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 김남주 유고시집 창비시선 128
김남주 지음 / 창비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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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2.17.

노래책시렁 334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김남주

 창작과비평사

 1995.2.1.



  모든 일은 우리가 그리는 대로 갑니다. 안 시끄럽기를 바라니 시끄러운 복판에 섭니다. 안 힘들기를 바라니 그야말로 힘들게 헤맵니다. 안 미워하려는 마음이려고 하니 자꾸자꾸 미움씨가 자랍니다. 안 먹으려고 내치기에 자꾸 눈앞에 보여요. 안 받아들이려는 몸짓이니까 다시금 싫거 꺼릴 만한 일이 찾아듭니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은 김남주 님이 몸을 내려놓고서 태어난 조그마한 꾸러미입니다. 더는 몸뚱이를 버틸 수 없는 줄 느끼면서 끝까지 가다듬은 노랫소리를 포근히 남겼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심은 말씨는 늘 우리 삶을 이루는 밑동입니다. 글을 글씨로 심고, 꿈을 꿈씨로 심고, 사랑을 사랑씨로 심습니다. 왜 모지리에 떠벌이에 돈바치가 나타날까요? 바로 우리 스스로 심은 씨앗이거든요.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멍텅구리란 없습니다. 너와 내가 이곳에서 아름길을 그리지 않기에 마을을 어지럽히고 나라를 뒤흔드는 사납빼기가 나옵니다. 나와 네가 보금자리부터 사랑으로 살림하는 씨앗을 심을 적에 모든 부스러기는 차분히 풀어없앨 만합니다. 오늘 마음에 무슨 씨앗을 심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노래가 사라지기를 바라니 노래가 사라집니다. 노래하는 웃음꽃을 그리기에 작은집은 작은숲으로 갑니다.



별 하나 초롱초롱하게 키우지 못하고 / 새 한 마리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 서울의 하늘 // 물 한모금 깨끗하게 마실 수 없고 / 고기 한마리 병들지 않고 살 수 없는 / 서울의 강 //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 공기 한바람 상쾌하게 들이켤 수 없는 / 서울의 거리 // 나는 빠져나간다 / 지옥을 빠져나가듯 서울을 빠져나간다 / 영등폰가 어딘가 구론가 어딘가 / 시커먼 굴뚝 위에 걸려 있는 누르팅팅한 달이 / 자본의 아가리가 토해놓은 서울의 얼굴이라 생각하면서 (서울의 달/10쪽)


그의 시를 읽고 어떤 이는 / 목소리가 너무 높다 핀잔이고 어떤 이는 / 목소리가 너무 낮다 불만이다 / 아직 목소리가 낮다 불만인 사람은 / 지금 싸움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고 / 너무 목소리가 높다 핀잔인 사람은 / 지금 안락의자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19쪽)


일체의 인간적 위대함이 / 일체의 영웅적 행위가 / 술꾼들의 입가심이 되어 희화적 만담으로 끝나는 곳 // 도시여 인간의 도시여 나는 생각한다 / 그대 곁을 걸으면서 그대 속을 생각한다 /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탐욕과 허영의 시장을 걸으면서 / 권모와 술수 이권과 정실 / 쉴새없이 골고 도는 미궁 (밤의 도시/51쪽)


소 몰아 쟁기질하는 사람이 / 논의 주인이 되어서는 아니 되는가 (달구지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는 볏섬과 함께/92쪽)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 아무리 아쉬워도 / 나 없이 어느 겨울을 / 나지 못할 수 있다. /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 제각기 모두 제철을 / 잊지 않을 것이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128쪽)


+


새 한 마리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서울의 하늘

→ 새 한 마리 마음껏 날지 못하는 서울하늘

→ 새 한 마리 신나게 날지 못하는 서울하늘

10


지금 안락의자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 한창 아늑걸상에 앉아 꿈을 꾸는 사람이다

