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나귀님님의 "편집자란 누구이며, 또 누구이어야 하는가?"

`색스 카민즈'가 맞는 이름인가요? 일지사 책에는 `삭스 카민즈'로 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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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님의 "주마간산으로 뒤적이기 (7) : "뻘짓" 판 아라비안 나이트.."

<오정환 판>이라면 1974년에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판인가 보지요? 저도 그 판본으로는 1권만 가지고 있는데, 판권을 보니 "원색비장판(原色秘藏版)"이라 적혀 있고, 껍데기에는 "무삭제판"이라 적혀 있군요 :) 그러고 보니, 김하경 판에는 `나귀'를 네 번이나 떼어먹었기 때문에, 나귀 님 눈에 확 뜨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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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 생각
마하트마 간디 지음, 함석헌 외 옮김 / 호미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이름 : 날마다 한 생각
- 글쓴이 : 마하트마 간디
- 옮긴이 : 진영상, 함석헌
- 펴낸곳 : 호미(2001.8.10.)
- 책값 : 7500원


19.한 가지 일에 한 가지 목적으로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것이다. (1944.12.8.)


 날마다 한 가지씩, 두 해에 걸쳐서 짤막한 생각을 펼쳤던 간디 이야기를 묶은 책이 《날마다 한 생각》입니다. 어떻게 날마다 한 가지 생각을 꼬박꼬박 뽑아낼까 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날마다 마주하거나 마주치거나 겪거나 보거나 듣거나 느낀 여러 가지를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늘 자기 마음과 몸에 되새기고 곰삭이면서 하루를 즐길 수 있다면, 날마다 한 생각뿐 아니라 두 생각이나 세 생각을 하는 일은 조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56.우리가 진정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정신적 게으름을 버리고 좀더 기본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삶은 아주 단순해질 수 있다. (1945.1.14.)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고 어렵게 할 까닭이 없으며 어렵게 말하거나 글쓸 쓸모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가장 밑바탕이 되는 마음을 생각하고 살피고 나타내고 함께할 수 있으면 됩니다. “가장 쉽게 쓰는 글이 오히려 쓰기 어렵다”고도 하지만, 글을 괜히 어떤 멋이나 품위로 덮어씌우니 어려울 뿐입니다. 자기한테 있다면 있는 대로, 없다면 없는 대로 떳떳하고 스스럼없이 나설 수 있으면 됩니다. 자기한테 조금 더 있기에 널리 이웃들과 나눕니다. 자기한테 조금 덜 있기에 거리낌없이 이웃들한테 선사받고 도움받습니다. 있으면 베풀고 없으면 얻을 뿐입니다.


143.인간의 정신의 평화는 인간 세계 속에서만 증험될 수 있는 것이지 히말라야의 산정에 홀로 있으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945.4.11.)


 사람은 사람 사이에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됨을 잃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또는 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람답게 살 수 없겠지요. 사람이 사람 사이에 살아야 한다지만, 돈-이름-힘에 눈이 벌건 사람들 사이에 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 사람들 스스로 사람됨을 간직하고 추스르면서 널리 어울리고 함께할 수 있는 터전에서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286.죄를 ‘크다’, ‘작다’로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1945.9.1.)


 저지른 죄값은 모두 똑같기 때문에, 돈 100원을 훔친 사람과 돈 100억 원을 훔친 사람 모두 똑같이 죄값을 달게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돈 100원을 훔친 사람은 죽는 날까지 ‘도둑놈’ 딱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돈 100억 원을 훔친 사람은 어느 누구도 이이가 도둑놈인 줄 모르고 넘어가기 일쑤입니다.


385.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는 더러움을 쓸어내는데, 고백도 이에 못지 않다. (1945.12.9.)


