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0.25.

 : 우리 들, 이웃 들



- 시골에 살지만, 이 시골에 우리 땅은 없다. 그래서 ‘우리 들’을 누리지 못하고, 가을날 샛노란 들빛을 더 살가이 껴안지 못한다. 자전거를 달리며 ‘이웃 들’ 사이를 누비는데, 이 들이 우리 들이라면, 우리 손길을 타며 자라는 들이라면, 참말 그때에는 어떤 느낌이 될까. 아름답게 물결치는 들이 우리 들이라 한다면, 들내음을 맡으러 날마다 참 오랫동안 들녘에 서리라 느낀다. 나뿐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 누구나 ‘우리 들’이나 ‘내 들’을 누릴 수 있다면, 서로서로 더욱 따스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느낀다. 오늘날에는 ‘내 아파트’를 누리는 사람은 많아도 ‘내 들’을 누리는 사람은 대단히 적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 집’이 있는 듯하지만, 정작 ‘내 땅’을 제대로 가지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땅바닥에 두 발을 디디지 못하는 하늘에 붕 뜬 시멘트조각을 마치 ‘내 집이나 보금자리’인 듯 가진 셈 아닐까. 우리 집도 그렇지만, 이 나라 어여쁜 이웃들이 저마다 ‘내 땅’과 ‘내 들’을 누릴 수 있다면,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정치도 경제도 아주 크게 달라지면서 아주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믿는다.


- 쓰레기봉투를 마을 어귀에 내려놓느라 두 아이더러 자전거를 붙잡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영차 들어서 내려놓은 뒤 자전거로 돌아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가을볕이 아주 곱다. 자전거를 붙잡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두 아이 모습이 더없이 이쁘다. 이런 모습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아이들더러 자전거를 붙잡으라 말하지 않았다. 아주 뜻밖에 새삼스러운 빛물결을 느낀다. 빛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 논둑길 한복판에 선 짐차를 본다. 저 짐차는 왜 이 길에 설까. 이 길에 경운기가 지나가려 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세웠을까. 어떤 마음으로 논둑길 한복판에 저 혼자 차를 세우고 어디론가 볼일을 보러 갔을까. 외길에 차를 세우고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한참 돌아서 간다.


- 가을들을 옆에 끼고 달리는 군내버스를 구경하려고 자전거를 세운다. 한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가끔 만난다. 한두 시간에 한 차례 어쩌다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만나는 일도 여러모로 재미나다. 우리는 서로 어떤 끈으로 이어졌기에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천천히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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