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잠자리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최석운 그림, 엄혜숙 해설 / 길벗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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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8.27.

그림책시렁 1863


《밀짚 잠자리》

 권정생 글

 최석운 그림

 길벗어린이

 2019.9.16.



  경북 안동말로 이야기를 풀어내기를 즐기는 권정생 할아버지입니다. 《밀짚 잠자리》를 펴면서 ‘밀잠자리’를 가리킬는지 ‘실잠자리’를 가리킬는지 한참 헤아려 봅니다. 둘 다 아닐 수 있습니다. 밀짚처럼 작고 가는 몸으로 거듭나는 잠자리라면 ‘실잠자리’에 가깝다고 할 만합니다. 어느 잠자리이든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서울 한복판에도 으레 날았습니다. 이제는 서울뿐 아니라 큰고장에서조차 확 줄어든 잠자리입니다. 시골은 시골대로 풀죽임물이 갈수록 쏟아지고 넘쳐나는 터라, 더구나 누리밭(스마트팜)까지 늘어나기에 잠자리가 쉬거나 깃들 데를 빼앗깁니다. 언제나 곁에서 만나며 동무하고 이웃하는 잠자리이기에 글로도 여민 권정생 할아버지라면, 이제는 곁뿐 아니라 멀리서도 잠자리를 구경하기 어려우면서 그림책과 글책으로 마주하는 오늘날 어린이와 어른입니다. 잠자리가 살아가기 어려우면 냇물과 못물도 망가진다는 뜻이요, 들숲메가 모조리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잠자리가 사라지면 새도 사라지고, 사람도 저절로 사라질 테지요. 작은숨결과 이웃할 수 있는 마음일 때라야 사람이 사람답게 빛납니다. 작은숨빛과 동무하지 않는 마음이라면 사람부터 사람빛을 잃고 잊으면서 무너져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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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8.26. 택시 부르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서울은 참으로 사람이 많고 넓고 큽니다. 서울곁도 사람이 무척 많고 넓고 큽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은 조그마한 고을 하나입니다. 이웃나라를 아우르면 서울은 더없이 작디작은 마을 한켠입니다. 푸른별에서 바라보면 서울은 티끌과 같다고 할 만하며, 그저 작은씨앗 한 톨입니다.


  하룻밤을 서울에서 보내면서 바깥일을 보며 숱한 사람을 스칩니다. 먼저 마을앞에서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나가는 길에 옆마을 사람들에다가 읍내 사람들을 스쳐요. 살뜰하고 아름다운 분이 있고, 안 살뜰하고 안 아름다운 분이 있습니다. 아침나절에 고흥읍 버스나루에서 담배를 태우며 침을 뱉는 젊은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있습니다. 한마디 나무랄까 하다가 그만둡니다. 이미 고흥군 젊은사내와 늙은사내 모두 똑같은 짓을 일삼는걸요.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탑니다. 건너건너 옆에 앉은 아재는 앞걸상에 발을 올립니다. 아재 발냄새가 널리 퍼집니다. 아니, 이보다 앞자리에 앉은 아가씨는 하나도 못 알아봅니다. 서울일을 마치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는 큰소리로 손전화를 내도록 읊조리는 아재가 있더군요. 모든 사내가 사납거나 멍청하거나 엉터리이지 않습니다만, 숱한 사내가 사납거나 멍청하거나 엉터리입니다. 가시내라고 해서 안 사납거나 안 멍청하거나 안 엉터리이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더 사납거나 멍청하거나 엉터리인지 모르겠고,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어른’으로 서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나어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어른’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몇몇 사람만 우러러야 하지 않습니다. 몇몇 사람만 ‘어른’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예 새말로 못박아야 합니다. ‘누구나어른’과 ‘모두어른’으로 나아갈 길을 그리고 얘기하고 생각하고 찾고 배우고 익히고 함께할 노릇입니다.


  서울을 다녀오는 하룻밤길에 새삼스레 “외국인이 잘 하네?”라든지 “외국사람이 한국말 잘 하네?” 같은 말을 듣습니다. 저는 언제나 책짐을 등과 어깨와 팔과 손에 걸치고 다닙니다만, 제가 짊어지는 살림을 ‘마실짐(여행자 배낭)’으로 잘못 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아니, 여태(서른 해 남짓) 제 책짐을 ‘책짐’으로 알아본 사람을 하나도 못 봤습니다.