 《날마다 한 생각》은 마하트마 간디라고 하는 대단히 훌륭한 사람만이 펼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든 자기 삶을 다부지고 알뜰하게 가꿀 줄 알고, 꾸려나갈 줄 안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펼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간디라는 분은 자기가 날마다 했던 생각을 잊지 않고 꼼꼼하게 적어 두었을 뿐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 동네 아저씨나 아주머니, 가까운 형이나 언니나 누나 들이 우리한테 들려주는 이야기 가운데 참 마음에 와닿거나 좋다고 할 만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요. 따로 말로 하지 않아도 몸으로 보여주고, 마음으로 나누는 좋은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고요. 간디란 분이 엮어낸 《날마다 한 생각》을 읽으며,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한 해를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면서 《내 나름대로 펼친 날마다 한 생각》을 써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4339.7.11.불.ㅎㄲㅅㄱ)

 

*****

다만 한 가지, 번역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느낍니다. 함석헌 선생이 다시 한 번역을, 요즘 우리 말투에 맞게, 또 쉽고 깨끗한 말에 걸맞게 다시 다듬어 주어야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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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이름 :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글쓴이 : 전우익
- 펴낸곳 : 현암사(1993.5.15)


 1993년에 나온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1999년에 사서 읽었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책인데, 그때 끝까지 다 읽지는 못하고 3/4쯤 읽고 덮어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책꽂이 어디엔가 꽂아 놓고는 잊고 지냈는데, 지난주쯤 책꽂이를 크게 한 번 추스르면서 이 책을 다시 만납니다.


.. 농민이 제대로 농민 구실을 하자면 땅과 스스로와 세상을 함께 갈고 가꾸어야겠다고 느낍니다. 곡식이 제대로 자라는 데 질소, 인산, 칼리의 세 요소가 필요하듯 농민이 제대로 된 온전한 농민이 되자면 땅도 갈고 자기 스스로도 갈고 세상도 갈아야지, 줄기 자라는 질소만 듬뿍 주고 뿌리 튼튼히 뻗는 인산과 열매 충실히 맺는 칼리를 주지 않으면 짚농사만 짜드러 짓지 벼는 쭉정이만 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농사 풍년이 값 폭락을 가져온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  〈45쪽〉


 일곱 해 만에 다시 읽습니다. ‘그때 읽다가 덮어둔 일이 차라리 잘되었나’ 하는 생각도 얼핏 들지만, ‘그때 끝까지 마저 읽은 뒤, 이번에 새롭게 다시 읽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다 읽고 한 번 더 읽는다면, 두 번 읽는 느낌을 추스르고, 미처 못 읽고 다시 읽는다면, 이런 느낌을 다독이면 되겠지요.


.. 자연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연을 원수처럼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 자연의 리듬에 거슬리게 사는 게 잘사는 것인 양 우쭐대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연의 리듬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역사의 흐름도 막으려 들고 민심도 깔아뭉개려 들어요 ..  〈52쪽〉


 요즘 감자 캐는 철입니다. 벌써 다 거두어들인 곳도 있고, 이제 거두어들이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날과 견주면 무척 빨리 거두는 셈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모두들 시장에 내다 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거두려고 애쓰는구나 싶습니다. 모내기도 그렇고 가을걷이도 그렇습니다. 해가 갈수록 심는 날이 앞당겨지고 거두는 날도 앞당겨집니다. 날씨가 해마다 더워지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일찍 거두어 파는 쪽’이 더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쌀값이 빚이나 갚을 수 있게 해야지 거기 무슨 딴 수작이 있겠어요? 구도하시는 스님들도 공양을 들여야 염불도 참선도 하시는데,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쌀을 업신여기는 건 백성을 얕잡아보는 데서 나옵니다. 농민들의 추상 같은 벼락만이 빚을 떨쳐 버릴 수 있고, 민족의 추상 같은 뇌성벽력 없이는 분단의 장벽은 허물어지지 못할 것 같아요 ..  〈22쪽〉


 빚을 갚기는커녕 빚이 늘어나는 농사입니다. 그러면 도시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요. ‘빚만 지는 농사, 그냥 집어치우고 땅 팔아 도시로 와서 장사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제 땅을 가진 농사꾼이 얼마나 된다고 그럴까요. 더욱이 평생 농사만 짓던 어리숙한 사람이 장사를 해서 ‘밑천 안 날리면 그나마 잘한’ 셈임을 헤아려야 합니다. 차라리 조금 빚을 지더라도 내 집이 있는 시골이 낫고, 먹을거리는 제 손으로 키울 수 있는 농사가 낫지요.

