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0. 말집



  말을 알려면 마음을 알아야 한다. 말을 알아들으려면 마음을 알아보아야 한다. 말을 하려면 마음을 써야 한다. 말을 글로 옮기려면, 마음을 소리로 얹은 말부터 익히고 그리고 지어야 한다.


  말부터 안 가꾸는 채 글부터 쓴다면 얹힌다. 더부룩하고 말아 그저 게우는 치레글만 치렁치렁하다. 글을 쓰고 싶다면 말부터 배우고 마음부터 일구고 삶부터 짓고 살림과 집안일과 꿈그림부터 하나씩 추스를 노릇이다.


  누구나 글을 써야 하되, 누구나 말부터 할 일이다. 그리고 누구나 살림부터 짓고 사랑부터 할 나날이다. 살림과 사랑이 없으니 숲하고 멀고, 글에 풀빛과 잎빛과 햇빛과 비빛과 별빛이 하나도 없는 서울스런 허울로 길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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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1. 지용문학독본



  푸른배움터를 다니며 정지용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고, 아마 1989년 열다섯 살부터 이녁 글을 챙겨서 읽었는데, 1995년을 끝으로 더는 안 읽었다. 이분이 우리말을 구수히 살려쓴다는 줄거리(평론)는 터무니없다고 느꼈다.


  1948년에 나온 《문학독본(文學讀本)》을 2024년 11월에 부산 남천동 헌책집 〈고서점〉에서 만났다. 손때가 듬뿍 밴 이 책은 1951년에 어느 분이 장만해서 읽은 자국이 있다. 한창 피비린내가 퍼지던 무렵에 읽힌 책은 그무렵 책님한테 어떤 씨앗을 남겼을까.


  정지용 님뿐 아니라 숱한 글님은 ‘우리말 아닌 일본말’이나 ‘우리말 아닌 일본한자말과 옮김말씨’로 ‘배부른 글’을 잔뜩 남겼다. 이른바 ‘수렁(일제강점기)’에 잠기던 그무렵 ‘일본여관’에 깃들어서 “맥주를 있는 대로 다 가져와!” 하고 소리지를 수 있을 만큼 돈이 있던 사람은 몇일까? 그무렵에 시골사람뿐 아니라 서울사람 가운데 몇이나 ‘일본맥주’를 “있는 대로 다 가져와”서 마실 수 있었는가?


  ‘문학독본’이란 이름도 그냥 일본말이다. 일본이 물러났어도 이렇게 글을 쓰기만 한 분은 이 땅에 무슨 ‘글씨(글씨앗)’를 남겼는가? 오늘 글을 쓰는 숱한 사람들은 무슨 씨앗을 심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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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 시설사회를 멈추다
홍은전 외 지음, 정택용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외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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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1.11.

인문책시렁 371


《집으로 가는 길》

 홍은전 외

 오월의봄

 2022.4.20.



  2011년에 전남 고흥에 깃들었습니다. 그무렵에는 시골버스를 탈 적에 자리를 앉기 어려웠습니다. 시골버스에는 할매할배가 늘 붐볐는데, 갓난쟁이를 안고서 작은아이 손을 잡은 채 덜컹덜컹 다녔어요. 길쭉한 손잡이를 한 팔로 감싸면서 아기를 안았지요. 걷기도 서기도 버거운 할매할배는 갓난아기를 안은 몸에 커다란 등짐을 멜 뿐 아니라 한 손으로는 네 살 아이를 잡고서 흔들흔들 시골버스를 타는 사람한테 자리를 못 내줍니다. 그분들부터 다릿심이 없는걸요.


  그런데 2014년을 지날 즈음부터 시골버스에 자리가 생기고, 2024년에는 그냥 누워서 다닐 만큼 빈자리가 넘칩니다. 그동안 흙으로 돌아간 어르신이 많기도 합니다만, 시골버스는 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반반한 길만 있는 서울이나 큰고장에는 낮은버스가 잔뜩 있으나, 지팡이를 쓸 수도 없어서 작은수레를 겨우 밀면서 거니는 할매가 탈 만한 낮은버스는 아예 없는 시골입니다.


  시골자락 할매할배는 ‘장애인’이 아닙니다만, 걸음빛(보행권·이동권)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아니, 없어요. 시골에서 쇳덩이(자동차)를 안 모는 사람한테도 걸음빛이란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시골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어떠한 걸음빛조차 누리지 못 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을 읽었습니다. 태어난 몸은 있으나, 태어난 몸을 느긋이 누이거나 쉬면서 살림을 짓고 삶을 누릴 터전인 집이 없다시피 하거나 빼앗긴 채 오래도록 시달리거나 들볶이면서 아픈 이웃하고 작은길을 거닐려고 하는 분들 나날을 갈무리한 줄거리입니다. 여러모로 뜻깊습니다. ‘장애인복지재단’이나 ‘장애인인권단체·시설’을 둘 일이 아닌 ‘장애인’한테 곧바로 살림돈(지원금)을 주어야 할 일입니다. 별빛사람이 스스로 이녁 뜻을 나타내기 어렵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누리고 다루는 길을 열고 북돋아야지요.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짚고 싶습니다. ‘복지·권리·인권’을 외치는 분들이 제발 서울이나 큰고장에만 머물지 말고, 시골로 좀 오시기를 바랍니다. 시골에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사람값’을 못 누리기 일쑤인데 그야말로 안 쳐다보더군요. 이른바 오늘날 가장 따돌림받는 작은이(소수자)라면 ‘시골사람’이요, 이 가운데 ‘시골아이’가 어마어마하게 따돌림을 받는데, 이 대목을 들여다보거나 목소리를 내는 분이 몇이나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ㅅㄴㄹ


