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482 : 혹시 유령의 같은 거 약해


혹시 유령의 집 같은 거 약해?

→ 설마 깨비집 무서워?

→ 저기 도깨비집 힘들어?

《나쁜 X에게 행복 있으라 3》(키시카와 미즈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5) 38쪽


무서워하라면서 온갖 도깨비를 모은 집이 있습니다. ‘도깨비집’이나 ‘깨비집’일 텐데, 무섭게 꾸민 곳에 가면 힘들 수 있습니다. 무섭게 꾸몄으니 그야말로 무서울 만합니다. 내가 안 무섭대서 남더러 “설마 넌 무서워?” 하고 말하지는 않아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혹시(或是) : 1.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 혹(或)·혹야(或也)·혹여(或如)·혹자(或者) 2. 어쩌다가 우연히 3. 짐작대로 어쩌면 4.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다소 미심쩍은 데가 있어 말하기를 주저할 때 쓰는 말

유령(幽靈) : 1. 죽은 사람의 혼령 ≒ 유령 2. 죽은 사람의 혼령이 생전의 모습으로 나타난 형상 3. 이름뿐이고 실제는 없는 것

약하다(弱-) : 1. 힘의 정도가 작다 2. 튼튼하지 못하다 3. 각오나 의지 따위가 굳지 못하고 여리다 4. 견디어 내는 힘이 세지 못하다 5. 능력, 지식, 기술 따위가 모자라거나 낮다”를 뜻한다고 해요. 우리말 ‘여리다’는 “1. 단단하거나 질기지 않아 부드럽거나 약하다 2. 의지나 감정 따위가 모질지 못하고 약간 무르다 3. 빛깔이나 소리 따위가 약간 흐리거나 약하다 4. 기준보다 약간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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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463 : 일의 진행 속도가 다르군


일의 진행 속도가 다르군요

→ 일을 빠르게 하는군요

→ 일을 휙휙 하는군요

→ 일하는 결이 다르군요

《네? 사내 시스템을 전부 혼자 관리하는 저를 해고한다구요? 2》(카시로메 유키·이오·icchi/박용국 옮김, 씨엘비코믹스, 2025) 19쪽


“일의 진행 속도가 다르군요”라 말할 적에는 빠르다거나 느리다는 뜻일 테지만, 으레 일을 빨리 하는 쪽을 나타냅니다. 보기글처럼 일본말씨로 두루뭉술하게 쓰기보다는 “일을 빠르게 하는군요”로 고쳐씁니다. 그저 ‘일매무새’를 나타내려 한다면 “일하는 결이 다르군요”로 고쳐쓸 만합니다. ㅍㄹㄴ


진행(進行) : 1. 앞으로 향하여 나아감 2. 일 따위를 처리하여 나감 3. [음악] 화음이 계속되는 일 = 가기

속도(速度) : 1. 물체가 나아가거나 일이 진행되는 빠르기 2. [물리] 물체의 단위 시간 내에서의 위치 변화 3. [음악] 악곡을 연주하는 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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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462 : 나의 욕구 충실 존재 위해 가장 필요 것


나의 욕구에 충실한 나로 존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말이었다

→ 내가 바라는 나로 살려면 먼저 말을 해야 했다

→ 내 마음에 따르려면 말부터 해야 했다

→ 나는 무엇보다 말부터 하고 싶었다

《너는 나의 그림책》(황유진, 메멘토, 2021) 23쪽


내가 바라는 나로 살아갈 노릇이되, ‘욕구·욕심·욕망’이라는 길에 기울면 그만 “나 혼자 좋은” 쪽으로만 쳐다보기 일쑤입니다. 누구나 내 마음을 따르되, 속에서 피어나는 고요한 숨빛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저마다 나로서 나답게 나로 살려면 나를 가꾸는 말을 하면 됩니다. 말부터 찬찬히 참하게 차분히 할 일입니다. 말이란 말씨, 곧 말씨앗이기에, 스스로 어떤 말을 가리고 고르고 가다듬어서 하느냐에 따라서 오늘 이곳 삶을 스스로 바꾸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욕구(欲求/慾求) :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

충실(忠實) : 충직하고 성실함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필요(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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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461 : 만남 열렬한 사랑으로 이어지지는


만남이 바로 열렬한 사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만나서 바로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 만나자마자 타오르지는 않았다

→ 만날 때부터 사랑하지는 않았다

《너는 나의 그림책》(황유진, 메멘토, 2021) 22쪽


사랑은 뜨겁거나 타오르지 않습니다. 좋아할 적에 뜨겁거나 타오릅니다. “열렬한 사랑”은 틀린말씨입니다. “뜨겁게 좋아하다”라 할 노릇이고, “만나자마자 타오르지는”이나 “만나서 바로 달아오르지는”으로 손보면 됩니다. 뜨겁거나 타오르듯 좋아하는 결이 아닌, 참말로 ‘사랑’을 말하려는 마음이라면 “만날 때부터 사랑하지는”으로 손봅니다. ㅍㄹㄴ


