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27. 휘파람 익히기



  큰아이는 꽤 예전부터 휘파람에 꽂혀서 불고 싶다고 노래했다. 곁님이 큰아이한테 입술과 입과 혀를 어떻게 오므리면서 내야 하는가를 보여주되, 아이가 스스로 되풀이하면서 익히도록 이끌었다. 큰아이는 요즈음 휘파람 소리가 제법 잘 난다. 아직 살짝 서툴지만 스스로 좋아하기에 날마다 틈틈이 휘파람을 분다. 마음에 드는 노래나 가락이 있으면 스스로 휘파람으로 살살 따라해 본다. 큰아이는 머잖아 휘파람을 퍽 잘 불 수 있으리라 느낀다. 스스로 하니까. 스스로 즐겁게 하니까.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언제나 스스로 신나게 하니까.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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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버스야 (2015.4.15.)



  작은아이가 읍내 문방구 버스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노래를 부른 뒤 ‘집에서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작은아이가 먼저 스스로 버스를 그릴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버스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구름 타고 하늘을 나는 버스가 제비와 함께 기쁘게 춤추고 꽃방귀를 뀐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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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6. 꽃을 보면 손을 뻗는다



  우리 집 마당 한쪽에는 갓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져서 잘 자란다. 우리 집 갓꽃과 유채꽃은 군청에서 벌이는 ‘경관사업 씨앗’이 아니다. 경관사업 씨앗을 뿌린 들에서 피는 유채꽃은 잎사귀가 대단히 작고 키도 작다. 우리 집 갓꽃과 유채꽃은 잎사귀도 큼직하고 키도 매우 크다. 들에서 스스로 뿌리내려서 자라는 꽃은 모두 잎이 크고 꽃대도 시원하다. 아무튼, 집에서 늘 갓꽃이랑 유채꽃을 보며 노는 아이들이 읍내로 마실을 갔다가 “와, 우리 집에도 있는 꽃이네! 여기에도 있어!” 하고 노래하면서 손을 뻗는다. 쇠울타리에 고개를 박고 두 아이 모두 꽃놀이를 즐긴다. 언제나 바라보면서 아끼는 꽃이기에 손을 길게 뻗어 따사로이 쓰다듬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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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



  아침에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고 나면 으레 졸음이 몰려온다. 내가 스스로 끌어들인 졸음일까. 이제 한숨을 돌리면서 살짝 쉰 다음, 낮을 기쁘게 맞아들이라고 하는 몸짓일까. 아이들이 밥을 마저 먹으면 곧 마을 어귀 빨래터로 물이끼를 걷으러 가야지. 아이들은 이제 봄날 빨래터 물놀이를 한껏 즐기겠구나. 다만, 조금 기다리렴. 아버지는 드러누워서 한숨 돌려야겠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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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른입니까 41] 교사읽기

― 학교교육과 교사와 학생



  지난날 학교에서 교사는 일삯이 무척 적었습니다. 일삯을 무척 적게 받은 교사는 학교에서 ‘돈 걷는 일’을 으레 했습니다. 툭하면 학생더러 이 돈을 내고 저 돈을 내라 했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넣은 어버이는 ‘학교에 바쳐야 하는 돈’ 때문에 늘 시름을 앓아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아이를 많이 낳았으니, 아이 하나마다 드는 돈이 무척 컸어요.


  가만히 보면, 일삯을 적게 받으면서 ‘아이한테서 돈을 걷는 일’을 하던 지난날 교사는 학생을 손쉽게 때렸습니다. 아이들을 때리고 윽박지르고 다그치면서 ‘돈 걷기’를 했습니다. 이러면서 예전에는 돈봉투도 흔히 받았지요. 돈봉투를 바치는 아이는 교사한테서 미움을 덜 받지만, 돈봉투를 바치지 못하는 아이는 으레 미움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 교사는 일삯이 꽤 큽니다. 일삯을 아주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없으나, 퍽 넉넉하게 받고, 연금도 제법 큽니다. 오늘날 학교에서 주먹다짐이나 매질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사도 이제 학교에서 ‘돈 걷기’를 거의 안 합니다. 다만, 입시지옥 시험공부를 ‘보충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키는 학교라면, ‘돈 걷기’를 아직도 하겠지요.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가르치려는 일을 맡는 교사입니다. 그러니, 교사는 무엇보다도 ‘제대로 잘 가르칠’ 뿐 아니라 ‘슬기롭고 사랑스레 가르칠’ 줄 아는 어른이어야 합니다. 교사는 돈을 걷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사는 시험공부를 윽박지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사는 행정서류를 꾸미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몫을 맡는 사람이 교사인 만큼, 교사한테는 다른 일거리를 맡길 수 없습니다.


  교사한테 일삯을 왜 넉넉히 줄까요? 교사는 아이를 슬기롭게 가르치면서 사랑스러운 꿈을 아이가 스스로 짓도록 북돋우는 몫을 맡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다른 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뜻으로 일삯을 넉넉하게 줍니다. 돈봉투 따위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삯과 연금을 넉넉하게 줍니다.


  오늘날 학교교육을 보면, ‘제도권 학교’에서는 아직 ‘참다운 배움마당’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삶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는 교육 얼거리가 바르게 서지 않습니다. 중·고등학교는 아주 ‘대학바라기 입시지옥’입니다. 중학교라는 곳이 따로 있으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서 딱히 제구실을 하지 않습니다. 어정쩡한 자리에 있는 중학교이면서, 어정쩡한 교과서 지식을 들려주는 중학교입니다. 초등학교도 여러모로 어정쩡합니다. 많이 어린 나이인 여덟 살부터 이 아이들이 무엇을 익히고 받아들여서 삶을 기쁨으로 짓도록 돌보는가 하는 대목에는 손길을 못 뻗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넣느니 마느니’를 놓고 말다툼을 벌입니다. 이런 일을 놓고 말다툼을 벌여야 할까요? 정부와 언론과 지식인은 이런 일을 놓고 책상머리 말다툼을 아직도 해야 할까요?


  교과서를 영어로 쓰든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로 쓰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제대로 엮고, 알차게 엮으며, 사랑스레 엮으면 됩니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알차게 엮은 교과서라면 ‘어떤 말’로 된 책이든 우리는 모두 기쁘게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학교교육은 오로지 입시지옥이 되기 때문에 교과서를 한글로만 쓰더라도 아름답지 못하고, 이 교과서에 한자를 넣는다 한들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하고 마주하면서 생각해야 할 대목은 오직 하나입니다. 교과서 지식을 아이들이 잘 배워서 시험점수가 잘 받도록 하는 일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학교는 ‘시험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삶을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를 사랑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그러니, 교사로 서려는 어른이라면, 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기쁘게 지을 삶과 사랑을 생각해서 이를 북돋울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가 맡은 몫은 ‘아이들이 마을에서 서로 아끼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삶을 가꾸는 길을 즐겁게 가도록 돕는 일’입니다.


  교사가 교사다우면 학교가 학교다울 수 있습니다. 교사가 교사다우면 어떤 교과서를 쓰든 아이들은 기쁘게 배울 수 있습니다. 교사가 교사다우면 일삯을 얼마큼 받든 살림을 알뜰살뜰 꾸리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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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4-1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예요. 선생이 할 일이 뭔가? `아이들이 마을에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삶을 가꾸는 길을 즐겁게 가도록 돕는 일` 새겨봅니다. ^^

숲노래 2015-04-15 08:47   좋아요 1 | URL
민들레처럼 님은
이 길을 아름답고 슬기롭게
잘 걸어가시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