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38. 2014.11.21. 걸상에 거꾸로 앉아



  걸상에 거꾸로 앉는다. 책순이는 스스로 앉고 싶은 대로 앉는다. 마룻바닥이든 길바닥이든 안 가리고 앉는다. 몸이 가는 대로 살포시 앉아서 마음이 가는 대로 찬찬히 그림책을 펼친다. 책순이는 오늘 하루도 손수 이야기밥을 챙겨서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487) 그럼에도 1


그럼에도 삭막한 회색도시를 살아 숨쉬는 공동체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 속 희망공동체 11곳》(시금치,2005) 30쪽


 그럼에도

→ 그런데도

→ 그런데

→ 그러한데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한국말이 아니라고 말씀하는 분이 많고, 신문이나 방송에서 곧잘 나무랍니다. 그래서 이 말투는 그럭저럭 사라지기는 하지만, 이 말투를 버리거나 털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말투를 써야 말맛이 산다고 하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빵꾸’나 ‘만땅’ 같은 일본말을 써야 뜻이나 느낌이 산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스’나 ‘굿’ 같은 영어를 써야 뜻과 느낌이 산다고 합니다.


  한국말이 없기 때문에 일본말이나 영어를 써야 할까요? 한국말로는 뜻도 느낌도 살릴 수 없을까요? 한국말이 없으면 바깥에서 새 낱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말로는 뜻이나 느낌을 살릴 수 없다면, 아예 한국말을 버리고 일본말이나 영어를 쓸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

 그럼에도 (x)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한국말이 아니기에 안 쓰겠다고 하는 분들이 곧잘 ‘불구(不拘)’하고’만 뺀 ‘그럼에도’를 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를 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쓰나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둘 모두 어정쩡합니다.


  우리는 예부터 ‘그런데도’나 ‘그런데’나 ‘그러한데도’라 말했습니다. 이렇게 쓰면 됩니다.


  ‘불구하고’를 덜어낸 일은 반갑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럼에도’까지 덜어낼 수 있다면 고맙습니다. 조금 더 마음을 써 주셔요. 4339.1.17.불/4347.11.24.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런데도 메마른 잿빛도시를 살아 숨쉬는 두레로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삭막(索莫)한 회색(灰色)도시”는 “메마른 잿빛도시”나 “차가운 잿빛도시”로 손질합니다. ‘공동체(共同體)’는 ‘두레’나 ‘두레마을’로 손보고, ‘만드는’은 ‘가꾸는’이나 ‘일구는’으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0) 그럼에도 2

이러한 것이 당신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다. 당신은 신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람타/유리타 옮김-람타, 현실 창조를 위한 입문서》(아이커넥,2012) 229쪽

 그럼에도 당신은
→ 그러나 당신은
→ 그렇지만 자네는
→ 그런데 그대는
→ 그러한데 그대는
→ 그러한데도 이녁은
 …


  어떤 말투를 잘못 쓰더라도 뜻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말투를 어설프게 쓰더라도 느낌은 이럭저럭 짚을 수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잘못된 말투가 퍼지기도 하고,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가 번지기도 합니다.

  뜻만 나누고 느낌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글보다는, 뜻과 느낌을 잘 살리면서 말씨와 글짜임을 모두 북돋우도록 하는 글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4347.11.24.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러한 것이 그대가 늘 하는 일이다. 그대는 하느님이다. 그러나 그대는 그런 일을 한다

‘당신(當身)’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그대’나 ‘자네’나 ‘이녁’이나 ‘너’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日常的)으로’는 ‘늘’이나 ‘언제나’나 ‘날마다’로 손봅니다. ‘신(神)’은 그대로 둘 만한데 ‘하느님’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일을 한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95. 아기자기한 맛



  내가 어느 한 곳을 바라볼 적에는 내 앞에 있는 모습을 살핍니다. 뒤에 있는 모습을 살피지 못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찍을 적에는 우리 앞에 있는 모습을 살핍니다. 옆에 있거나 뒤에 있는 모습을 살피지 못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찍을 적에는 언제나 우리 앞에 있는 모습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우리 앞에 있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서 사진 한 장으로 엮고 싶은 모습을 찰칵 찍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 넣어야 했는데 미처 못 넣은 모습이 있고, 굳이 안 넣어도 되었는데 엉성하게 들어온 모습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포토샵 같은 풀그림으로 ‘내키지 않는 모습’은 손쉽게 덜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진 여러 장을 모두어 ‘넣고 싶은 것만 넣은 새로운 모습’을 빚을 수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눈앞에 보이는 대로 찍은 다음에 사진을 손질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주면 됩니다.


  사진에 넣고 싶은 모습이나 빼고 싶은 모습이란, 내 사진 한 장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러 가지가 골고루 어울려서 예쁘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기를 바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처음 사진기를 놀릴 적부터 잘 가누어서 뒷손질을 안 해도 되도록 찍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뒷손질을 하자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신나게 찍을 수 있습니다.


