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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 어느 청년 활동가의 귀농 분투기
이꽃맘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2년 8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11.
인문책시렁 427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이꽃맘
삶창
2022.8.23.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사는지 가만히 짚어 봅니다. 첫째, 떠날 길이 없는 할매할배가 늘그막까지 흙살림을 붙들며 살아갑니다. 둘째, 떠날 까닭이 없이 시골지기(군수·군의원·국회의원)하고 손잡고서 이바지돈(지원금)을 두둑히 챙길 수 있는 사람이 큰집과 까만쇠(대형자가용)를 거느리며 살아갑니다. 셋째, 서울을 떠나서 들숲메바다를 푸르게 품고 싶은 작은이가 조용히 살아갑니다. 넷째, 시골에 넘치는 벼슬자리(공무원)를 얻거나 물려받은 사람이 그럭저럭 심심하게 살아갑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에는 ‘보는눈’이 많기에 고을돈(지자체 예산)을 그나마 제대로 쓰려고 한다면, 시골에는 ‘보는눈’이 없을 뿐 아니라 ‘짚는글’도 아예 없다시피 하기에 고을돈에 이바지돈을 펑펑 씁니다. 돈에 눈밝은 사람은 일찌감치 시골돈이 서울돈보다 뭉치로 큰 줄 알고서 거머쥡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를 곰곰이 읽고 되읽어 봅니다. 서울을 떠나서 시골살이를 하는 나날을 그리면서, 여태 드문 ‘짚는글’을 조금 엿볼 만합니다만, ‘조금 짚기’에서 멈춘 대목이 아쉽습니다. 시골을 제대로 알려면 쇠(자가용)를 안 몰아야 합니다. 종이(운전면허증)를 찢고서(반납) 두다리와 두바퀴(자전거)로 다녀야 합니다. 두다리와 두바퀴만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어린이집이나 배움터에 보내느냐고 걱정하는 분이 많을 텐데, 이미 시골에서는 모든 어린이와 푸름이를 ‘나라돈’으로 집과 배움터 사이를 실어나릅니다. 또한 웬만한 어린이는 여덟 살부터 혼자 시골버스를 타고서 잘 다닙니다.
시골 민낯을 알려면 걷거나 두바퀴를 달릴 노릇이면서, 시골을 갈아엎어서 아름마을로 바꾸는 길을 찾으려면 이때에도 걷거나 두바퀴를 달릴 노릇입니다. 모든 죽음더미(비닐·농약·화학비료)를 손사래치면서, 호미와 낫과 삽과 쟁기와 숫돌만으로 흙을 돌보고서 나무를 품으면 되어요.
다리로 거닐어야 땅과 들과 숲과 하늘과 마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짚고 쓰다듬어야 온빛과 숨빛과 새빛을 느끼는 눈빛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살겠노라 할 적에는 ‘손발’로 배우고 ‘마음’으로 익혀서 ‘넋’을 깨우는 ‘눈’을 틔우겠다는 뜻일 테니까요.
