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487) 그럼에도 1
그럼에도 삭막한 회색도시를 살아 숨쉬는 공동체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 속 희망공동체 11곳》(시금치,2005) 30쪽
그럼에도
→ 그런데도
→ 그런데
→ 그러한데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한국말이 아니라고 말씀하는 분이 많고, 신문이나 방송에서 곧잘 나무랍니다. 그래서 이 말투는 그럭저럭 사라지기는 하지만, 이 말투를 버리거나 털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말투를 써야 말맛이 산다고 하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빵꾸’나 ‘만땅’ 같은 일본말을 써야 뜻이나 느낌이 산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스’나 ‘굿’ 같은 영어를 써야 뜻과 느낌이 산다고 합니다.
한국말이 없기 때문에 일본말이나 영어를 써야 할까요? 한국말로는 뜻도 느낌도 살릴 수 없을까요? 한국말이 없으면 바깥에서 새 낱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말로는 뜻이나 느낌을 살릴 수 없다면, 아예 한국말을 버리고 일본말이나 영어를 쓸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
그럼에도 (x)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한국말이 아니기에 안 쓰겠다고 하는 분들이 곧잘 ‘불구(不拘)’하고’만 뺀 ‘그럼에도’를 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를 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쓰나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둘 모두 어정쩡합니다.
우리는 예부터 ‘그런데도’나 ‘그런데’나 ‘그러한데도’라 말했습니다. 이렇게 쓰면 됩니다.
‘불구하고’를 덜어낸 일은 반갑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럼에도’까지 덜어낼 수 있다면 고맙습니다. 조금 더 마음을 써 주셔요. 4339.1.17.불/4347.11.2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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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메마른 잿빛도시를 살아 숨쉬는 두레로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삭막(索莫)한 회색(灰色)도시”는 “메마른 잿빛도시”나 “차가운 잿빛도시”로 손질합니다. ‘공동체(共同體)’는 ‘두레’나 ‘두레마을’로 손보고, ‘만드는’은 ‘가꾸는’이나 ‘일구는’으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0) 그럼에도 2
이러한 것이 당신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다. 당신은 신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람타/유리타 옮김-람타, 현실 창조를 위한 입문서》(아이커넥,2012) 229쪽
그럼에도 당신은
→ 그러나 당신은
→ 그렇지만 자네는
→ 그런데 그대는
→ 그러한데 그대는
→ 그러한데도 이녁은
…
어떤 말투를 잘못 쓰더라도 뜻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말투를 어설프게 쓰더라도 느낌은 이럭저럭 짚을 수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잘못된 말투가 퍼지기도 하고,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가 번지기도 합니다.
뜻만 나누고 느낌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글보다는, 뜻과 느낌을 잘 살리면서 말씨와 글짜임을 모두 북돋우도록 하는 글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4347.11.2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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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이 그대가 늘 하는 일이다. 그대는 하느님이다. 그러나 그대는 그런 일을 한다
‘당신(當身)’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그대’나 ‘자네’나 ‘이녁’이나 ‘너’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日常的)으로’는 ‘늘’이나 ‘언제나’나 ‘날마다’로 손봅니다. ‘신(神)’은 그대로 둘 만한데 ‘하느님’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일을 한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