  뒷손질을 안 하는 사진이라면, 한 해 열 해 스무 해 흐르는 동안 새로운 멋이 풍기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애먼 모습이 사진이 끼어들었다고 느끼지만, 나중에는 애먼 모습이 재미난 모습이라고 여길 만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불러들인다고 할까요. 뜻하지 않게 내 사진에 끼어든 어떤 모습이 시나브로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린다고 할까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적에는 ‘군더더기’가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넣고 싶은 이야기’만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사진을 찍을 적에는 ‘넣고 싶은 모습’만 넣기 어렵습니다.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군더더기’가 어느 틈에 살며시 끼어들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가 아주 작아서 처음에는 못 알아볼 수 있어요.


  군더더기로 여기면 언제까지나 군더더기입니다. 아기자기한 삶으로 바라보면 늘 아기자기한 삶입니다. 4347.11.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놀이 17 - 빨래집게 자전거를



  자전거돌이는 세발자전거에 빨래집게를 촘촘히 꿴다. 세발자전거를 제 힘으로 씩씩하게 굴린 날부터 세발자전거를 퍽 애틋하게 여긴다. 예전에는 손으로 밀면서 다녔으나, 이제는 발판을 굴려 앞으로도 뒤로도 간다. 짐받이에 빨래집게를 실었다가, 빨래집게를 손잡이에 꽂았다가, 마당에 빨래집게를 쏟았다가, 다시 빨래집게를 짐받이에 담았다가, 신나게 되풀이하면서 논다. 4347.11.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청소년 글쓰기 길동무

1. 글을 어떻게 쓰나



  글쓰기는 글을 쓰는 일입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적에 글을 씁니다. 밥하기는 밥을 하는 일입니다. 먹고 싶은 밥이 있을 적에 밥을 합니다. 옷짓기는 옷을 짓는 일입니다. 입고 싶은 옷이 있을 적에 옷을 짓습니다. 꿈꾸기는 꿈을 꾸는 일입니다. 이루고 싶은 꿈을 가슴에 담고 싶을 적에 꿈을 꿉니다. 춤추기는 춤을 추는 일입니다. 기쁨이나 즐거움이나 슬픔이나 그리움 같은 마음이 흐를 적에 춤을 춥니다.


  컴퓨터를 켜서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씁니다. 연필을 쥐어 종이에 사각사각 글을 씁니다. 손전화를 손가락으로 톡톡 누르며 글을 씁니다. 글은 언제 어디에서나 씁니다. 잠자리에서 쓰고, 버스에서 쓰며, 길을 걷다가 멈추어 씁니다. 공부를 하다가도 떠오르면 한 줄 씁니다. 밥을 먹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을 한 줄 씁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퍼뜩 깨달아 한 줄 씁니다.


  어느 한 가지를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를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책을 여러 권 읽은 뒤에 글을 씁니다.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보다가 내 느낌을 글로 씁니다. 동무와 사이좋게 놀던 이야기를 씁니다. 어머니 일을 거들고 아버지 심부름을 한 뒤에 글을 씁니다.


  글은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씁니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멋있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훌륭히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아름답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재미나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짜임새 있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씁니다.


  모든 글에는 글쓴이 마음이 깃듭니다. 글쓴이가 어떤 마음일 적에 쓴 글인지 또렷하게 깃듭니다. 글을 읽을 적에는 글쓴이 마음을 읽습니다. 말을 나눌 적에도 우리는 서로 마음을 듣고 나눕니다. 마음을 나누려고 말을 합니다. 동무와 이웃한테 내 마음을 드러내어 알리고 싶을 적에 글을 씁니다.


  글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씁니다. 글은 꾸며서 쓰지 않습니다. 글은 부풀려서 쓰지 않습니다. 글은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글은 바보스럽게 쓰지 않습니다. 글은 거짓으로 쓰지 않습니다. 꾸준하게 솟는 샘물처럼 꾸준하게 쓰는 글입니다.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차근차근 쓰는 글입니다.


  글을 잘 쓰려고 하면 잘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멋있게 쓰려면 멋있게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훌륭히 쓰려면 훌륭히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아름답게 쓰려면 아름답게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재미나게 쓰거나 짜임새 있게 쓰려면, 재미나게 쓸 수 있을 테고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을 테지요. 그러나, 이렇게 쓰거나 저렇게 쓰거나 글에 마음을 싣지 못한다면, 이러한 글은 글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글에 담는 알맹이는 바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담아서 글을 씁니다. 마음을 일으켜 글을 씁니다. 마음을 돌아보며 글을 씁니다. 마음을 찬찬히 살펴서 글을 씁니다. 마음을 고스란히 글로 씁니다. 마음을 알뜰살뜰 가꾸면서 글을 씁니다. 편지를 짧게 석 줄로 쓰더라도 마음을 담을 수 있으면, 편지를 받는 이한테 애틋하면서 사랑스러운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편지를 석 장이나 서른 장을 쓰더라도 마음을 담을 수 없으면, 편지를 받는 이한테 아무런 이야기고 들려주지 못합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언제나 맨 먼저 내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내 마음을 곰곰이 밝히는 길을 생각하고, 내 마음을 오롯이 드러내는 길을 살피며, 내 마음을 차곡차곡 담는 길을 돌아봅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려 할 적에는, 내 마음이 어떠한지 읽어야 합니다.


  마음이 없을 적에는, 밥을 지어도 맛이 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을 적에는, 옷을 지어도 썩 곱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을 적에는 꿈을 꾸기 어렵고, 마음이 없을 적에는 춤도 노래도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최종규 . 2014 -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