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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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5.31.

다듬읽기 263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아포리아

 2013.3.13.첫.5만 부/2013.3.18.2벌.10만 부



  모든 말은 우리 마음을 드러내는 소리입니다. 모든 마음은 저마다 살아낸 나날입니다. 모든 글은 말을 그려낸 무늬입니다. 그래서 ‘삶 → 마음 → 말 → 글’이라는 얼거리이고, 어느 글을 읽더라도 ‘이 글을 쓴 사람 마음·삶’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글을 꾸미는 사람은 삶도 꾸미고 마음도 꾸밉니다. 멋스러이 글을 쓰는 사람은 삶과 마음과 말도 멋스럽게 보이려고 애씁니다. ‘좋은글’을 쓰거나 남기려 하는 사람은, 이미 이이 삶부터 ‘좋지 않’기에 ‘좋지 않은 삶과 마음을 숨기거나 가리면서 좋아 보이는 모습’을 슬그머니 씌우게 마련입니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를 빈틈없이 다스릴 줄 알면 ‘좋은글’일 수는 있어도, ‘삶글’이나 ‘마음글’이지는 않기 일쑤요, ‘나눔글’이나 ‘살림글’로 읽을 만하지 않더군요. 마음을 밝히려고 힘쓰는 사람은, 이미 말을 할 적부터 이녁 사투리를 씁니다. 서울사람이라면 서울사투리를 쓰고, 광주사람이라면 광주사투리를 쓰고, 대구사람이라면 대구사투리를 써요. 왜 사투리를 쓰느냐 하면, 언제나 그사람 속내를 말과 글에 그대로 담으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좋은글(좋아 보이도록 꾸민 글)’을 쓰려는 사람은 ‘사투리를 안 씁’니다. 사투리가 없이 말끔한 ‘맞춤말(교양 있는 서울사람이 쓰는 틀에 박힌 말)’에 갇혀요.


  《어떻게 살 것인가》를 펴면, 글쓴이 유시민 씨는 이녁이 이만 한 이름을 붙인 책을 쓸 만하지 않다고 밝히는 시늉을 합니다. 참말로 유시민 씨가 이만 한 이름을 붙인 책을 쓸 만하지 않은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런 책은 안 씁니다. 그러나 유시민 씨는 “고매한 인품을 인정받은 사람이라야” 쓸 수 있을 책을 “나(유시민)는 고매한 인품도 아니고, 이런 인품이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도 아닌데” 무턱대고 쓴다고 슬그머니 밝히고, “고매한 인품”인 사람을 살그머니 빈정댑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기에, 저마다 살아가는 나날과 발자국을 쓸 수 있고, 쓰면 되며, 쓸 노릇인데다가, 아이한테 물려주면 넉넉합니다. 구태여 깜냥(자격)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고 처음부터 갈라칠 까닭이 없습니다.


  유시민 씨가 쓴 이 책은 책자취(판권)에 몇 자락을 찍었는지 자랑스레 밝힙니다.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5만이고 10만이고 척척 팔아치울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다고 밝히면서 “어떻게 살겠는가” 같은 줄거리를 다룰 만하지 않은 깜냥이라면, 여태 겉멋으로 책팔이를 했다는 셈입니다. 잘 모르는 분은 ‘1벌 5만, 2벌 10만’이라고 책자취에 밝힌 일은 펴냄터가 했다고, 글쓴이가 안 했다고 말씀하지만, 글쓴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펴냄터에서 함부로 이렇게 못 밝힙니다. 펴냄터하고 글쓴이가 한마음과 한몸이라서 이렇게 자랑스레 밝힙니다. 이른바 “고매한 인품인 작가” 분은 으레 “내가 아니고 출판사에서 이렇게 해서요” 하고 넌지시 펴냄터 탓으로 돌리기 일쑤인데, 참으로 거짓말쟁이에 눈속임입니다. “고매한 인품인 나는 책팔이를 잘한다는 자랑질은 안 하는 착한놈”이라고 읊으면서 뒤에서 웃거든요.


