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정의롭지 않은



왜 맨발고무신이냐고

왜 사내가 치마 두르냐고

왜 양복 안 입고 자가용 안 모느냐고

왜 아이들을 학교 안 보내느냐고

왜 아직 대학교 안 마치느냐고

왜 긴머리를 나풀거리느냐고

묻는

바르고 반듯하고 옳은 목소리를

웃으면서 듣는다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조용히 살며,

 책벌레로 가끔 서울마실 합니다.”


2025.11.23.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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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추천않는 책 (2025.10.18.)

― 부산 〈파도책방〉



  서로 타이르고 가볍게 나무라면서 함께 걸어갈 길을 살피려는 말이 아닌, 서로 금을 죽 긋고서 담벼락을 높다랗게 세우면서 퍼붓는 막말은 언제나 스스로 갉는 굴레입니다. 그저 ‘그분들(담벼락 + 끼리끼리 + 막말 + 다툼질)’은 이 대목을 못 깨달을 뿐이고요. 우리는 스스로 이 삶을 지을 수 있고, 휩쓸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을 ‘한글’이라 하고, 이 ‘한’은 그냥 우리말입니다. 1913년 즈음에 주시경 님이 처음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우리글에 이름을 붙일 적에는 우리말도 ‘한말’이라 여겼습니다. 우리말이라면 그저 ‘한’이고 ‘하늘·하나·해·하양·함께·하다’를 나타내는데, ‘한국(韓國)’처럼 적으면, 소리만 따서 붙인 한자로 바뀝니다. ‘한국어’라는 이름은 우리말이 아닌데, 아직 국립국어원을 비롯해서 한글학회조차 이 대목을 안 짚거나 뒷짐집니다.


  부산 〈파도책방〉에 깃들며 생각합니다. 저는 늘 “좋은책 추천도 안 하고, 나쁜책 솎기도 안 합니다. 그저 책마다 어떤 줄거리를 품는지 밝힐 뿐입니다.” 하고 얘기하는데, 이런 말을 못 알아듣는 분이 많아요. 그러나 이 말에 귀기울이는 이웃님이 늘어난다고 느껴서 천천히 말을 잇습니다.


  배움터마다 영어·수학을 드높이지만, 정작 영어·수학을 제대로 하려면 한글·한말부터 찬찬히 배워서 익혀야 합니다. 우리 배움터는 이 얼거리를 거의 잊거나 등지거나 땜질만 하더군요. “한국어의 투쟁”이라는 일본말씨를 그냥 붙인 책을 헤아리면서 조금 쓸쓸했습니다. 적어도 “싸우는 우리말”쯤으로 붙일 만하니까요. “우리말은 싸운다”나 “우리말이 싸운다”라 해도 되고요.


  참으로 우리말은 이 굴레(조선왕조 봉건가부장 권력)에, 저 굴레(일제강점기)에, 그 굴레(군사독재정권)에, 새로운 굴레(in Seoul 공화국)에 갇히면서 앓고 다치고 멍드는 판입니다. 갖은 굴레에서 늘 싸운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예부터 우리빛과 우리살림과 우리집과 우리별과 우리말을 돌본 사람은 ‘가시내’입니다. 가시내가 지키고 가꾸었기에 ‘암글’입니다. ‘한글 = 암글’이요, ‘한글 = 가시내가 스스로 빛나는 살림과 사랑을 노래하는 글’이며, ‘한글 =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새글’입니다. ‘무늬한글’이나 ‘옮김글(번역체)’로는 빛바랠 뿐입니다.


  빛나는 글을 알아보려면, 스스로 빛나는 숨결인 줄 알아보면 돼요. 나도 너도 빛나는 넋인 줄 알아보면, 곁에 있는 빛책을 알아보고, 이 삶을 수수하게 밝히는 빛글을 쓰지요. 언제나 ‘나’라고 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랑 함께 삶길을 걷는 너(곁님과 아이)”랑 이야기하면, 모든 실마리를 차곡차곡 풀 수 있어요.


ㅍㄹㄴ


《Wild Flora of the Northeast》(Spider Barbour 글·Anita Barbour 사진, the Overlook Press, 1991.)

《Dr.Seuss ABC》(Dr.Seuss, HarperCollins, 1963/2003.)

《a Pocket for Corduroy》(Don Freeman, Puffin Books, 1978.)

- 《호주머니를 갖고 싶어요》(돈 프리먼/조은수 옮김, 비룡소, 2006.9.30.)

《Library Lion》(Michelle Knudsen 글·Kevin Hawkes 그림, Walker Books, 2008.)

- 《도서관에 간 사자》(미셸 누드슨 글·케빈 호크스 그림/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 2007.2.15.)

《Blue Chicken》(Deborah Freedman, Viking Childrens Books, 2011.)

#데보라 프리드만

《창가의 토토, 그 후 이야기》(구로야나기 테츠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권남희 옮김, 김영사, 2025.3.14.)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하승우, 뜨인돌, 2008.8.11.첫/2010.11.17.4벌)

《두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박세길, 추수밭, 2018.6.8.)


+


《끝없는 양말》(페드로 마냐스 로메로 글·엘레니 파파크리스토우 그림/김정하 /(옮김, 분홍고래, 2024.12.6.)

