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새소리



아까 뱉은 말을

못 주워담는다


어제 들은 말을

못 가라앉힌다


부끄럽고 뿔나고 불타오르고

하얗게 재가 된다


힘이 다하여 눕고

눈을 감고서 허리를 끙끙 앓는데


참새소리에 까치소리가 섞이고

문득 동박새에 직박구리가 곁든다


숨을 고르고서 일어선다


2025.6.15.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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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28. 미워하는 우리



  미워하면 고개돌린다. 미워하니 등돌린다. 미워하니 따돌린다. 그놈이나 그들만 우리를 등지거나 따돌리지 않는다. 우리도 그놈과 그들을 따돌린다. 서로 미워하기에 서로 홱 고개젓고 가로젓고 손젓고 그저 멀리멀리 내치기만 한다.


서로 다르게 보는 줄 알면, 미워할 까닭이 없다. 왼오른이건 이쪽저쪽이건 서로 다르기에 늘 만나고 자주 어울리면서 끝없이 이야기로 풀어갈 노릇이다. “같은 무리”끼리만 해먹어야 한다고 여기니까 안 만나고 안 보고 안 듣고 안 어울리고 안 얘기하고 그저 서로 밉질과 손가락질을 일삼고서 싸울 뿐이다.


  서로 다른 줄 안 보고 안 느끼고 안 배우고 안 받아들이는 터라, 서로 잘잘못만 따지면서 누가 더 크게 몹쓸놈인지 키재기에 사로잡힌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 배워서 담을 빛이 있다. 저쪽을 비아냥대야 하지 않는다. 저쪽을 ‘비(非)-’라고 하는 ‘제국주의 및 군국주의 일본말씨’로 깎아내리려고 한다면, 바로 ‘비 아무개’가 아니라 그대부터 좀먹는다.


  책집마실을 하며 온갖 책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장만할 책도 한참 서서 읽는다. 안 장만할 책도 이다음에 다시 펼칠 일이 없도록 찬찬히 읽는다. 살 책이건 안 살 책이건 우리가 손을 뻗어서 들추기에 스스로 알아보고 알아차릴 뿐 아니라, 사읽는 책과 안 사읽는 책 모두한테서 배운다.


  고흥집을 나설 적에 가볍던 등짐은 두 손에까지 짐꾸러미가 가득하다. 고흥에서 이틀을, 부산에서 사흘을 속비움으로 보내니 온몸이 가볍다. 설마 속비움에 이바지하는 찬앓이(냉방병)가 훅 치고 들어왔을 수 있다. 이제 목은 가라앉는다. 아직 물이나 침을 넘기려면 목구멍이 쓰리지만 닷새 앞서를 대면 아주 낫다. 사상나루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뙤약볕을 15분쯤 머금었다. 팔뚝으로 땀방울이 꼭 새벽이슬마냥 몽글몽글 줄줄이 돋더라. 구름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가을하늘 같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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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새끼줄 삼듯 (2025.6.30.)

― 서울 〈악어책방〉



  우리가 살아가는 길을 보면, “못하는 투성이”인 터라 다시 나서고, “모르는 투성이”이기에 새로 해보고, “모자라는 투성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겁게 배우는구나 싶어요. “못하는 나”라서 끝(꼬리)에 서서 밑(꼴찌)을 지켜주다가 어느새 꽃(꼬마)을 피우기도 하고요. 바닥에 있기에 바다를 품으며 일어납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악어책방〉이 있기에, 책집과 둘레를 새롭게 품으면서 느긋이 찾아갑니다. 이제까지 늘 이렇습니다. 동무나 이웃이 살지 않는다면 굳이 어느 마을을 거닐지 않고, 책집이 없으면 더더욱 안 지나갑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이란 하나씩 잇는 말이면서, 하나하나 엮는 마음이고, 함께 일구는 생각 한 자락입니다. 오늘 우리가 어울리면서 주고받은 말씨 한 톨을 바탕으로 새롭게 꿈을 틔우고, 이 길을 나란히 걷는 동안 어느새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함박눈처럼 함박비가 오고, 함박별처럼 함박볕이 내리쬡니다. 눈도 비도 별도 볕도 언제나 이곳에 함지박마냥 푸짐하게 드리우면서 모두 북돋웁니다.


  여러모로 시골꽃이 한결 곱다고 느낄 수 있을 텐데, 서울꽃은 매캐하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에서도 의젓하게 피어나기에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요. 오늘날 시골꽃은 끔찍한 죽임물을 뒤집어써도 꿋꿋하게 다시 태어납니다.


  〈악어책방〉에서 ‘마음글쓰기’를 잇습니다. 마음을 담은 소리이기에 말인데, 요즈음은 어쩐지 마음을 안 담으면서 꾸미는 ‘말흉내’가 늘어나는 듯합니다. 입으로 소리만 내기에 말일 수 없습니다. 손으로 무늬만 그리기에 글일 수 없습니다. 서로 어떤 마음인지 찬찬히 담아야 말글입니다. 함께 일굴 빛씨앗을 가만히 가꿔야 말글입니다. 고이 쓰다듬으며 지필 적에 말글입니다.