  책을 훑거나 새뜸(신문)을 넘기면서 얻은 부스러기(지식·정보)로 말잔치를 펴는 일은 안 나쁩니다. 다만, 유시민 씨 같은 분들은 부디 ‘서울 좀 떠나’서 ‘시골에서 맨손으로 호미를 쥐고서 텃밭살림’부터 해보기를 바랍니다. 우리한테 《토지》를 남긴 박경리 님은 ‘글을 쓰는 짬’보다는 ‘밭을 일구는 짬’에 ‘집안일과 부엌일을 하는 짬’을 한결 넉넉히 즐기고 누렸습니다. 밭일과 집안일과 부엌일을 하는 단단하고 푸진 몸빛을 날마다 일굴 줄 알기에 글빛도 단단하고 푸지게 여밀 수 있습니다. 밭일도 집안일도 부엌일도 안 하는 채, 더구나 아이를 돌보는 나날도 보내지 않는 채, 말만 하고 글만 쓰는 자리에서 돈벌이를 일삼는다면, 이때에는 그만 ‘촉새’가 되고 말아요. 이름이 촉새인 새한테는 안된 말입니다만, ‘입방정’이 아닌 ‘살림말’을 둘레에 들려주고 베푸는 글바치로 거듭나셔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 한복판에서 글팔이와 책팔이를 이어가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맨몸에 하늘빛과 흙빛과 숲빛과 들빛을 머금는 땀방울을 맞아들이는 하루를 살아내고 보면, ‘서울에서 벌이는 갖은 말잔치와 글잔치’가 얼마나 덧없는 밥그릇싸움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밥그릇싸움으로 쓰는 책은 그만 내놓아도 될 텐데 싶어요. 삶이 아깝잖아요? 밥그릇싸움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삶이 재미있나요? 봄이 저물고 여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봄새와 여름새가 들려주는 노래잔치를 누리는 마음을 글로 옮길 적에 그야말로 빛나지 않나요?


ㅍㄹㄴ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아포리아, 2013)


성공적인 삶을 살았거나 고매한 인품을 인정받은 사람이라야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 잘살거나 밝은 사람이라야 쓸 수 있지 않은가

→ 훌륭하거나 대단한 사람이라야 쓰지 않는가

7쪽


누구나 나름의 자기 검열을 한다

→ 누구나 제 나름대로 고친다

→ 누구나 가다듬는다

→ 누구나 깎고 자른다

9쪽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존중, 그런 것들을 위해 자기가 쓴 글을 객관적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수정하는 것이다

→ 다른 마음인 사람을 헤아리면서 스스로 쓴 글을 여러모로 따지고 살펴보고 고친다

→ 다른 사람을 눈여겨보면서 제 글을 이모저모 짚고 살펴보고 손질한다

9쪽


인생의 품격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빈다

→ 멋스런 삶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든 분이 꿋꿋하기를 빈다

→ 삶멋을 찾으려고 힘쓰는 모든 분이 기운내기를 빈다

11쪽


나는 노는 게 좋다. 일도 좋지만 노는 건 더 좋다

→ 나는 즐겁게 논다. 일도 즐겁지만 놀이를 즐긴다

→ 나는 놀고 싶다. 일도 즐겁지만 놀이가 더 즐겁다

18쪽


대중의 사랑을 받기 전까지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

→ 사람들이 좋아하기 앞서까지 꽤 서러웠다

→ 사람들이 반기기 앞서까지 제법 서러웠다

27쪽


평범한 삶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아니다

→ 삶이 수수하기에 안 아름답고 안 즐겁지 않다

→ 여느삶이 안 아름답고 안 기쁘다는 뜻이 아니다

32쪽


의미 있는 삶을 원해서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 삶이 뜻있기를 바라서다. 삶은 그렇다

→ 뜻있게 살고 싶어서다. 삶은 그렇다

47쪽


삶의 의미는 사회나 국가가 찾아주지 않는다

→ 삶길은 남이나 나라가 찾아주지 않는다

→ 남이나 나라가 삶뜻을 찾아주지 않는다

51쪽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 나는 스스로 즐거울 일을 하고 싶다

→ 나는 그저 즐겁게 일을 하고 싶다

62쪽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 바로 여기에서 스스로 뜻있게 일하며 살면 된다

→ 오늘 여기에서 스스로 뜻깊게 살아가면 된다

90쪽


나이를 먹는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 나이를 먹기에 나쁘기만 하지 않다

→ 나이를 먹어서 꼭 나쁘지는 않다

→ 나이가 늘 나쁘지만은 않다

118쪽


생의 마지막 열흘 동안 곡기를 끊고 누워 있으면서

→ 마지막 열흘 동안 낟알을 끊고 누워서

→ 죽음을 앞둔 열흘을 밥을 끊고 누워서

134쪽


직업을 잘 선택하려면 열등감을 극복해야 한다

→ 일거리를 잘 고르려면 부끄러워도 이겨야 한다

→ 자리를 잘 찾으려면 모자라도 견뎌야 한다

171쪽


연대solidarity의 한 방법이었다.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 손잡기이다. 함께 아프고 기뻐하며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서 착하고 아름답게 사는 길이다