 

 농사도 안 짓는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살 뿐 아니라 돈도 조금씩 모으는 요즘 세상입니다. 그러면서 유기농이니 뭐니를 찾습니다. 한미FTA니 지난날 우루과이라운드니 뭐니를 떠나 우리 시골이 무너지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거들떠보지 않아 온 우리들입니다. 시골사람도 시골을 떠나 무턱대고 도시로만 몰리려 했지만, 도시사람도 도시 삶이든 시골 삶이든 있는 그대로 헤아리려 하지 않고 값싸고 가벼운 놀음놀이에 빠지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입니다. 농사꾼만 잘살아도 안 되는 세상이지만(그러나 이런 세상이 언제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요?), 농사꾼 아닌 사람만 잘살아도 안 되는 세상입니다. 평생 고생한 사람이 마지막 삶이나마 보람을 얻어야 하나, 누구나 다 보람을 나누어 얻고 즐겁게 어우러질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이라고 믿습니다.

 

 전우익 님은 땅을 부치고, 나무를 심고, 씨앗을 갈무리하고, 자리를 치면서 자기 삶을 가꾸었고 세상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어떻게 가꾸고 있나요? 우리 세상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4339.7.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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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전사 - 책으로 만나는 풀꽃평화 1
쿤가 삼텐 데와창 지음, 홍성녕 옮김 / 그물코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티벳은 관광지가 아닌 삶터이자 싸움터
- <티벳전사>를 읽고



<1> 티벳은 관광지가 아닙니다


인도나 티벳이나 몽골에 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 가 보았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습니다. 제 둘레에도 돈을 모아 한두 달이나 한 해 가까이까지 인도나 티벳이나 몽골 여행을 다녀오는 분들이 있어요. 이렇게 다녀온 분들은 한결같이 참 좋았다고 말합니다.

좋을 만하겠죠? 티없이 맑은 하늘, 수수하고 투박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움과 멋을 간직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그곳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웠겠습니까.


.. 티벳의 진실은 여행사 카달로그나 여성지의 명상 소개 코너
속이 아니라 차라리 내셔널지오그래픽 오지 리포트 속에 있지
않을까 .. <옮긴이 말, 306쪽>



지금 티벳은 중국과 싸우고 있습니다. 참 오랫동안 싸우고 있습니다. 중국은 문화혁명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티벳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올리고 넉넉히 즐기던 티벳 문화는 하루아침에 '반동'과 '봉건'이란 이름으로 내몰리며 무너지고 부서지고 사라졌습니다. 문화유산도 부서졌으나 깨끗하던 티벳 자연도 무너졌습니다. 들짐승 목숨을 사람 목숨과 마찬가지로 소중히 여기던 문화와 사회는 중국 인민군이 부순 건물과 함께 주저앉고 맙니다.

남아 있는 사원은 옛 자취를 보여주는 유물이 될 뿐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중국의 여러 성 가운데 하나가 된 티벳'의 삶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티벳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볼 수 있는 것은 '지난날 유물'일 뿐 '살아 있는 역사나 문화'가 되지 못해요.

그래도 그런 것이나마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간데없이 무너졌어요. 사람이고 짐승이고 자연이고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면, 침략과 식민정책으로 삶터를 빼앗기고 자기 정체마저 잃어버린 사람들 현실을 돌아볼 수 없다면, 티벳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 정부 병기 창고에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해 남걀강에서 라사
로 돌아갔던 일행은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노르불링카에서
로상 예시를 잃고 말았다. 그들은 중국군이 어떻게 라사를 포
격하고 무고한 백성들을 살상했는지 말해 주었다 .. <239쪽>


.. 1910년에 중국은 리탕의 바 지역을 침공했다. 많은 사원이
약탈당했으며 지역 책임자들은 행정권을 박탈당했다. 대사원
관을 포함한 리탕곤첸의 고위 라마 70명이 참수당했다. 중국
군은 사원을 점령했고, 승려들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인들을 감금시켰다 .. <54쪽>



