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터지다 : 몰라서 속터지고 머리터진다고 말하지만, 속도 머리도 펑펑 꽝꽝 터진 채 멍하니 일손을 놓고서 멈추기 때문에, 손놓고서 속과 머리가 텅 빈 그때에, 비로소 빛이 우리 속과 머리로 새롭게 스미면서 알아차린다. 속터지는 말과 머리터지는 일은 하나도 안 나쁘다. 우리가 꼭 거쳐야 할 ‘즐거운 가시밭길’이다. 머리가 터져 주어야지, 이제까지 안 멈추던 바쁜 일손을 비로소 멈추게 마련이고, 이때부터 새머리(새롭게 틔운 머리)로 나아가려고 스스로 낸 틈에 새롭게 받아들일 이야기가 흘러들 수 있다. 여태까찌 똑같은 틀로 마냥 이은 삶을 멈추고 끝내고 터뜨릴 때라야, 빈손에 빈몸으로 처음부터 하나씩 새길을 여미는 마음으로 건너간다. 고개를 건너고 고비를 넘이려면 누구나 펑펑 꽝꽝 터져야 한다. 그런데 속터지거나 머리터기를 싫어한다면, 속터질 일을 살피지 않거나 머리터질 일을 안 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그대로 고이고 갇혀서 썩다가 죽는다. 2005.4.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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