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터지다 : 몰라서 속터지고 머리터진다고 말하지만, 속도 머리도 펑펑 꽝꽝 터진 채 멍하니 일손을 놓고서 멈추기 때문에, 손놓고서 속과 머리가 텅 빈 그때에, 비로소 빛이 우리 속과 머리로 새롭게 스미면서 알아차린다. 속터지는 말과 머리터지는 일은 하나도 안 나쁘다. 우리가 꼭 거쳐야 할 ‘즐거운 가시밭길’이다. 머리가 터져 주어야지, 이제까지 안 멈추던 바쁜 일손을 비로소 멈추게 마련이고, 이때부터 새머리(새롭게 틔운 머리)로 나아가려고 스스로 낸 틈에 새롭게 받아들일 이야기가 흘러들 수 있다. 여태까찌 똑같은 틀로 마냥 이은 삶을 멈추고 끝내고 터뜨릴 때라야, 빈손에 빈몸으로 처음부터 하나씩 새길을 여미는 마음으로 건너간다. 고개를 건너고 고비를 넘이려면 누구나 펑펑 꽝꽝 터져야 한다. 그런데 속터지거나 머리터기를 싫어한다면, 속터질 일을 살피지 않거나 머리터질 일을 안 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그대로 고이고 갇혀서 썩다가 죽는다. 2005.4.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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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해보면 안다 : 해보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안 해보았으니 모를 뿐이다. 우리는 ‘모른다’고 말할 수 없고, 말할 까닭이 없다. ‘모른다’고 뱉는 말이란, 그야말로 핑계에 달아나려는 꿍꿍이로 읊는 소리이다. 우리가 할 말이란 “해보았다.” 하나하고 “안 해보았다.” 둘이다. 해보고도 모른다면, 아직 덜 해보았다는 뜻이다. 알 때까지 해보아야 안다. 알 때까지 안 해보았으니 모른다. 다시 말하자면, 알 때까지 읽고 보아야 아는데, 알 때까지 거듭거듭 읽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요즈음 사람들은 책이나 영화를 고작 ‘1벌 슥 스치듯 훑기’만 하고서 ‘읽었다’는 뻥을 친다. 슥 스치듯 1벌을 훑고서 어떻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몇 쪽 몇쨋줄에 무슨 글이 있다고 ‘외우기’는 ‘읽기’가 아니다. ‘읽기’란, 책마다 다 다르게 흐르는 이야기와 줄거리를 글쓴이와 나 사이에 이어서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생각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읽었다면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읽었으니 스스로 일어설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책만 사서 ‘훍’은 몸이라면, “안 해보았다.”고 해야 맞다. 글이나 노래(시)를 못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쓰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요, 스스로 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쓰려고도 안 했을 뿐이다. 2025.4.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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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기억의


 기억의 지속이 힘들다면 → 그대로 남기기 힘들다면

 기억의 기록이 중요하다 → 떠올려서 남겨야 한다


  ‘기억(記憶)’은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을 뜻한다고 합니다. ‘기억 + -의’ 얼거리라면 ‘-의’를 털어내면서 ‘떠올리다·곱새기다·곱씹다·새기다·아로새기다’나 ‘그리다·돌아보다’나 ‘생각·넋·옛넋·옛날넋·옛생각’으로 손질합니다. ‘머리·빛’이나 ‘알다·낯익다·익다·익숙하다’나 ‘남기다·남다·담다·간직하다·건사하다’로 손질할 만하고, ‘일·있다·이야기’나 ‘더듬거리다·짚다·톺다’나 ‘머금다·살아나다·되살리다·살리다’로 손질합니다. ‘되살피다·되살아나다·되씹다·되새기다·되짚다’나 ‘들어가다·들어오다’나 ‘나날·날·삶’으로 손질해도 되어요. ㅍㄹㄴ