  이 땅에서 나고자랐기에 다들 ‘한말글(한국어)’을 잘하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나고자랐어도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한말글이 그냥 사납고 멍청하고 엉터리입니다. 이웃나라에서 나고자랐어도 마음을 기울이기에 한말글이 살갑고 사랑스럽고 살뜰할 뿐 아니라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 땅에서 나고자라서 한말글로 글꽃(문학)을 짓기에 아름답거나 알차거나 읽을 만하지 않습니다. 말글이 삶과 살림과 사랑과 사람과 사이와 숲을 바탕으로 태어나는 줄 읽지 않고서 붓부터 쥘 적에는 ‘한말글꽃’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삶부터 가꿀 노릇이고, 살림부터 지을 일이며, 사랑부터 찾아서 펼 하루이고, 사람으로서 눈뜰 길에다가, 사이를 잇는 어깨동무를 하면서, 숲을 품는 씨앗으로 마음을 돌볼 적에 비로소 ‘붓꾼(작가)’으로 지낼 만합니다. 그냥그냥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라서 한글로 적은 글이라서 한말글꽃(한국문학)이지 않아요. 삶·살림·사랑·사람·사이·숲부터 어질게 보듬고 슬기롭게 일굴 줄 아는 어른으로 서는 길에 붓을 쥐어서 이야기를 지피는 나날일 적에 바야흐로 한말글꽃을 낳습니다.


  이러구러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온 뒤에는 가볍게 저잣마실을 합니다. 저잣마실을 할 적에도 사납거나 상냥한 사람을 스칩니다. 걸어다니지만 사나운 사람이 있고, 달구지를 몰지만 상냥한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 어느 길로 삶을 잇는지 헤아릴 적에 하루를 연다면, 스스로 아무 길이나 닥치는 대로 들쑤신다면 하루를 망가뜨린다고 느낍니다. 저물녘에 택시를 불러서 다리를 쉽니다. 풀벌레노래를 들으면서 잠듭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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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09 : 다음 세대 아이


그다음 세대 아이들도 같을 것이다

→ 그다음 아이들도 같다

→ 그다음도 같다

→ 아이들도 같다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사시다 가즈·스즈키 로쿠로/김보나 옮김, 청어람아이, 2022) 34쪽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묶을 적에 한자말로 ‘세대’를 쓰곤 하는데, 우리말로는 ‘또래’로 손볼 만합니다. 앞으로 자라나거나 태어날 사람은 ‘아이’로 여기지요. “그다음 세대 아이들”이라면 “그다음 아이들”로 고쳐씁니다. ‘그다음’이나 ‘아이들’로만 손보아도 됩니다. ㅍㄹㄴ


다음 : 1. 어떤 차례의 바로 뒤 2. 이번 차례의 바로 뒤 3. 나란히 있는 사물의 바로 인접한 것 4. 어떤 일이나 과정이 끝난 뒤 5. 어떤 시일이나 시간이 지난 뒤 6. 그 아닌 사실을 힘주어 나타냄 7. 한 층 낮은 자리 8. 주로 바둑 따위에서, 뒤의 수단 9. 뒤따르는 것 10. 뒤따르는 결과

세대(世代) : 1.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 ≒ 대 2.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 3. 한 생물이 생겨나서 생존을 끝마칠 때까지의 기간 4. 그때에 당면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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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12 :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


그림에 흩뿌려진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하나의 무늬가 되어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무늬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비늘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조각으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무늬가 되어 마음에 남는다

《우리라도 인류애를 나눠야지》(천둥, 초록비책공방, 2023) 5쪽


  마음이 ‘남는’ 모습이나 일이나 무늬나 말이라서 ‘기억’이라 합니다.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라 하면 겹말인데, 남을 적에는 어느 곳이나 쪽이나 조각일 테니 겹겹말이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하나의 무늬가 되어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는 “무늬로 남는다”나 “조각으로 남는다”처럼 단출히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기억(記憶)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편린(片鱗) : 한 조각의 비늘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극히 작은 한 부분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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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594 : 사이 공간 비다


이곳과 저곳 사이에 공간이 있다. 공간은 빈 사이이니

→ 이곳과 저곳에 사이가 있다. 둘 사이가 있으니

→ 이곳과 저곳에 틈이 있다. 두 곳은 틈이 있으니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김장성, 이야기꽃, 2022) 22쪽


  한자말 ‘공간’은 ‘곳’이나 ‘자리’도 가리키고, ‘틈’이나 ‘사이’도 가리킵니다.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겹말입니다. 더구나 한자말 ‘공간’은 ‘비다’나 ‘빈곳’도 가리키니, “공간은 빈 사이”라 하면 겹겹말입니다. ㅍㄹㄴ


사이 : 1. 한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 2. 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 3. 어떤 일에 들이는 시간적인 여유나 겨를 4. 서로 맺은 관계

공간(空間) : 1. 아무것도 없는 빈 곳 2.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비다 : 1.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따위가 들어 있지 아니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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