열렬(熱烈/烈烈) : 어떤 것에 대한 애정이나 태도가 매우 맹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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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할 수 있는



  낮에 부엌에서 곁님과 큰아이랑 낮밥을 먹는데, 내 오른눈 옆에 피가 묻었다고 들려준다. 아마 그제 뒤꼍에서 후박나무 두 그루를 베다가 한 그루에 살짝 깔리듯 찧으며 멍들었으리라. 옆집에서 집을 다시 세운다며 우리 뒤꼍과 맞닿은 빈터를 샀다는데, 예전에 울타리(경계) 구실을 하던 나무를 치워야 했다. 고욤나무와 개오동나무를 살리려고 후박나무를 두 그루 베었다. 옆집에서는 기계톱으로 하겠다고 했으나 두 아이랑 손수 톱질을 하기로 했다. 한 그루는 옆으로 누였고, 다른 한 그루는 머리 쪽으로 받았다. 처음에는 받을 만하리라 여겼다. 바로옆은 벼랑이라서 우리 땅으로 떨구며 고욤과 개오동과 유자를 살리려면 내가 선 쪽으로 베어야 했다.


  나무줄기는 내 장딴지만 한데 오지게 무겁더라. 나무무게에 쿵 찧었으니 멍들 만하다. 곁님은 “나무는 물을 품으니 무겁지.” 하고 한말씀을 보탠다. 그래, 사람도 몸무게는 물무게이다. 더구나 나무는 사람과 달리 줄기를 죽죽 올리면서 가지를 좍좍 뻗고 꽃에 잎에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야 하니 ‘물’을 옴팡지게 눌러담듯 모은다. 뒤꼍 유자나무를 가릴 만큼 자란 후박나무 한 그루를 지난달에 베어서 마당 한켠에 놓았는데, 한 달이 지나도 잎빛이 푸르다. 속으로 물을 얼마나 품었기에 이렇게 오래도록 안 마르나 하고 헤아려 본다. 그러고 보면, “집을 지을 나무”로 삼으려면 ‘물기운’을 빼려고 여러 해 말린다. 나무는 몇 해가 지나도 “속에 품은 물”을 다 내놓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한다. 이미 ‘무게’라는 낱말은 ‘물’이라는 밑말을 품는다. 우리는 몸에 물을 담고서 살아간다. 모든 ‘몸’은 ‘물’이다. 뼈도 물기운을 다 빼면 “무게가 없어서 가루로 바스라진”다. 아직 물을 듬뿍 품은 뼈는 무척 무겁다. 물기운이 빠져나가야 무게가 사그라들면서 가볍다.


  ‘물’과 ‘말’은 같은 낱말이다. 물이 숨결을 품는다면, 말은 삶결을 품는다. 말을 배운다고 할 적에는 삶을 배우는 셈이다. 말을 익힐 적에는 살림으로 무르익는다는 얼거리이다. 그래서 “책읽기 = 말읽기(말로 담은 삶을 읽기”라는 얼개이다. 우리가 늘 쓰는 수수하고 쉬운 말을 얼마나 헤아리느냐에 따라서 ‘삶눈(삶을 읽는 눈길)’이 확 다르다.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을 안 쓸 적에는 삶을 모르는 채 겉핥기라는 뜻이다. 수수하고 쉬운 말은 안 배우며 책읽기를 하면 겉훑기로 그친다.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을 쓰기에 삶을 알아가면서 무르익는다.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을 배우고 익히는 누구나 ‘삶눈’에 이어 ‘살림눈’을 뜨고 ‘사랑눈’으로 깨어난다.


  모든 아이는 책을 안 읽더라도 “말을 어버이한테서 배우기”만 해도 이미 이 삶을 꿰뚫고 가로지를 줄 안다. 아이는 다 아는 넋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아이로 태어나서 자랐으니, 아이넋으로 말익히기를 늘 하면, 못 알아볼 일이 없다. 쉬운 말이 사랑이고 평화일 뿐 아니라, 모든 실마리이고 날개돋이라고 할 수 있다. 쉬운 말이 빛이고 숨결이면서, 모든 꿈으로 잇는 길이고 샘과 별빛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둘레(사회)를 보면, 다들 ‘말’이 아니라 ‘언어·철학·사고·표현·텍스트·화두·대화·용어·문학……’처럼 눈가림을 하거나 덧씌우면서 속이려 한다. 우리는 ‘말’을 보고 듣고 나누면서 ‘물’을 품고 사랑하고 돌볼 노릇이다. 사람은 말과 물로 삶을 짓기에 누구나 눈뜨면서 깨어나고 일어나니, 수수하고 쉬운 말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말을 잊은 채 물을 안 품으려고 하니, 무엇이든 다 못 하고 만다. 말을 일구면서 물을 제대로 받아들이기에, 언제나 싱그럽고 튼튼하게 몸과 마음을 돌본다. 수수하고 쉬운 말을 등지는 채 바깥말에 휩쓸리거나 휘둘리니까 허울만 좋고 허우대만 커다란 쭉정이로 기울고 만다. 2026.3.12.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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