#PedroManasRomero #EleniPapachristou

《코딱지 판다》(미야니시 타츠야/황진희 옮김, 키즈바이브, 2023.9.15.)

#みやにしたつや #ちびちびパンダ (꼬마꼬마 판다)

《별을 여행하는 소년 2》(사카쓰키 사카나/정은서 옮김, 재담, 2024.11.8.)

#坂月さかな #星旅少

《죽고 싶지 않아!》(안느 가엘 발프 글·이자벨 카리에 그림/김지연 옮김, 보랏빛소어린이, 2021.9.30.)

#Je veux pas etre mort #AnneGaelleBalpe #IsabelleCarrier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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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 2025-11-3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의 바깥 추천합니다.
 

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쓸 수 있는



오늘 손쓸 수 있는 일은

오늘 차근차근 마무리하지만

도무지 손댈 수 없으면

기다리고 지켜보며 놓아둔다


문득 써낼 수 있는 글은

이제까지 걷고 서고 넘어진

앞으로도 부딪히고 앓고 다칠

찾아보고 돌아보며 지내온 삶


너도 신나게 쓸 수 있어

나도 즐겁게 쓸 수 있지


2025.11.23.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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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라기 산이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3
카츠야 카오리 글.그림, 길지연 옮김 / 봄봄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28.

그림책시렁 1680


《메추라기 산이》

 카츠야 카오리

 길지연 옮김

 봄봄출판사

 2013.6.25.



  처음 《메추라기 산이》라는 그림책을 마주하던 때를 떠올립니다. 이웃나라에서는 어린이집에서 메추라기를 돌보다가 어린이한테 “집에서 돌봐 보라고 내어주기”도 하는군요. 곰곰이 보면, 우리도 지난날 돌봄집(사육장)에 가둔 여러 작은짐승을 어린이한테 내어준 적이 있습니다. 지난날에는 높다랗고 비싼 잿집(아파트)이 아닌, 가난하고 조그맣더라도 마당이 있는 골목집이나 시골집이기 일쑤라서, 작은짐승을 ‘집짐승’이며 ‘곁짐승’으로 품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시골이 아니라면 애써 곁짐승을 품더라도 우리에 두겠지요. 집에서 사람이 주는 모이나 먹이에 길들면 들숲메에서 살아가도록 홀가분히 풀어놓기 어려울 테고요. 어린이집에서 내어준 메추라기를 받은 아이가 일찌감치 메추라기를 들숲메에 풀어놓을 수 있었다면, 아이는 메추라기하고 어떤 사이로 지냈으려나 하고 헤아려 봅니다. 어쩌면 다른 큰짐승한테 잡아먹힐 수 있지만, 어쩌면 다른 메추라기를 만나서 짝을 맺거나 동무로 지낼 수 있어요. 새랑 짐승이랑 헤엄이랑 벌레하고 말을 나눌 줄 아는 사람도 있고, 말은 못 나눠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이며 마음이며 꾹 닫아걸고서 콧대를 높이고 서울에 스스로 갇히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누구인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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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39 : -의 간절 건 존재 찰나의 시간 공간


그때의 나에게 간절했던 건 오롯이 나 혼자 존재할 수 있는 찰나의 시간과 비좁은 공간이었다

→ 그때 나는 오롯이 혼자 지낼 틈과 작은 곳에 목말랐다

→ 그때 나는 오롯이 혼자 있을 짬과 작은 곳을 빌었다

→ 그때 나는 오롯이 혼자 머물 겨를과 작은 곳을 바랐다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김슬기, 웨일북, 2018) 7쪽


내가 나로 오롯이 혼자 지내거나 있거나 머물거나 깃들거나 자리하거나 살아갈 길을 찾게 마련입니다. 길거나 오래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조그맣게라도 틈을 바랍니다. 살짝이라도 짬을 바라고, 말미나 겨를을 내고 싶습니다. 넓어야 하지 않아요. 작거나 좁아도 넉넉합니다. 그때나 이제나 바라고 목마르고 비는 하루살림입니다. ㅍㄹㄴ


간절하다(懇切-) : 1. 정성이나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하다 2.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찰나(刹那) : 1.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 2. [불교] 매우 짧은 시간. 탄지경(彈指頃)보다는 짧은 시간이나, 염(念)·탄지 따위와의 관계는 해석에 따라 다르다 3. 탄지(彈指)의 10분의 1이 되는 수. 또는 그런 수의. 즉, 10-18을 이른다 4. 예전에, 탄지의 억분의 1이 되는 수를 이르던 말. 즉, 10-88을 이른다

시간(時間) : 1.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2. = 시각(時刻) 3. 어떤 행동을 할 틈 4. 어떤 일을 하기로 정하여진 동안 5. 때의 흐름 6. [물리] 지구의 자전 주기를 재서 얻은 단위 7. [불교] 색(色)과 심(心)이 합한 경계 8. [심리] 전후(前後), 동시(同時), 계속의 장단(長短)에 관한 의식(意識) 9. [철학]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무한히 연속되는 것 10. [북한어] [언어] ‘시제(時制)’의 북한어 11. 하루의 24분의 1이 되는 동안을 세는 단위

공간(空間) : 1. 아무것도 없는 빈 곳 2.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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