(그 법인은) 1년에 받는 정부 보조금이 100억이 넘었어요. (33쪽)


시설 비리의 가장 흔한 수법은 시설을 새로 짓거나 고칠 때 건설사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기는 거예요. 난방유와 주·부식 재료를 대는 업체와 짜고 돈을 빼돌리고 자기네 집안에 필요한 물품을 여기에 얹어서 사요. (61쪽)


뉴질랜드 정부는 국립 시설에서 살았던 장애인의 삶을 조사한 뒤 〈시설은 학대의 공간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고요. 자신들이 한 일을 반성한 후 책임지고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돌려보낸 거죠. (99쪽)


생활재활교사로 일하다가 2008년 말쯤 회계 업무를 하면서 법인의 비리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원장이 모든 장애인의 통장과 도장을 갖고 있더라고요. (108쪽)


좋은 시설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장애인의 삶을 가로막는 말이 될 수 있다. (177쪽)


자립한 후에 절대 안 먹는 반찬이 몇 개 있어요. 마늘종무침, 깻잎지, 단무지, 짠지는 안 먹어요. (245쪽)


시설은 창살 없는 감옥이거든요. 시설에서의 하루는 먹고, 목욕하고, 싸고 끝이에요. 하루 종일 누워서 천장 보고 벽 보면서 시간을 보내요. (248쪽)


+


《집으로 가는 길》(홍은전 외, 오월의봄, 2022)



절대악을 내쳤으면 됐지, 어차피 그 집안의 사업이고

→ 몹쓸놈을 내쳤으면 됐지, 뭐 그 집안 일감이고

→ 망나니를 내쳤으면 됐지, 뭐 그 집안 일이고

69쪽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돌아가야 했어요

→ 저는 다음일 때문에라도 돌아가야 했어요

→ 저는 뒷일을 하려고 돌아가야 했어요

74쪽


처음에는 사생결단하는 마음으로 했어요

→ 처음에는 악착같이 했어요

→ 처음에는 목숨걸고 했어요

→ 처음에는 젖먹던 힘으로 했어요

2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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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언어술사



 절묘한 언어술사이다 → 대단한 말글지기이다

 진정한 언어술사의 면모를 보이다 → 말꽃님다은 참모습이다

 언어술사다운 표현력으로 → 말솜씨꾼답게 / 입심 좋게


언어술사 : x

언어(言語) :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술사(術士) : 1. 음양(陰陽), 복서(卜筮), 점술(占術)에 정통한 사람 = 술가 2. 술책을 잘 꾸미는 사람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솜씨가 대단한 분이 있어요. 이때에는 ‘말글지기·말빛지기·말빛둥이·말빛님’이나 ‘말지기·말님·말꾼·말꽃지기·말꽃님’이라 하면 어울립니다. ‘말밭지기·말밭님·말갈지기·말갈님’처럼 새말을 여밀 수 있어요. ‘말발·말곁·말솜씨·말재주’나 ‘말주변·부리·아가리·입·입정’이라 할 만하고, ‘말힘·입심·주둥이·주둥아리’나 ‘말솜씨꾼·말재주꾼’이라 헤도 되고요. ㅅㄴㄹ



아이는 언어술사, 똘똘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 아이는 말솜씨, 똘똘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 아이는 입심, 똘똘이라는 덧이름을 얻을 만큼

《엄마, 내향인, 프리랜서》(김민채, 취미는독서, 2023)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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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후속조치



 즉각적으로 후속조치를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 바로 뒷손질을 한다고 한다

 아무런 후속조치가 진행되지 않으니 → 아무런 갈무리가 없다

 후속조치에 박차를 가한다 → 얼른 추스른다 / 힘껏 고친다 / 바로 다듬는다


후속조치 : x

후속(後續) : 뒤를 이어 계속함

조치(措置) : 벌어지는 사태를 잘 살펴서 필요한 대책을 세워 행함. 또는 그 대책



  낱말책에는 따로 안 싣는 ‘후속조치’이지만 꽤 쓰는 말씨로 여길 만합니다. 이때에는 ‘다음·그다음·이다음’이나 ‘다음길·다음꽃’처럼 수수하게 나타낼 수 있어요. ‘뒤·뒷일’이나 ‘뒤따르다·뒤따라가다·뒤따라오다’로 나타내어도 되고요. ‘뒷손·뒷손질·뒷갈무리·갈무리’나 ‘가다듬다·다듬다·손보다·손질하다’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추스르다·고치다·어루만지다’나 ‘치다꺼리·뒤치다꺼리’라 해도 되고요. ㅅㄴㄹ



미비하나마 근로 감독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 허술하나마 일을 살펴본다고 해도 뒷일을 제대로 하지는 않아서 아쉽습니다

→ 조금이나마 일터를 살핀다고 해도 다음일을 제대로 안 하니 안타깝습니다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이수정, 철수와영희, 2015) 39쪽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돌아가야 했어요

→ 저는 다음일 때문에라도 돌아가야 했어요

→ 저는 뒷일을 하려고 돌아가야 했어요

《집으로 가는 길》(홍은전 외, 오월의봄, 2022)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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