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1. 지용문학독본



  푸른배움터를 다니며 정지용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고, 아마 1989년 열다섯 살부터 이녁 글을 챙겨서 읽었는데, 1995년을 끝으로 더는 안 읽었다. 이분이 우리말을 구수히 살려쓴다는 줄거리(평론)는 터무니없다고 느꼈다.


  1948년에 나온 《문학독본(文學讀本)》을 2024년 11월에 부산 남천동 헌책집 〈고서점〉에서 만났다. 손때가 듬뿍 밴 이 책은 1951년에 어느 분이 장만해서 읽은 자국이 있다. 한창 피비린내가 퍼지던 무렵에 읽힌 책은 그무렵 책님한테 어떤 씨앗을 남겼을까.


  정지용 님뿐 아니라 숱한 글님은 ‘우리말 아닌 일본말’이나 ‘우리말 아닌 일본한자말과 옮김말씨’로 ‘배부른 글’을 잔뜩 남겼다. 이른바 ‘수렁(일제강점기)’에 잠기던 그무렵 ‘일본여관’에 깃들어서 “맥주를 있는 대로 다 가져와!” 하고 소리지를 수 있을 만큼 돈이 있던 사람은 몇일까? 그무렵에 시골사람뿐 아니라 서울사람 가운데 몇이나 ‘일본맥주’를 “있는 대로 다 가져와”서 마실 수 있었는가?


  ‘문학독본’이란 이름도 그냥 일본말이다. 일본이 물러났어도 이렇게 글을 쓰기만 한 분은 이 땅에 무슨 ‘글씨(글씨앗)’를 남겼는가? 오늘 글을 쓰는 숱한 사람들은 무슨 씨앗을 심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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