문옥주 할머니의 기억의 정확성에 다시 한 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문옥주 할머니가 얼마나 또렷이 떠올리는지 다시 벅차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문옥주 할머니가 참으로 똑똑히 되새기기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모리카와 마치코/김정성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05) 21쪽


기억의 끈에 꿰여 있는 단추들은 로라의 가족사를 상징하는 메타포입니다

→ 떠올린 끈에 꿰인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빗댑니다

→ 옛생각 끈에 꿰인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 옛생각을 끈에 꿴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드러냅니다

→ 옛생각을 끈에 꿴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나타냅니다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정봉남, 써네스트, 2017) 340쪽


기억의 처음은 내가 기어 다니다가 첫걸음을 걸으면서 똥을 내질렀다는 것

→ 떠오르는 처음은 내가 기어다니다가 첫걸음을 떼면서 똥을 내질렀다는

→ 되새기는 처음은 내가 기어다니다가 첫걸음을 디디며 똥을 내질렀다는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황화섭, 몰개, 202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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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도슨트docent



도슨트 : x

docent : 1. (대학에서 정규 교수가 아닌) 강사 2. (박물관 등의) 안내원

ド-セント(docent) : 도슨트, 박물관·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인

 


한동안 한자말로 ‘안내원’이라 하더니, 이제는 영어로 ‘docent’를 쓰는구나 싶습니다. 한자말과 영어 사이에 우리말은 낄 틈이 없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말로 ‘가르치다·갈치다’나 ‘길불·길빛·길잡이·길라잡이·길앞잡이’나 ‘길잡님·길님·길잡이불·길잡이빛·길눈이’라 할 만합니다. ‘끌다·끌고 가다·끌어가다·끌힘’이나 ‘이끌다·이끎이·이끎빛·이끎지기’라 할 수 있어요. ‘알림길·알림이·알림빛·알림지기·알림꽃’이라 할 만하지요. ‘키·키잡이·키질’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열린길잡이·열린길빛’이나 ‘마음길님·마음꽃님·마음밭님’이나 ‘불빛·불빛줄기·빛줄기·횃불’처럼 여러모로 새롭게 헤아릴 만합니다. ㅍㄹㄴ



도슨트로 일하면서 청소년 관람객을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 길잡이로 일하면서 푸른손님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 키잡이로 일하면서 푸름이을 만나기란 어렵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사 이야기》(신나미, 철수와영희, 20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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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81 : 부모님 것 중 자신들 게 거


나를 낳고 부모님이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자신들이 모르는 게 많다는 거였다

→ 나를 낳은 두 분은 너무 모르는 줄 뼈저리게 느꼈단다

→ 엄마아빠는 나를 낳고서 너무 몰랐다고 뼈저리게 느꼈단다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창비, 2011) 59쪽


짤막하게 쓰는 글에 ‘것’을 세 군데나 넣으면 몹시 얄궂습니다. 있는 대로 늘어뜨리는 군더더기 말씨이기도 합니다. 첫머리에 ‘나’를 먼저 놓고 싶다면, “나를 낳은 두 분은”으로 다듬고, ‘엄마아빠·어버이’를 먼저 놓고 싶다면, “엄마아빠는 나를 낳고서”로 다듬습니다. “-ㄴ 것 중 하나”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예요. 옮김말씨를 잘못 쓰느라 끝자락에 “-ㄴ 게 많다는 거였다”처럼 ‘것’을 잇달아 붙이고 말아요. “엄마아빠는 + 나를 낳고서 + 너무 몰랐다고 + 뼈저리게 느꼈단다”처럼, 임자말과 몸말(줄거리)과 맺음말이라는 얼거리로 수수하게 쓸 노릇입니다. ㅍㄹㄴ


부모(父母) :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 이인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자신(自身) : 1. 그 사람의 몸 또는 바로 그 사람을 이르는 말 ≒ 기신(己身) 2. 다름이 아니고 앞에서 가리킨 바로 그 사람임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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