→ 이제 포근걸상에 잠겨 꿈을 꾸는 사람이다

19


대지를 발판으로 일어서서 그 위에 노동을 가하는 농부의 연장과 땀입니다

→ 땅을 발판으로 일어서서 이곳에서 애쓰는 시골지기 연장과 땀입니다

→ 땅뙈기를 발판으로 일어서서 힘쓰는 논밭지기 연장과 땀입니다

20


수갑을 차고 삼등열차에 실려 어딘가로 이송되어 오는

→ 멍에를 차고 셋쨋칸에 실려 어디로 넘겨가는

→ 사슬을 차고 셋쨋수레에 실려 어디로 옮겨가는

38


일체의 인간적 위대함이 일체의 영웅적 행위가 술꾼들의 입가심이 되어 희화적 만담으로 끝나는 곳

→ 모든 훌륭한 사람이 모든 빼어난 일이 술꾼들 입가심이 되어 우스개 수다로 끝나는 곳

→ 모든 빛나는 사람이 모든 뛰어난 일이 술꾼들 입가심이 되어 장난 말솜씨로 끝나는 곳

51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탐욕과 허영의 시장을 걸으면서

→ 흙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길미와 치레란 저잣길 걸으면서

51


권모와 술수 이권과 정실

→ 눈비음 돈 섶

→ 꿍꿍이 길미 끈

→ 뒷질 돈힘 노

51


이가가 박가이고 박가가 이가이고

→ 이씨가 박씨이고 박씨가 이씨이고

72


문전옥답 빼앗기던 시대

→ 살진들 빼앗기던 나날

→ 알뜰밭 빼앗기던 고개

→ 기름밭 빼앗기던 때

88


모를 일이다 나는 사기꾼 정상배가 아닌 바에야

→ 나는 모를 일이다 속임꾼 길미꾼이 아닌 바에야

→ 나는 모를 일이다 거짓꾼 만무방이 아닌 바에야

→ 나는 모를 일이다 뒷장사 더럼치가 아닌 바에야

89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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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심야책방



 독특한 심야책방을 운영 중이다 → 별빛책집을 남달리 꾸린다

 청소년 심야책방을 성료하였다 → 푸른밤수다를 마쳤다


심야책방 : x

심야(深夜) : 깊은 밤 ≒ 심경(深更)·양야(良夜)

책방(冊房) :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 = 서점



  밤에 여는 책집이 있습니다. 밤을 밝혀 책수다를 누리는 곳이 있어요. ‘책밤수다·한밤책집’이라 할 만합니다. ‘달빛수다·달밤수다·달빛책집·달밤책집’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밤수다·밤샘수다·밤책집’이라 할 수 있어요. ‘별빛수다·별밤수다·별빛책집·별밤책집’이라 해도 될 테고요. ㅍㄹㄴ



때때로 심야 책방

→ 때때로 한밤책집

→ 때때로 밤책집

→ 때때로 별빛책집

→ 때때로 별밤책집

→ 때때로 달빛책집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소심한책방·손목서가·고스트북스·달팽이책방·유어마인드·동아서점 쓰고 펴냄, 2019) 7쪽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밤에 열리는 심야책방은

→ 한 달에 하루, 쇠날 밤에 여는 별빛책집은

→ 한 달에 하루, 쇠날 밤에 여는 밤책집은

→ 한 달에 하루, 쇠날 밤에 여는 별밤수다는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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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무인책방



 기존에는 무인책방으로 영업을 했고 → 그동안 스스로책집으로 꾸렸고

 신년에는 무인책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 새해에는 열린책집으로 돌리려 한다


무인책방 : x

무인점포(無人店鋪) : 판매원 없이 자동판매기를 갖추고 음료수 따위를 파는 가게

무인(無人) : 1. 사람이 없음 2. 일손이 모자람

책방(冊房) :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 = 서점



  따로 지키는 사람을 두지 않은 책집이라면 스스로 찾아와서 스스로 살펴서 스스로 값을 치르는 얼거리이니 ‘스스로책집’입니다. 누구나 가볍게 드나들도록 열었으니 ‘열린책집’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당분간 무인책방으로 운영을 해야 하나

→ 한동안 열린책집으로 꾸려야 하나

→ 좀 스스로책집으로 해야 하나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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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7.

