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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30.
까칠읽기 88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
민음사
2012.6.25.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삶을 바꾸는”처럼 으리으리하게 이름을 붙인다. 곰곰이 읽고서 다섯 달을 곰삭여 보았다. 글쓴이 뜻대로 이 책을 읽어도 “삶을 바꿀 만”할 텐데, 이 책을 읽고 따라하다가는 “유행가마냥 이리 기웃 저리 빼곰 남 꽁무니를 좇으면서 떠도는 삶으로 바꾸”겠구나 싶더라.
골목이 좁고 어수선하다고 말하는 마음에 이미 ‘쓸모없는’으로 보는 눈길이 묻어난다. 글쓴이는 ‘진부(陳腐)’라는 한자를 참말 모르나? 아니면 모른 척하나? “진부한 우리 삶”이란 “낡은 우리 삶”이라는, 고리타분하고 고약하고 썩어가고 뒤떨어지고 쓰잘데기없다는 뜻이다. 작은사람이 작은살림을 꾸리는 삶을 담는 책이라고 말하려는 뜻이라면 “수수한 우리 삶”이나 “작은 우리 삶”이라 말해야 맞다.
‘좋은길’을 골라야 할 까닭이 없다. 누구나 ‘삶길’을 골라서 숱한 나날과 사람과 하루를 누릴 뿐이다. 좋은책을 읽어야 삶을 좋게 바꾸지 않는다. 어느 책을 손에 쥐든 마음을 사랑으로 가꾸려는 눈빛을 밝힐 적에 비로소 ‘아름삶’과 ‘참삶’과 ‘빛삶’으로 나아간다. ‘아는 것(정보)’이 모자라서 못 고르지 않는다. 스스로 이 삶을 맞아들이려는 마음이 없으니 못 고르거나 안 고를 뿐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라는 책이면서, 어떻게 “혼자서는 바꿀 수 없다”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하지? 터무니없다. 바꾸려면 ‘나부터’ 바꿀 일이요, 나부터 바꾸는 길이란, 내가 나부터 혼자 고요히 바꾸어서 깨어나는 삶이다. 내가 나한테 묻고, 내가 나한테 얘기하고,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내가 나를 드디어 받아들여서 사랑할 때에,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태어난 몸과 마음에 맞게 반짝반짝 빛나는 즐거운 노래로 깨어나게 마련이다.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어느새 바꾸는 길로 접어드는 동안에 늘 곁에 두는 책이라면, 아주 부드럽게 오래오래 되새긴다. 읽은 책이 마음에 오래 남아야 하나? 오래 남기고 싶으면 되읽고 또 되읽으면 된다. 되읽지 않고서 오래 남기를 바랄 수 없다. 잘 들여다보거나 잘 헤아려야 오래 남을 수도 있다만, 이보다는 줄기차게 즐겁게 즈믄걸음으로 차근차근 되읽으면 마땅히 오래 남는다.
책을 이야기할 적에는 언제나 ‘책을 쓰고 엮고 짓고 묶고 나누고 사고팔고 읽고 말하는’ 모든 사람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책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이 그립다고 군말을 붙인다면 그저 군말이자 거짓말이기도 하다. ‘책이야기 = 사람이야기’인 터라, 책을 잔뜩 이야기했으면서 사람이 그립다고 말한다면, 여태 책이야기를 안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책이라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몇몇 책에 허울을 씌운 겉훑기’로 사람을 홀리려 했다는 민낯이기도 하다.
ㅍㄹㄴ
골목은 좁고 어수선했지만 쓸모없는 물건들의 집하장은 아니었습니다. (29쪽)
더구나 책은 정말 진부한 우리 삶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56쪽)
더더욱 좋은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도 우린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69쪽)
그런데 우선 혼자서는 변할 수 없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믿음과 의지를 발휘하고, 용기를 갖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117쪽)
책을 오래 기억하려면 읽을 때 일단 주의 깊게 읽고 자꾸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책에서 최고의 것을 받으려면 관찰력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162쪽)
책 이야기를 잔뜩 했더니 인간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이제 책에게서 인간에게로 돌아갑니다.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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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정혜윤, 민음사, 2012)
책 읽기와 관련이 없는 그 질문은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 책읽기와 먼 일을 물어봐서 어리둥절했습니다
→ 책읽기가 아닌 일을 물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7쪽
주최 측은 승부 조작을 했다고 모함하며
→ 그곳은 뒷짓을 했다고 몰아대며
→ 그쪽은 꿍꿍이였다고 물어뜯으며
→ 그곳은 손맞춤이라고 뜯으며
→ 그쪽은 거짓질이라고 몰아부으며
7쪽
사실 책에서만 사는 법을 배우는 건 아닙니다
→ 책에서만 삶길을 배우지 않습니다
→ 삶은 책에서만 배우지 않습니다
9쪽
“책을 왜 읽어요?”라는 질문에 저는 무수히 많은 디테일로 답하고 싶습니다
→ “책을 왜 읽어요?” 하고 물으면 구석구석 짚고 싶습니다
→ “책을 왜 읽어요?”에는 하나하나 얘기하고 싶습니다
17쪽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을 하려면 이 스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이다음은 이 스승 이야기로 풀려고 합니다
→ 둘째 이야기는 이 스승 이야기로 하겠습니다
23쪽
시 수업이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요? 농부 할머니에게 서정주나 김수영 같은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 할머니는 노래를 왜 배웠을까요? 시골 할머니는 서정주나 김수영 같은 글을 읽으며 무엇을 느꼈을까요?
25쪽
이런 물건들이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몸에 다 새기고 이젠 벼룩 시장에 누워 있었습니다
→ 이제 이런 살림이 한집안 빛그늘을 속에 담고서 벼룩마당에 나옵니다
→ 이제 이런 세간이 한집안 기쁨슬픔을 품고서 벼룩저자에 나옵니다
29쪽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사랑입니다
→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새길을 짓기에 사랑입니다
→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새빛을 빚으니 사랑입니다
55
더더욱 좋은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 더더욱 잘 고르고 싶습니다
→ 더더욱 제대로 뽑고 싶습니다
69
나에겐 배움에 대한 갈증이 좀 있었던 거 같아
→ 나는 좀 배우고 싶었어
→ 나는 목말라서 배우고 싶었어
88
취재차 통영에 내려갔습니다
→ 알아보러 통영에 갔습니다
→ 살펴보러 통영에 갑니다
→ 일로 통영에 다녀옵니다
119
책은 우리를 능력자로 만들어 줍니다
→ 책을 읽으면 힘이 솟습니다
→ 책을 읽기에 기운이 납니다
143
요즘은 서평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 요즘은 책글을 쓰는 사람이 꾸준히 늡니다
→ 요즘은 책을 말하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167
목소리는 정말 특이했어요. 목소리 자체가 좀 성스러웠어요
→ 목소리는 참 달랐어요. 목소리부터 좀 거룩했어요
→ 목소리가 남달랐어요. 목소리부터 고즈넉했어요
174
이제 책에게서 인간에게로 돌아갑니다
→ 이제 책에서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 이제 책을 덮고 사람한테 갑니다
24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