굳이 안 넣으면서 말을 하는 한국사람입니다. 4347.10.25.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일을 눈앞에 두고 느긋이 쉬지 못하는 목수지만 이런 철엔 달리 어찌할 길이 없었다


‘편(便)히’는 ‘느긋이’나 ‘가만히’로 손보고, ‘계절(季節)’은 ‘철’로 손보며, “방도(方道)가 없었다”는 “길이 없었다”나 “어찌할 길이 없었다”나 손봅니다.



성미(性味) : 성질, 마음씨, 비위, 버릇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 까다로운 성미 / 조급한 성미 / 성미가 고약하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