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글쓰기 길동무

1. 글을 어떻게 쓰나



  글쓰기는 글을 쓰는 일입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적에 글을 씁니다. 밥하기는 밥을 하는 일입니다. 먹고 싶은 밥이 있을 적에 밥을 합니다. 옷짓기는 옷을 짓는 일입니다. 입고 싶은 옷이 있을 적에 옷을 짓습니다. 꿈꾸기는 꿈을 꾸는 일입니다. 이루고 싶은 꿈을 가슴에 담고 싶을 적에 꿈을 꿉니다. 춤추기는 춤을 추는 일입니다. 기쁨이나 즐거움이나 슬픔이나 그리움 같은 마음이 흐를 적에 춤을 춥니다.


  컴퓨터를 켜서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씁니다. 연필을 쥐어 종이에 사각사각 글을 씁니다. 손전화를 손가락으로 톡톡 누르며 글을 씁니다. 글은 언제 어디에서나 씁니다. 잠자리에서 쓰고, 버스에서 쓰며, 길을 걷다가 멈추어 씁니다. 공부를 하다가도 떠오르면 한 줄 씁니다. 밥을 먹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을 한 줄 씁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퍼뜩 깨달아 한 줄 씁니다.


  어느 한 가지를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를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책을 여러 권 읽은 뒤에 글을 씁니다.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보다가 내 느낌을 글로 씁니다. 동무와 사이좋게 놀던 이야기를 씁니다. 어머니 일을 거들고 아버지 심부름을 한 뒤에 글을 씁니다.


  글은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씁니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멋있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훌륭히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아름답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재미나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짜임새 있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씁니다.


  모든 글에는 글쓴이 마음이 깃듭니다. 글쓴이가 어떤 마음일 적에 쓴 글인지 또렷하게 깃듭니다. 글을 읽을 적에는 글쓴이 마음을 읽습니다. 말을 나눌 적에도 우리는 서로 마음을 듣고 나눕니다. 마음을 나누려고 말을 합니다. 동무와 이웃한테 내 마음을 드러내어 알리고 싶을 적에 글을 씁니다.


  글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씁니다. 글은 꾸며서 쓰지 않습니다. 글은 부풀려서 쓰지 않습니다. 글은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글은 바보스럽게 쓰지 않습니다. 글은 거짓으로 쓰지 않습니다. 꾸준하게 솟는 샘물처럼 꾸준하게 쓰는 글입니다.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차근차근 쓰는 글입니다.


  글을 잘 쓰려고 하면 잘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멋있게 쓰려면 멋있게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훌륭히 쓰려면 훌륭히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아름답게 쓰려면 아름답게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재미나게 쓰거나 짜임새 있게 쓰려면, 재미나게 쓸 수 있을 테고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을 테지요. 그러나, 이렇게 쓰거나 저렇게 쓰거나 글에 마음을 싣지 못한다면, 이러한 글은 글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글에 담는 알맹이는 바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담아서 글을 씁니다. 마음을 일으켜 글을 씁니다. 마음을 돌아보며 글을 씁니다. 마음을 찬찬히 살펴서 글을 씁니다. 마음을 고스란히 글로 씁니다. 마음을 알뜰살뜰 가꾸면서 글을 씁니다. 편지를 짧게 석 줄로 쓰더라도 마음을 담을 수 있으면, 편지를 받는 이한테 애틋하면서 사랑스러운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편지를 석 장이나 서른 장을 쓰더라도 마음을 담을 수 없으면, 편지를 받는 이한테 아무런 이야기고 들려주지 못합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언제나 맨 먼저 내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내 마음을 곰곰이 밝히는 길을 생각하고, 내 마음을 오롯이 드러내는 길을 살피며, 내 마음을 차곡차곡 담는 길을 돌아봅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려 할 적에는, 내 마음이 어떠한지 읽어야 합니다.


  마음이 없을 적에는, 밥을 지어도 맛이 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을 적에는, 옷을 지어도 썩 곱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을 적에는 꿈을 꾸기 어렵고, 마음이 없을 적에는 춤도 노래도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최종규 . 2014 -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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