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타는 설렘

 


  도화면 동백마을에서 고흥읍으로 군내버스를 타고 간 다음, 고흥읍에서 두원면으로, 또 풍양면으로, 또 과역면으로, 또 동일면으로 다른 군내버스를 타고 달립니다. 자주 타지 않는 군내버스를 타며 두근두근 설렙니다. 어떤 이웃마을 어떤 할매 할배가 이 군내버스를 타고 이녁 삶터로 돌아가실까 궁금하고, 나는 오늘 어떤 이웃마을 숲과 들을 만날까 궁금합니다.


  군내버스가 달리며 이 마을 저 마을 천천히 돕니다. 군내버스가 멈추어 할매 할배 내리는 동안 마을 언저리를 돌아봅니다. 할매와 할배는 걸음이 느리니, 퍽 느긋하게 마을 언저리 살필 수 있습니다.


  저 할매는 저 숲 우거진 예쁜 마을에서 살아가는군요. 저 할배는 저 바다 파랗게 빛나는 고운 마을에서 살아가는군요. 저마다 하루하루 새 날을 맞이하면서 새 이야기를 빚겠지요. 누구나 하루하루 새 숨결 건사하면서 새 마음 가꾸겠지요.


  유리창 널따란 군내버스는 아주 적은 돈으로 고흥군 골골샅샅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마을에 한동안 서서 한갓지게 바라보도록 해 주고, 마지막 버스역에서 내리면 한두 시간 즈음 도시락 먹으며 이웃시골 나들이를 즐기도록 해 줍니다.


  군청이나 면사무소 일꾼이 군내버스 타고 이녁 집과 일터 사이를 오가면서 고흥군 시골마을 아리따운 삶자락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빕니다. 고흥군수와 고흥·보성군 국회의원과 전라남도지사 모두 자가용 말고 군내버스를 타고 이 마을 저 마을 둘러볼 수 있기를 빕니다. 자가용으로는 느낄 수 없는 삶을 만나며 즐겁습니다. 군내버스 할매 할배 이야기꽃 귀기울여 들으면서 삶을 짓는 밑바탕을 찬찬히 얻어먹을 수 있습니다.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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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30] 달모임

 


  반가운 사람은 날마다 만나도 반갑습니다. 즐거운 사람은 날마다 만나도 즐겁습니다. 아니, 어여쁜 사람은 날마다 만나며 어여쁘고, 아름다운 사람은 날마다 만나면서 새롭게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좋다 여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만날 적에 좋구나 하는 느낌이 새삼스레 일어나겠지요. 서로서로 만납니다. 어깨동무하듯 사귑니다.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그런데, 저마다 여러 가지 일이 바쁘거나, 삶자리가 조금 멀리 떨어졌다면, 날마다 보고 싶어도 날마다 못 볼 수 있어요. 이레에 한 차례 만난다든지, 보름에 한 차례 만난다든지, 한 달에 한 차례 만날 수 있습니다. 날마다 만나면 ‘날마다모임’이 될 수 있고, ‘날모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레마다 만나면 ‘이레모임’이 되겠지요. 보름마다 만나면 ‘보름모임’이요, 달마다 만나면 ‘달모임’입니다. 한 해에 한 차례 만나는 ‘해모임’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반가운 이라면 날마다 보든 달마다 보든 해마다 보든, 때로는 열 해나 스무 해만에 보든, 환한 웃음 북돋우며 밤늦도록 이야기잔치 벌입니다.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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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우프놀이

 


  훌라우프를 들고 이리 달리고 저리 구르다가, 허리에 꿰고 돌리기를 한다. 아직 잘 못하겠다구? 그러면 또 하고 자꾸 하고 새로 하면 되지. 하고 하고 또 하면 돼. 그래도 안 된다구? 그러면 새롭게 하고 새삼스레 하며 다시금 하면 돼.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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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놀이 2

 


  세 살 먹는 작은아이가 드디어 세발자전거 발판에 발이 닿는다. 다만, 발은 닿되 발판 굴리기는 못한다. 네가 누나처럼 세발자전거 굴리자면 키가 조금 더 크고 다리힘도 조금 더 붙어야겠지. 많이 걷고 뛰어라. 그러면 세발자전거 머잖아 재미나게 탈 수 있어.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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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06

 


즐겁게 먹고살기
―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글·그림,윤영의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2005.8.30./4500원

 


  요시나가 후미 님 만화책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서울문화사,2005)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책이름 그대로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하고 싶다면 이와 같이 할 수 있을 테지요. 그러나, ‘먹고살기’에 눈길을 맞춘 채 ‘내 삶에 사랑이 없다’면, 내 삶이란 어떠한 모습이 될까요.