<2> 잃어버릴 수 없는 역사


<티벳전사>는 중국에게 침략을 받아 게릴라 부대로 맞선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쓴 책(회고록)입니다. 잘 조직되었으며 최신예 무기를 갖춘 중국 인민군에게 맞서기에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장비와 조직도 안 된 게릴라들이었기에 밀리고 밀렸답니다. 끝내 인도로 망명할 수밖에 없던 이들은, 지금도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자유 티벳'을 되찾을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 물새가 알을 낳기 시작할 때도 기본적 지시 사항이 발령
된다. 이 기간 동안 그 사항들이 준수되었는지 확인하기 위
해 강과 호수로 사람이 보내진다. 사람의 방해로 새들이
알을 두고 떠나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4월에는 새로 태어난 티벳 영양을 다른 동물들과 인간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비슷한 지시 사항이 공포되었다. 물고
기도 산란기에는 같은 방식을 적용해 보호했다 .. <55쪽>



우리도 이와 비슷한 역사가 있어서 돌아볼 수 있는데, 자유로운 나라를 잃은 뒤에 오랜 세월 이어온 전통과 문화와 사회를 간직하거나 지키기 참 어렵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 삶과 문화를 지키기 얼마나 어려웠습니까. 말과 글도 잃고 얼과 넋마저 빼앗겼습니다. 식민지 찌꺼기는 지금도 많이 남았습니다. 더구나 식민지 일본에게 아첨하고 아양 떨던 사람들은 큰 권력을 얻어 아직도 떵떵거리고 있어요.

티벳은 어떨까요? 티벳도 한 세대가 넘는 세월을 중국 식민지로 살고 있습니다. 갓 태어나는 아이들과 한참 자라는 젊은이들은 티벳 문화와 삶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며 헤아리고 있을까요? "물새가 알을 낳는 때"를 알고 있을까요? "물고기가 알을 낳을 때"는 조심스럽게 지켜줘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우리는 그들(일꾼)의 품을 결코 돈으로 보상하지 않았다.(57쪽)"고 합니다. 우리에게 품앗이와 울력이 있었듯 티벳사람도 돈으로 품을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일을 돕고 함께 어울려 놀았습니다.


.. 이렇게 소똥과 나무를 태우다가 몇 년이 지나면 부엌의 벽
과 천정은 그을음으로 새까맣게 변했다. 우리는 이 그을음으로
잉크를 만들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횃불이 켜졌다 .. <59쪽>


.. 티벳에서 여관은 '멀리 있는 집'과 같다. 손님들은 가족의
일원처럼 대접받는다. 손님은 부엌에 들어가도 되며 하고 싶
은 일은 무엇이든지 알아서 할 수 있다. 음식과 음료는 항상
바로 곁에 있다. 혼자 쓰는 방은 없지만 소지품 걱정은 할 필
요가 없었다. 모든 일에 관해 대접받는 것이다 .. <113쪽>



쓰레기가 없는 삶, 쓰레기라는 것을 모르는 삶, 도둑이 없는 삶, 도둑이라는 것을 모르는 삶이 티벳사람들이 누려온 오랜 문화이자 전통입니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웃나라가 마구잡이로 쳐들어와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폭압 위정자가 독재로 온 나라 사람들을 괴롭히고 짓밟으며 등처먹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티벳에서 강과 시내에 놓은 다리는 희귀한 사치품이었다. 겨울에는 물이 단단히 얼어붙어서 두껍게 언 얼음은 짐을 가득 진 야크의 무게도 견뎌 낼 정도였다. 문제가 발생하기로 유명한 계절은 역시 얼음이 녹는 따뜻한 철이다.(132쪽)"라는 말을 곱씹어 봅니다. 따로 다리를 놓지 않아도 늘 건널 수 있는 곳에서는 다리를 놓는 일은 그야말로 '사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나라에서는 이와 다르겠죠? 이런 것이 나라나 겨레마다 '다른 문화이자 전통'입니다.

이처럼 다른 문화와 전통을 '반동'이라느니 '봉건'이라느니 무어라는 이름으로 짓밟거나 부수어도 좋을까요? 실제로는 석유를 노리고 전후 재건 사업을 노리는 한편 새무기를 시험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겉으로는 '이라크 민주와 평화'를 지키겠다며 쳐들어간 미국입니다. 일본은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미개한 나라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민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티벳으로 쳐들어온 중국입니다.


