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95. 아기자기한 맛



  내가 어느 한 곳을 바라볼 적에는 내 앞에 있는 모습을 살핍니다. 뒤에 있는 모습을 살피지 못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찍을 적에는 우리 앞에 있는 모습을 살핍니다. 옆에 있거나 뒤에 있는 모습을 살피지 못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찍을 적에는 언제나 우리 앞에 있는 모습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우리 앞에 있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서 사진 한 장으로 엮고 싶은 모습을 찰칵 찍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 넣어야 했는데 미처 못 넣은 모습이 있고, 굳이 안 넣어도 되었는데 엉성하게 들어온 모습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포토샵 같은 풀그림으로 ‘내키지 않는 모습’은 손쉽게 덜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진 여러 장을 모두어 ‘넣고 싶은 것만 넣은 새로운 모습’을 빚을 수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눈앞에 보이는 대로 찍은 다음에 사진을 손질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주면 됩니다.


  사진에 넣고 싶은 모습이나 빼고 싶은 모습이란, 내 사진 한 장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러 가지가 골고루 어울려서 예쁘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기를 바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처음 사진기를 놀릴 적부터 잘 가누어서 뒷손질을 안 해도 되도록 찍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뒷손질을 하자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신나게 찍을 수 있습니다.


  뒷손질을 안 하는 사진이라면, 한 해 열 해 스무 해 흐르는 동안 새로운 멋이 풍기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애먼 모습이 사진이 끼어들었다고 느끼지만, 나중에는 애먼 모습이 재미난 모습이라고 여길 만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불러들인다고 할까요. 뜻하지 않게 내 사진에 끼어든 어떤 모습이 시나브로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린다고 할까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적에는 ‘군더더기’가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넣고 싶은 이야기’만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사진을 찍을 적에는 ‘넣고 싶은 모습’만 넣기 어렵습니다.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군더더기’가 어느 틈에 살며시 끼어들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가 아주 작아서 처음에는 못 알아볼 수 있어요.


  군더더기로 여기면 언제까지나 군더더기입니다. 아기자기한 삶으로 바라보면 늘 아기자기한 삶입니다. 4347.11.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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