- “너 말야, 그 요란한 차림새랑 평소의 폐인 모드 중간쯤을 항상 유지할 순 없는 거냐?” “거참, 시끄럽네. 니가 우리 엄마냐? 파스텔 컬러 앙상블이나 흰색 모헤어 스웨터 같은 걸 입으라 그러면 확 죽여버린다!” (7쪽)
- ‘그러니까,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닌데 자기 솜씨인 양 뽐내지 말래두, Y나가.’ (60쪽)


  ‘사랑’이란 짝짓기가 아닙니다. 짝을 지어야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삶을 아끼고 즐기며 보살피는 고운 손길입니다. 사랑이란 푸른 숨결을 누리고 나누며 얼싸안는 착한 마음입니다. 사랑이란 너른 가슴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다기보다는 ‘짝짓기(혼인)를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다고 해야 옳지 싶어요. ‘혼자서도 먹고살 수 있’다고 해야 맞지 싶고, ‘이성교제 없이도 먹고살 수 있’다고 해야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나무를 사랑하면서 즐겁게 먹고살 수 있어요. 하늘을 사랑하고, 흙을 사랑하며, 바다를 사랑하며, 얼마든지 신나게 먹고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웃과 벗을 사랑하면서 기쁘게 먹고살 수 있어요.


  새를 사랑합니다. 벌레를 사랑합니다. 풀을 사랑합니다. 구름을 사랑합니다. 빗물과 눈송이를 사랑합니다. 무지개와 별과 달을 사랑합니다. 봄을 사랑하고 가을을 사랑합니다. 조그마한 마을을 사랑하고, 어여쁜 골목을 사랑합니다. 마음 가득 사랑이 샘솟으며 아름답게 밥을 즐깁니다.


- “지금까지 별로 신경쓴 적 없어. 신경썼다면 그동안 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데 일일이 화를 내다간 살 수가 없다구, 게이는.” (42쪽)
- “그러니까 F야마 씨, 이제 슬슬 나랑 결혼 안 할래요?” “농담이지?” “아뇨.” “농담이지?” “아뇨.” “……. 어어, 으음, Y나가 씨하고 결혼은 할 수 없지만, 여자한테서 프러포즈 받은 건 처음이라 조금 기쁜데.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녀도 될라나?” “돼요.” (102쪽)


  삶을 이루는 한 가지를 꼽자면 ‘즐거움’이지 싶어요. 사랑이란 즐거움입니다. 즐겁게 나누고 함께하는 사랑입니다. 밥먹기 또한 즐거움입니다. 즐겁게 차리고 즐겁게 먹습니다. 즐겁게 설거지하고 즐겁게 치웁니다. 즐겁게 씨앗을 뿌립니다. 즐겁게 새 씨앗(열매)을 갈무리합니다. 즐겁게 흙을 밟고, 즐겁게 흙을 만집니다. 즐겁게 노래하고, 즐겁게 이야기합니다.


  삶이 온통 즐거움입니다. 밥도 옷도 집도, 수다도 이야기꽃도, 책도 사진도 글도, 노래도 영화도 춤도, 모두 즐거움 하나로 누립니다.


  이제 책을 덮고 다시금 생각합니다.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다기보다 ‘사랑이 있어 먹고살 수 있’어요. 사랑이란 좁은 울타리에서 따지지 않아요. 사랑은 작은 굴레에 가둘 수 없어요. 예쁜 마음이 되고, 넉넉한 생각이 됩니다. 고운 빛이 되고, 맑은 눈길이 됩니다.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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