→ 같이하는 일이다. 같이 아프고 기쁘며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서 착하고 아름답게 가는 길이다

186쪽


내면이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 속이 깊고 기쁜 사람이 되기를 빈다

→ 마음이 참하고 기쁘기를 바란다

195쪽


아는 체 하지 않고 겸손하게 처신한다

→ 아는 체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다

→ 아는 체하지 않고 다소곳이 산다

224쪽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더불어 한마디 고언苦言도 드리고 싶다

→ 끝을 받아들이기 힘든 젊은이를 다독이면서 잔소리도 하고 싶다

→ 끝맺음을 못 받아들이는 젊은이를 달래면서 쓴소리도 하고 싶다

232쪽


이름 남기기 그 자체를 인생 목표로 설정할 경우 삶을 왜곡하게 된다

→ 그저 이름을 남기려고 살면 뒤틀린다

→ 그냥 이름을 남기려고 살면 비틀린다

32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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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9.


《어떤 날은》

 파올라 퀸타발레 글·미겔 탕코 그림/정원정·박서영 옮김, 문학동네, 2025.1.31.



해를 먹으면서 걷는 아침이다.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간다. 시외버스에서 책읽기로 보낸다. 다만, 고흥읍에 닿고도 마을앞으로 지나가는 시골버스가 없는 때라서, 40분을 기다려서 이웃 황산마을을 스치는 시골버스를 탄다. 이나마 있으니 반갑다. 논두렁을 걷는다. 큰아이가 마중을 온다. 함께 거닐며 흰새를 본다. 요사이 텃밭놀이를 즐긴다는 부산이웃한테 보내려고, 조그맣게 올라오는 돌나물을 몇 줌 뗀다. 드디어 우리집 마당에 들어서고, 발부터 씻고 빨래를 한 다음 몸을 씻는다. 다같이 둘러앉아서 저녁을 먹는다. 바람은 가볍고 구름이 짙은 밤이 흐른다. 《어떤 날은》은 뜻있게 나온 책일 테지만 여러모로 아쉽다. “Making Space”에서 ‘space’는 ‘틈’이나 ‘짬’으로 옮겼어야지 싶다. 우리말 ‘틈’하고 ‘짬’은 때랑 곳을 나란히 나타낼 뿐 아니라, 스스로 틔우고 짜는(짓는) 결을 그린다. 온누리 모든 어린이는 스스로 마음을 틔우고 생각을 열면서 놀이를 짓고 살림을 익힌다. 이동안 말빛을 가다듬고 숨빛을 헤아린다. 스스로 짓기에 놀이에 노래인걸. 손수 빚고 가꾸기에 일이자 이야기인걸. 그러나 요즈음 글바치(작가·번역가·편집자)는 모두 시골하고 한참 먼 서울(도시)에서 사니까, 말 한 마디에 숲빛을 담는 길을 모른다.


#MakingSpace (2024년)

#PaolaQuintavalle #MiguelTanco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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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5.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이꽃맘 글, 삶창, 2022.8.23.



새벽부터 비가 온다. 가늘게 마을을 적시는가 했으나 이내 빗방울이 굵다. 굵게 더 굵게 거듭 굵게 마당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다가 속꽃나무(무화과) 곁에 서서 맨몸으로 비놀이를 하고 비씻이를 한다. 우르릉 소리를 내는 함박비는 이제 곧 여름이라고 알린다. 철이 훅 바뀌는 비빛이로구나 싶다. 이튿날부터 나흘에 걸쳐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부산에 깃들기에, 오늘 저잣마실을 더 나간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는 비가 샌다. 시골에서는 비새는 버스가 그냥 다니는구나 하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밤에는 빗줄기가 멎는다. 아주 말끔히 씻는구나. 스승이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누구나 스스로 배우는 줄 몸소 보이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 스승으로 마주하면서 동무로 어울리기에 온누리를 맑게 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는 반가웠으나 아쉬웠다. 책이름을 “우리나라 시골에는 내가 살지”처럼 붙이면서 시골을 바라보려고 했다면 줄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배움터에 안 넣고서, 시골에서 같이 놀고 이야기하며 뒹구는 나날을 살아낸다면, 두다리로 걷고 두바퀴(자전거)로 바람을 쐬는 나날을 즐긴다면, 왜 아이하고 시골에서 살 적에 함께 오붓하고 사랑스러운지 알아챌 텐데.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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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4.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

 오시마 다에코 글·가와카미 다카코 그림/육은숙 옮김, 학은미디어, 2006.5.5.