ㅍㄹㄴ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다는 것은 경쟁과 욕망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5쪽)
내 땅만 마당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모든 자연이 다 유하네 마당입니다. (23쪽)
작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니 네모난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점점 높아지고, 서울에 더 지을 곳이 없으니 서울 인근 지역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마구잡이 개발이 이어집니다. (26쪽)
“신문지 같은 종이를 넣으면 너무 빨리 타고 재가 많이 날리는데 우윳곽은 화력도 좋고 금방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최고인 거 같아.” (50쪽)
오늘도 유하네는 원칙을 지키며 살기 위해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섭니다. (64쪽)
땅도 팔리지 않고 농사를 못 지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금을 줘가며 태양광 시설을 지으라고 하니, ‘친환경’이라는 멋진 이름도 붙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산은 민둥산이 되고 우후죽순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122쪽)
대부분의 채소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탄소를 팍팍 배출하며 자란 것이라는 얘기는 없습니다. 사계절 내내 신선한 채소를 키워내기 위해 탄소 덩어리 비닐을 수없이 써야 하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는 것,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뿌리를 화학비료 푼 물에 담가 키운다는 것, 공장식 축산 못지않게 채소도 공장식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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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이꽃맘, 삶창, 2022)
아직 서리가 성성하지만
→ 아직 서리가 하얗지만
→ 아직 서리가 희지만
4쪽
그 속에 유하네가 있습니다
→ 그곳에 유하네가 있습니다
4쪽
장난스러운 농담이 현실이 된 지 햇수로 10년, 만으로는 8년이 꽉 찼습니다
→ 장난스러운 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 장난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4쪽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갔습니다
→ 서울살이를 씻고서 시골로 갑니다
→ 서울살이를 털고서 시골로 갑니다
5쪽
다시 이 질문을 던져 봅니다
→ 다시 이렇게 묻습니다
→ 다시 이 말을 해봅니다
14쪽
유하네 집은 별천지 신나는 놀이터
→ 유하네는 새롭고 신나는 놀이터
→ 유하집은 꽃누리 신나는 놀이터
17쪽
수차례 조류독감(AI)을 겪고 지쳐
→ 거푸 새앓이를 겪고 지쳐
→ 내도록 새몸살을 겪고 지쳐
18쪽
유하 파파는 비닐하우스라도 짓고 살면
→ 유하 아빠는 씌움집이라도 짓고 살면
→ 유하 아버지는 포근집이라도 짓고 살면
22쪽
지방으로, 시골로 내려오면
→ 작은골로, 시골로 가면
→ 작은터로, 시골로 가면
24
작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니 네모난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점점 높아지고
→ 작은 땅에 집을 많이 지으려니 네모낳고 똑같은 잿집은 더 높아가고
26
마늘 순은 요즘 유하 엄마의 최애 작물입니다
→ 요즘 유하 엄마는 마늘싹을 즐깁니다
→ 요즘 유하 엄마는 마늘싹을 사랑합니다
36
고라니가 미워집니다
→ 고라니가 밉습니다
37
초보 운전 엄마에겐 두려웠던 등하원 길 이야기입니다
→ 첫길인 엄마한텐 두렵던 아침저녁 이야기입니다
→ 풋내기인 엄마한텐 두렵던 아침저녁길 이야기입니다
39
석축을 쌓고 농막이 들어섭니다
→ 돌담을 쌓고
→ 돌무지를 쌓고
48
겨울이 시작되면
→ 겨울이면
→ 겨울이 오면
49
우윳곽은 화력도 좋고 금방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최고인 거 같아
→ 젖고리는 불도 세고 이내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으뜸 같아
→ 젖구럭은 불결도 세고 곧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훌륭해
50
우유갑(牛乳匣/우윳곽)
한국식 패스트푸드라니까
→ 우리 빠른밥이라니까
52
동풍이 불고
→ 샛바람 불고
54
좋은 농부가 되길 바랄게
→ 알찬 흙님이 되길 바랄게
→ 흙지기로 일하길 바랄게
62
노는 게 일이고 일하는 게 노는 것
→ 놀이가 일이고, 일이 놀이
→ 놀며 일하고, 일하며 노는
68
협업농장 시작을 알리는 행사 날
→ 두레밭을 알리는 첫날
→ 두레논밭을 알리는 첫날
70
마을 성당을 방문한 누군가가 농부는 매일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 마을 넋집을 찾아온 누가 흙지기는 날마다 놀랍게 나눔밥을 짓는다고 말합니다
→ 마을 믿음집을 찾은 누가 흙님은 늘 놀랍게 작은빛을 짓는다고 얘기합니다
83쪽
이렇게 이쁜 잎을 가지고 있구나
→ 이렇게 잎이 이쁘구나
→ 이렇게 이쁜 잎이구나
89
집을 빌려주고 연세로 받기로 한 약간의 돈으로
→ 집을 빌려주고서 받기로 한 해삯으로
93
여름의 정중앙을 통과합니다
→ 여름 한복판을 지납니다
→ 여름 복판입니다
→ 한여름입니다
→ 한여름이 지납니다
104
커다란 꿈을 이루기 위한 유하네의 매일을 넣습니다
→ 꿈을 크게 이루려고 유하네 하루를 넣습니다
107
요즘 누가 김치를 만들어 먹어
→ 요즘 누가 김치를 담가 먹어
→ 요즘 누가 김치를 해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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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