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96. 밥 한 그릇과



  밥 한 그릇을 기쁘게 받습니다. 내가 손수 지은 밥을 손수 밥상에 올려 기쁘게 수저를 듭니다. 한집에 사는 곁님이 손수 지은 밥을 기쁘게 받기도 하고, 내 어머니나 곁님 어머니가 손수 지은 밥을 기쁘게 받기도 하며, 바깥에서 밥 한 그릇 사다 먹을 적에 다른 사람이 지은 밥을 기쁘게 받기도 합니다. 어느 때이든 기쁘게 받는 밥 한 그릇입니다.


  아이들은 둘레에서 차린 밥을 받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손수 밥을 짓지 않습니다. 아이더러 밥을 손수 지어서 먹으라고 이르는 어른은 없습니다. 더욱이, 아이더러 빈 그릇을 치우거나 설거지를 하라고 시키는 어른은 없으며, 아이더러 벼를 베거나 볏섬을 나르라고 시키는 어른도 없습니다.


  아이가 걸음을 떼고 제법 높은 데까지 손을 뻗을 수 있으면, 들딸기는 손수 조금 훑을 수 있습니다. 낮은 가지에 달린 열매를 손수 따거나, 밭자락 오이쯤 손수 딸 수 있어요. 이무렵에도 아이들은 어른이 딴 열매를 받아서 먹습니다.


  아이들은 칼질을 거들거나 마늘빻기를 거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저를 들며 방긋 웃고 노래하는 목소리로도 밥짓기를 함께 하는구나 싶습니다. 밥을 짓는 어버이 곁에서 콩콩 뛰면서 노는 몸짓과 목소리로도 얼마든지 밥짓기를 거드는구나 싶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 베푸는 기운을 받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 넌지시 나누는 숨결을 얻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함께 짓는 밥 한 그릇입니다. 함께 찍는 사진 한 장입니다. 함께 이루는 삶입니다. 함께 나누는 사랑입니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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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17. 큰아이―감아이 노래



  읍내에서 감을 한 꾸러미 장만하기도 했고, 이웃님한테서 감을 한 상자 선물받기도 했는데, 두 아이가 하루에 먹는 감알이 꽤 많다. 나는 하루에 두 알쯤 먹지만, 두 아이는 하루에 열 알쯤 먹는다. 어느 날은 열 알도 더 먹는다. 먹고 먹으며 또 먹어도 자꾸 먹고 싶단다. 참말 감나무를 여럿 두어야 하는구나 싶다. 두 아이가 하도 감을 좋아하며 잘 먹기에, 감알을 노래하는 글을 짤막하게 써 본다. 그런 뒤 큰아이한테 살짝 건넨다. 큰아이는 ‘단감’이라는 이름을 붙인 짤막한 글이 마음에 드는지 곧잘 이 글을 쓰고, 손수 가락까지 입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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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50. 가을볕 아이들 (2014.10.25.)



  두 아이가 가을볕을 듬뿍 받는다. 가을볕을 듬뿍 받는 아이들은 가을아이가 된다. 얼굴도 팔다리도 가을볕으로 그을린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가을아이, 시골아이, 자전거아이였네 하고 새삼스레 바라본다. 자전거순이와 자전거돌이가 나란히 서서 가을볕을 받는 모습은 그지없이 따스하면서 포근해 보인다. 아이들은 햇볕만 받아도 튼튼하다. 어른들도 햇볕을 받을 때에 튼튼하다. 아이들은 햇살을 먹으면서 자란다. 어른들도 햇살을 먹으면서 씩씩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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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10.25.

 : 우리 들, 이웃 들



- 시골에 살지만, 이 시골에 우리 땅은 없다. 그래서 ‘우리 들’을 누리지 못하고, 가을날 샛노란 들빛을 더 살가이 껴안지 못한다. 자전거를 달리며 ‘이웃 들’ 사이를 누비는데, 이 들이 우리 들이라면, 우리 손길을 타며 자라는 들이라면, 참말 그때에는 어떤 느낌이 될까. 아름답게 물결치는 들이 우리 들이라 한다면, 들내음을 맡으러 날마다 참 오랫동안 들녘에 서리라 느낀다. 나뿐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 누구나 ‘우리 들’이나 ‘내 들’을 누릴 수 있다면, 서로서로 더욱 따스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느낀다. 오늘날에는 ‘내 아파트’를 누리는 사람은 많아도 ‘내 들’을 누리는 사람은 대단히 적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 집’이 있는 듯하지만, 정작 ‘내 땅’을 제대로 가지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땅바닥에 두 발을 디디지 못하는 하늘에 붕 뜬 시멘트조각을 마치 ‘내 집이나 보금자리’인 듯 가진 셈 아닐까. 우리 집도 그렇지만, 이 나라 어여쁜 이웃들이 저마다 ‘내 땅’과 ‘내 들’을 누릴 수 있다면,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정치도 경제도 아주 크게 달라지면서 아주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믿는다.


- 쓰레기봉투를 마을 어귀에 내려놓느라 두 아이더러 자전거를 붙잡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영차 들어서 내려놓은 뒤 자전거로 돌아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가을볕이 아주 곱다. 자전거를 붙잡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두 아이 모습이 더없이 이쁘다. 이런 모습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아이들더러 자전거를 붙잡으라 말하지 않았다. 아주 뜻밖에 새삼스러운 빛물결을 느낀다. 빛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 논둑길 한복판에 선 짐차를 본다. 저 짐차는 왜 이 길에 설까. 이 길에 경운기가 지나가려 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세웠을까. 어떤 마음으로 논둑길 한복판에 저 혼자 차를 세우고 어디론가 볼일을 보러 갔을까. 외길에 차를 세우고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한참 돌아서 간다.


- 가을들을 옆에 끼고 달리는 군내버스를 구경하려고 자전거를 세운다. 한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가끔 만난다. 한두 시간에 한 차례 어쩌다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만나는 일도 여러모로 재미나다. 우리는 서로 어떤 끈으로 이어졌기에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천천히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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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22. 어느 곳에서



  날마다 길이 막히고 밀리는 데에서 버스를 몰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길이 막히거나 밀릴 일이 없는 데에서 버스를 모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어떤 마음이 될까. 언제나 자동차물결만 바라보면서 버스를 몰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철마다 다른 빛을 마주할 뿐 아니라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등이 지고 버스를 모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저마다 어떤 마음이 될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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