작은아이가 아침에는 집일을 살짝 거들지만, 낮부터 저녁까지 아무 집일을 안 쳐다본다고 느낀다. 무엇이든 스스로 살피고 찾고 나서야 할 뿐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몸에 스밀 텐데, 슬금슬금 뺄 적에는 하루그림이 없게 마련이다. “보라 씨, 뭘 하시나요? 밥차림을 거들 수 있나요?” 밥과 국을 새로 끓인다. 곁밥을 세 가지 마련한다. 두 아이가 어릴적에는 혼자 다 해내면서 아이들을 두바퀴에 태워서 들숲바다를 달릴 뿐 아니라, 그림책을 읽어 주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여름에는 밤새 부채질을 했으나,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맡을 일거리를 하나씩 짚어 준다. 짚는 대로 따라오기도 하고, 이내 잊기도 한다.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따라 하나씩 나온 아름그림책이다. 작은아이가 대여섯 살 무렵 이 그림책을 처음 알아보았으나 이미 판이 끊겼더라. 두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마르고 닳도록 읽어 주었고, 철마다 다르게 흙과 풀과 숲과 바다와 나무와 씨앗과 바람과 비랑 놀면서 살았다. 오늘 우리가 맨발로 흙을 밟고 맨손으로 눈을 굴리면서 실컷 노는 나날이라면 이 그림책은 오래오래 사랑받았겠지. 이제라도 ‘놀이순이·놀이돌이’가 나라 곳곳에서 깨어나면 이 그림책이 다시 태어날는지 모를 일이다.


#大島妙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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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세계시민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5
정주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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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30.

인문책시렁 421


《미래 세대를 위한 세계시민 이야기》

 정주진

 철수와영희

 2025.2.16.



  마음을 잊으면 몸을 잃고, 마음을 찾으면 몸을 살립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기에 몸에 휩쓸리고,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면서 몸을 깨웁니다. 마음부터 차릴 적에 몸에 빛이 차오릅니다. 마음부터 챙기지 않는다면 몸이 죽어갑니다.


  나라지기를 새사람으로 뽑는 길에 돌아봅니다. 누가 뽑히느냐는 얼마나 대수로울까요? 누가 뽑히든 나라일을 할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누구를 뽑든 나라일을 맡고서 조용히 물러난 뒤에 시골에서 호미와 낫을 쥐고서 착하게 살아갈 작은일꾼을 가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이 사람이어야 하거나, 저 사람은 안 된다고 틀을 세울 까닭이 없습니다. 누가 언제 어느 자리를 맡든, 바르고 착하면서 아름답게 일하는 틀을 세울 노릇입니다. 힘과 이름과 돈으로 주무르려고 하면 이내 끌어내려서 잘못한 값을 치르는 틀이 튼튼하면 됩니다. 틀은 아주 쉽습니다. 다른 사람을 헐뜯거나 할퀴는 말을 한 마디라도 하면 바로 끌어내릴 뿐 아니라, 비싸게 값을 물리면 되어요.


  적잖은 분들이 “우리나라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읊거나 퍼뜨리는데, 터럭만큼도 옳지 않습니다. 종이(투표권)를 쥔 모든 사람이 어른일 노릇입니다. 우리 스스로 어른스럽지 않다면 종이를 내려놓을 노릇입니다. 다시 말해서, 누구나 어른이어야 누구를 나라지기로 뽑더라도 그사람이 나라일을 하는 작은일꾼으로 섭니다. 우리 스스로 어른이라고 여기기 어려운 터전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을 자리에 앉히더라도 나라는 엉망진창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세계시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온사람(세계시민)’이란 무엇인지 짚는 줄거리입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잊고 잃은 채 떠돌기에 엉망으로 뒹구는 푸른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남’이 아닌 ‘나’부터 착하지 않고 참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 탓에 이 별이 망가지는 줄 짚는다고 할 만합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탓’이 아니라 ‘남탓’을 하면서 바깥으로 화살을 돌리는 말과 글이 쏟아집니다. 왜 자꾸 남탓을 해야 할까요?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남탓을 안 합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나라틀을 이대로 망가뜨린 ‘나탓’을 하겠지요.