<3> 우리가 다 함께 찾아야 할 것


지금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자유로운 나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소말리아로, 이라크로 군사를 보내라고 하면 보내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힘없는 이를 괴롭히는 침략전쟁을 치르는 돈마저 보내야 합니다. 이 나라 농민들이 죄다 죽어갈 판인데도 쌀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을 열어야 합니다. 있는 사람 재산은 더욱 늘어나고 없는 사람은 팔 재산도 없으나, 빈부 차이는 자꾸만 더욱 벌어집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일은 문제가 안 되지만, 영어를 못하면 사람 대접을 못 받고 일자리 얻기도 어렵습니다. 온통 서양 문물과 문화가 우리 얼과 넋을 다스립니다. 이런 형편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누린다는 '자유'란 도대체 어떤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처음에 중국 측은 이제까지 사원이 담당해 왔던 기능을
계속 수행하도록 허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속은 지켜지
지 않았다. 사원들은 남김없이 모두 파괴당했고, 그 안에
보관되어 왔던 성스러운 경전, 불상들은 약탈되고 망가져
버렸다. 승려들은 치욕을 당했고 고문에 시달렸다. 종교적
수행은 금지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은 법의를 걸친 자는 인
민의 적이며, 인민의 형제와 같은 중국 해방군의 적이라고
선포했다 .. <211쪽>


밥 굶는 사람이 요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날처럼 굶는 사람이 넘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사람이 굶어죽는 굶주림은 아닙니다. 1950~60년대 신문기사를 보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고, 아기를 부잣집 문간에 버리는 일이 아주 흔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데, '먹고살기 힘들다'기보다 '더 많은 돈을 못 번다'고 해야 옳지 싶습니다.

알맞게 쓰고 누리고 즐기면서 버리는 것이 거의 없던 소중한 문화와 얼과 것을 잃었기에 경제 형편이 참으로 많이 나아졌음에도 이런 것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지내는 때는 평화가 어떤 것인지 모르기 마련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와 민주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나아가야 좋을지를 앞에 두고 망설이거나 갈팡질팡하고 있지 싶습니다.


.. 나의 바람과 소망은 자유를 누리는 행운을 가진 사람 모두
가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그들보다 적은 자유만을 누리는 사
람들-그 중에서도 티벳사람들도 포함될 것이다-을 돕는 데 자
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 <304쪽>



'자유 티벳'이 아닌 '중국의 여러 성 가운데 하나인 티벳'으로 바뀐 역사는 그대로 이어져 세월이 자꾸자꾸 흘러갑니다. 우리가 참답게 알아야 할 티벳 모습은 보지 못한 채 명상이니 불교 유적지니 깨끗한 자연이니 뭐니 하는 겉모습만으로 티벳을 생각하거나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 잃고 놓치기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거나 찾거나 생각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티벳이든 중국이든 북녘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이런 다른 나라 삶과 모습과 문화도 엉뚱하거나 잘못된 모습으로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비틀고 일본이 한국 옛 역사를 비틀어도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합니다. 우리 스스로 고구려 역사가 어떠한지, 우리 옛 역사가 어떠한지를 제대로 안 배우는 한편, 배우거나 알려고 애쓰지도 않거든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돌아보면서 우리를 둘러싼 뭇사람과 자연과 목숨붙이를 헤아리지 않거든요.

<티벳전사>는 티벳사람들이 겪어야 한 슬픈 역사를 말하는 한편, '자유 티벳'일 때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덤덤하게 들려줍니다. 게릴라 전사가 되어 중국 인민군과 싸운 이야기도 들려주지만, "티벳사람은 이렇게 살아왔다" 하는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들려줍니다.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받아 적은 '도르지 왕디 데와창'은 "티벳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리 세대(침공당한 뒤 태어나서 자란 세대)에게 그렇게 생생하게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25쪽)"고 말합니다. <티벳전사>는 티벳사람들이 자기 역사와 삶과 문화와 사회를 잊지 않고 간직하고자 남긴 기록입니다. 이 기록은 티벳 젊은이에게 참으로 소중하겠다 싶어요.

우리에게도 중요합니다. 달라이 라마가 우리 나라로 온다고 했을 때 한국 정부에게 압력을 넣어 들어오지 못하게 한 중국이고, 티벳 역사와 사회를 감춘 중국입니다. 우리들은 이런 기록을 읽으며 참된 티벳 모습이 무엇인가를 헤아리는 한편, 우리 삶과 사회와 역사에서 잃어버린 모습, 놓치거나 지나쳐 버린 소중한 모습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4338.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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