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에 실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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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0
“한자말로는 ‘자연’에 ‘대자연’에 ‘천지자연’에 온갖 말이 많지만, 우리말에는 없잖아요?” 하고 묻는 분이 있다. 그래서 “낱말책에 제대로 안 실을 뿐이지만, 우리는 ‘숲’이라고도 하고 ‘들숲’이라고도 하고, ‘들숲바다’나 ‘멧들숲’이나 ‘멧들숲바다’처럼 얼마든지 나타낼 수 있어요.” 하고 대꾸한다.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고 마음을 쓰면, 끝없이 새말을 여미면서 이 땅과 별을 사랑할 수 있다.
들숲바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숨붙이는 푸른별에서 곱게 어우러진다. 모든 삶터는 들과 숲과 내와 바다가 바탕이다. 이러한 터전은 ‘들숲내바다’이고 ‘숲들내바다’이다. ‘들숲바다’이면서 ‘숲들바다’요, ‘들숲’이자 ‘숲들’이다.
들숲바다 (들 + 숲 + 바다) (= 들숲·들숲내·들숲메·숲들·숲들내·숲들메·숲들바다·숲들내바다. ← 생태, 생태환경, 야생野生, 섭리攝理, 자연법칙, 자연, 풍경風), 미관美觀, 풍광, 환경, 천지자연, 청산靑山, 대자연, 산야, 산천, 산천초목, 산하山河, 산수山水, 삼포지향三抱之鄕, 강산, 조국, 조국강산, 삼천리, 삼천리강산, 팔도, 팔도강산, 조선팔도, 모국) : 1. 들과 숲. 들과 숲과 내. 들과 숲과 바다. 푸른별을 이루는 모든 들과 숲과 멧골과 내와 바다. 2. 누구나 무엇이든 수수하면서 푸르게 어우러지는 곳. 멧골이나 들판을 덮는 풀꽃나무가 지은 즐거운 살림터. 멧골이나 들판에 풀꽃나무가 가볍게 퍼지면서 싱그럽게 춤추고 스스럼없이 스스로 피어나는 터전 (풀꽃나무가 싱그럽고 가벼우며 산뜻하고 푸르게, 넉넉하면서 넘실넘실 너르게 있는, 슬기롭게 거듭나면서 철마다 새롭게 흐드러지는 터전. 3. 먼 옛날부터 터전을 이루어 살아온 곳.
두바퀴
이제 나라 곳곳에 ‘자전거길’이 꽤 늘었다. 자전거길은 늘었되, 아직 벼슬아치(대통령·시도지사·국회의원·장관·공무원)는 이 길을 느긋이 달리면서 일터를 오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벼슬아치가 자전거길을 늘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숱한 사람들이 “두 다리와 두 바퀴로 달리며 여는 새길”을 그렸고, 말없이 이 삶을 드러냈다. ‘외발자전거·세발자전거’도 있되, ‘자전거’라 하면 모름지기 “두 바퀴”로 여긴다. 부릉부릉 가르는 탈거리도 있되, ‘두바퀴’라 갈무리하는 이름은, 우리가 ‘두다리’로 여는 새누리를 그리는 꿈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왼날개랑 오른날개를 나란히 펴서 하늘바람을 마시듯, 왼발이랑 오른발을 나란히 굴려서 들숲바람을 신나게 누려 본다.
두바퀴 (두 + 바퀴) : 1. 둘 돌다. 동그랗게 움직이기를 두 판 하다. (← 이회전二回轉) 2. 두 바퀴로 구르거나 움직이거나 달리거나 가다. 바퀴를 둘 붙여서 구르거나 움직이거나 달리거나 가는 탈거리를 가리키는 이름인데, 때로는 세바퀴나 네바퀴나 외바퀴일 수 있다. 바퀴는 외나 서넛일 수 있되 ‘둘’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셈이고, 둘이 나란히 있기에 ‘두 날개’처럼 어우러지면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듯 ‘두 바퀴’가 어우러져서 땅에서 바람을 가른다는 뜻을 빗댈 만하다. (← 오토바이, 이륜二輪, 이륜차, 자전거, 경륜競輪)
별받이
영화나 책이 나올 적에, 또는 어느 밥집에서 밥맛이 어떠한가를 따지거나 재곤 한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느 영화나 책이나 밥이 마음에 들 수 있고, 마음에 안 들거나 엉터리라고 여길 수 있다. 틀리거나 잘못 다룬다고 여길 수 있고, 두고두고 아이들한테 이바지한다고 여길 수 있다. 이때에 이런 여러 마음과 느낌을 별무늬를 붙여서 나누거나 밝히기도 한다.
별받이(별 + 받다 + -이) : 별무늬 받기. 어느 일·살림·영화·책을 놓고서, 얼마나 마음에 들거나 안 들었는가를 헤아려서 붙이거나 매기는 별무늬. 흔히 별 다섯이나 열을 잣대로 삼아서 1부터 5까지, 또는 1부터 10까지 별무늬를 붙여서, 어느 일·살림·영화·책을 저마다 어떻게 느끼거나 바라보거나 받아들였는가 하고 나타낸다. (= 별꽃. ← 별점-點, 점點, 점수點數, 시험점수, 성적成績, 타율打率, 타격률打擊率, 마력, 마법)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