오늘말. 별밤수다


하루는 돌고돕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푸른별도 돌고, 이 별을 비추는 해도 돌아요. 해누리도 커다랗게 감도는 얼거리요, 온누리도 한결 큼지막하게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빙그르르 춤짓입니다. 온별누리에 해에 파란별이 동글게 나아가듯, 우리 몸을 이루는 낱낱도 가만히 고리를 이루며 움직이지 싶습니다. 나고죽는 뭇낱은 날마다 새로 돋고 스러지면서 둥글둥글 숨쉽니다. 문득 첫발을 떼며 걷습니다. 가볍게 나아가는 걸음걸이입니다. 등에 짐을 그득히 얹어도 다리꽃입니다. 아니, 다릿날개로군요. 성큼성성큼 사뿐사뿐 한들한들 골목을 지나고 골목나무 곁에서 땀을 식힙니다. 어버이는 아이 손을 잡으며 걸음꽃입니다. 아이는 어버이 손을 잡고서 걷는꽃입니다. 서로 사람꽃이요 살림꽃이자 웃음꽃입니다. 오늘은 어디 가는 길일까요. 차츰차츰 어둑어둑 해가 넘어가는군요. 저기 작은책집에서 한밤책집을 여는 듯합니다. 책밤수다일까요. 밤샘수다일까요. 마음과 뜻과 생각을 모으면서 별빛을 맞아들이는 별빛책집입니다. 꿈과 사랑과 노래가 어울리면서 스스럼없이 누구한테나 열린 마을책집입니다. 오순도순 밤수다를 누리는 곁으로 밤새가 날아갑니다.


ㅍㄹㄴ


고리·가락지·돌다·돌고돌다·감다·감돌다·동그라미·동글다·둥그러미·둥글다 ← 루프(loop)


걷는이·걷는꽃·뚜벅이·걷다·걸어다니다·걸어가다·걸음·걸음걸이·걸음꽃·걸음빛·걸음이·다리·다리꽃·다릿날개·다릿심 ← 교통약자(交通弱者)


책밤수다·한밤책집·달빛수다·달밤수다·달빛책집·달밤책집·밤수다·밤샘수다·밤책집·별빛수다·별밤수다·별빛책집·별밤책집 ← 심야책방


스스로책집·열린책집 ← 무인책방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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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7.

오늘말. 그믐맞이


누구나 제몫을 합니다. 말썽을 일으키는 놈도, 아름다이 살림을 짓는 님도, 다 다르게 낫값을 합니다. 훌륭하게 바리바리 짊어야 알뜰하지 않습니다. 좀 서툴구나 싶은 일살림도 반갑습니다. 땀흘려 값하는 매무새가 빛납니다. 차분히 움직이는 하루가 즐겁습니다. 어버이 노릇이란 무엇일까요. 아이 구실이란 무엇인가요. 사람답게 한몫을 하는 길을 그려 보나요. 이 삶은 어떤 뜻으로 누리면서 어느 자리에 서려고 하는가요. 해마다 섣달그믐이 지나갑니다. 한가위도 설도 해마다 새로맞습니다. 그믐맞이도 새해맞이도 늘 새삼스럽습니다. 다만 모든 날은 해마다 하루입니다. 봄맞이도 가을맞이도 하루요, 여름맞이도 겨울맞이도 하루입니다. 언제나 아침저녁으로 새빛을 맞아들이면서 작은짐을 풀어요. 늘 밤낮으로 일을 삼고 꿈을 삼으면서 씨앗을 보듬습니다. 어떻게 새해자리를 열었는지 돌아봐요. 어떻게 묵은배웅을 했는지 곱씹어요. 아장아장 새걸음도 기쁩니다. 두런두런 새날노래도 흐뭇합니다. 억지로 지키지 말아요. 부드러이 사람으로서 모가치를 하면 넉넉합니다. 하나씩 나누어 맡으면서 서로서로 어깨동무하기에 새넋에 새얼에 새꽃에 새빛너울입니다.


ㅍㄹㄴ


값·값하다·구실·노릇·몫·모가치·한몫·제구실·제몫·나잇값·낫값·나잇살·낫살·-로서·바리·바리바리·일·일살림·움직이다·하다·살다·삶·살림·살림하다·삼다·일삼다·맡다·맡기다·내맡다·자리·자위·지기·지키다·큰짐·작은짐·지다·지우다·짊다·짐 ← 소임(所任)


섣달그믐·섣달그믐날·섣달그믐밤·섣달그믐맞이·섣달그믐마당·섣달그믐잔치·섣달그믐자리·그믐맞이·그믐마당·그믐잔치·그믐자리·그믐밤·묵은배웅·묵은절·새걸음·새날노래·새맞이·새로맞다·새로서다·새빛·새넋·새얼·새꽃·새빛물결·새빛너울·새해맞이·새해마당·새해잔치·새해자리 ← 송구영신(送舊迎新)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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