  배움불굿(입시지옥)은 왜 안 사라질까요? 입으로는 배움불굿을 걱정하는 시늉이지만, 정작 우리부터 스스로 종이(졸업장)를 단단히 거머쥘 뿐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종이를 단단히 물려주려고 하는걸요. 우리나라 신문사·방송사·출판사 가운데 종이(졸업장)가 아닌 마음을 바라보면서 일꾼을 찾거나 품는 곳이 한 군데라도 있는지요? 어린배움터(초등학교)조차 안 다녔더라도 착하게 일할 줄 아는 사람을 찾거나 품는 데가 한 군데라도 있습니까?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을 보면 으레 벼슬자리부터 높고, 돈과 힘과 이름부터 크거나 많거나 셉니다. 이들은 으레 ‘서울대학교’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대학교’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아이들을 집어넣으려고 아주 발버둥인 판입니다. 아이가 바로 집부터 살림길을 익혀서 어른으로 철드는 길을 함께 살피고 지으면서 나누는 어버이여야, 비로소 누구를 나라지기에 앉히든 이 나라가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바로 우리 스스로 ‘어른’이 되려고 철빛을 읽고 살펴서 깨닫는 사람으로 설 적에, 바야흐로 어느 한 사람한테 기대는 굴레가 아닌 저마다 스스럼없이 땀흘려서 나누는 살림나라를 이룹니다.


  ‘온사람’이란, 다르게 말하자면 ‘어른’입니다. 굳이 어렵게 ‘세계시민’이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따로 한자말로 ‘세계시민’ 같은 이름만 새로 엮을 까닭도 없습니다. 오래도록 잇고 흐른 가장 수수한 말씨인 ‘어른’을 스스로 찾아보고 알아볼 노릇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어른이면 됩니다. 나이만 많이 먹는 몸뚱이가 아닌, 온마음에 철빛과 슬기와 사랑을 담아서, 먼저 스스로 일하고 노래하며 어린이 곁에서 푸르게 살림을 짓는 매무새를 일으킬 노릇입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허튼짓이 안 생깁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뒷돈을 안 챙기고, 우리가 어른이라면 헤살이나 담벼락이란 아예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어른으로 서려고 마음을 기울이지 않기에, 다들 하나같이 허울만 좋거나 겉만 번드르르하게 꾸미고 맙니다.


ㅍㄹㄴ


옷을 버리는 건 소비자만이 아닙니다. 의류 회사들은 생산한 옷의 10∼40퍼센트를 버립니다. 떨이 판매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차라리 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13쪽)


패션 회사들은 이런 오명과 비난을 벗기 위해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거짓말이었고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22쪽)


과잉 관광의 문제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서도 관광 수입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4쪽)


가난한 국가들은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많은 가난한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과 전쟁입니다. (84쪽)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 집단, 개인은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습니다. 그러나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109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직후인 2022년 3월 이후 2025년 1월 현재까지 한 번의 평화 협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에 시달리는 국민은 종전을 원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승리를 원했습니다. (113쪽)


우리는 흔히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국가에만 많다고 생각합니다. (142쪽)


+


《미래 세대를 위한 세계시민 이야기》(정주진, 철수와영희, 2025)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 늘 빼놓지 않습니다

→ 날마다 합니다

→ 꼭 하는 일입니다

→ 언제나 합니다

5쪽


세계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몇 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온이웃이 눈여겨볼 몇 가지를 다룹니다

→ 온사람이 들여다볼 몇 가지를 다룹니다

→ 누구나 지켜볼 몇 가지를 다룹니다

→ 모두 헤아릴 만한 몇 가지를 다룹니다

6쪽


그것은 대부분 거짓말이었고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 이는 거의 거짓말이고 푸른시늉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 이는 온통 거짓말이고 푸른눈가림이라고 나무랍니다

22쪽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입니다. 한국어로는 과잉 관광이라 부릅니다

→ 이럴 때에 북새길이라 합니다. 사람으로 넘쳐요

→ 이럴 적에 복닥길이라 합니다. 사람이 지나쳐요

41쪽


최악의 여름을 보냈습니다

→ 여름을 끔찍히 보냈습니다

→ 여름을 무덥게 보냈습니다

→ 찜통여름을 보냈습니다

56쪽


특히 국가 차원에서 환금 작물, 즉 판매만을 위한 작물 재배에 집중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 더욱이 나라에서 돈나물, 곧 팔기만 하는 나물을 키울 적에 이렇습니다

→ 게다가 나라에서 벌잇감, 그저 내다팔 남새만 키울 적에 이렇습니다

86쪽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 집단, 개인은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습니다. 그러나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온누리는 불질을 저지른 나라, 무리, 사람을 몹시 나무랍니다. 그러나 값을 치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10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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