  아프더라도, 아니 아프기에 기꺼이 받아들여서 품고 풀어낼 적에 누구나 스스로 어른으로 거듭난다고 느껴요. 즐겁기에 웃고, 슬프기에 울며, 이 마음을 우리 손으로 보듬는 사이에 깨어나는 말글입니다.


  오랜 낱말 ‘새끼’를 놓고서 말밑풀이를 끝냈다고 여겼는데, 새벽에 뒤적이니 아직 안 끝냈더군요. 아침에 곰곰이 짚으며 비로소 애벌로 말밑풀이를 추슬렀어요. ‘개다’라는 낱말을 놓고서 실마리를 풀어가면 왜 ‘새끼·삿기(새끼오리 + 새끼줄)’ 같은 낱말이 태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롭게 트며 깨끗하게 파란 하늘마냥, 새롭게 이으며 사랑으로 밝은 사랑이라는 결을 담는 ‘개·개다’입니다.


  작은 말씨에 깃든 숲빛마음을 헤아리면서 다같이 포근히 누리기에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깊어가는 여름은 천천히 겨울로 나아갑니다. 새철로 느긋이 걸어갑니다.


ㅍㄹㄴ


《한 평 반의 행복》(유선진, 지성사, 2020.12.18.)

《150cm 라이프 3》(타카기 나오코/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6.1.25.)

#たかぎなおこ #150cmライフ

《꿀!》(아서 가이서트, 사계절, 2011.2.24.첫/2020.5.29.8벌)

#ArthurGeisert #Oink

《나의 속도》(이진경, 이야기꽃, 2025.6.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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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24.


《선생님, 홍범도 장군이 누구예요?》

 김삼웅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5.7.17.



하루 내내 앓아눕는다. 끙끙대면서 땀을 뺀다. 땀방울에는 찬기운(에어컨)이 묻어나겠지. 고흥에서도 고흥밖에서도 온통 찬기운이다. 처음 고흥에 깃들 무렵에는 시골버스도 여름에 미닫이를 열고서 들바람을 쐴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저 찬바람으로 가둔다. 그러나 찬바람만 떠돌지 않는다. 죽임물이 판치고, 비닐이 너울댄다. 살림바람·살림물·살림빛을 등지는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해마다 ‘찬기운 뽑아내기’를 몸살로 한다. 《선생님, 홍범도 장군이 누구예요?》를 읽었다. 왜 홍범도일까 하고, 어린이한테 홍범도를 어떻게 읽히며 이야기할 만한지 곱씹으면서 읽었다. 홍범도 님은 누구보다 ‘일본 싸울아비’를 우수수 고꾸라뜨린 분으로 손꼽는다. ‘나라’를 되찾으려는 길에 온삶을 바치다가 아주 쓸쓸하고 힘겨우면서 아프게 숨을 거둔 줄로 안다. 요사이는 홍범도 님한테 ‘빛깔’을 입혀서 괴롭히거나 내치려는 얼뜬 무리까지 있다. 홍범도·김구·정정화·남자현·여운형·안중근 님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분들은 ‘몇몇 우두머리(정치권력자)’가 거머쥐는 나라(정부)가 아니라, ‘누구나 어깨동무하는 즐겁고 사랑스러운 시골논밭’을 그리는 ‘나라살림’에 마음을 쏟았다. 읽으면 알 테고, 안 읽으면 등지면서 모르겠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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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6.


《봄이 오면 가께》

 기시모토 신이치 글·야마나카 후유지 그림/강방화 옮김, 한림출판사, 2014.1.20.



비는 알맞게 내리다가 그친다만, 띄엄띄엄 빗줄기가 듣기에 빨래는 마루에 넌다.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돌보고, 두 아이하고 하루쓰기를 하고, 같이 마주앉아 밥을 먹으며 얘기를 하고, 등허리를 펴고,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를 느낀다. 여덟쨋달(8월)에 태어날 《풀꽃나무 들숲노래》 마지막 글손질을 한다. 《봄이 오면 가께》를 읽었다. 이런 아름다운 글이 있는 줄 뒤늦게 알았다. 이미 판이 끊겨서 찾기 어렵지만, 부산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서 깃새지기(상주작가)를 하는 동안, 이곳에서 고맙게 만난다. 어린이책과 그림책을 눈여겨보면서 갖추는 마을책집은 ‘아름책이 꾸준히 팔려서 읽히고 새로 들여놓는 살림’을 잇는 몫도 하고, ‘미처 손길이 못 닿은 아름책’이라 하더라도 되물림(반품)을 안 하고서 품는 매무새로 큰몫을 한다. 우리는 아직 《봄이 오면 가께》처럼 어린이와 길잡이와 어버이와 마을 사이에서 함께 일구며 어깨동무하는 사랑씨앗을 글로는 좀처럼 못 담는다고 느낀다. ‘창작법·문장작법’을 가르치는 일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보다는 ‘너랑 나랑 하늘빛으로 어울리는 마음에 사랑을 담는 푸른길’부터 이야기하고 배울 노릇 아닐까? ‘PC(선명한 주제의식)’이 아닌, ‘사랑씨앗’이 모두 살리고 깨운다.


#岸本進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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